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삶의 소비 중계석 Oct 02. 2022

당신과 별반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일상

새벽 4시, 징~징~ 휴대전화의 알람이 울린다.

살짝 깬 정신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부스스 잠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한 컵 마시고 정수기에 온수를 누르고 믹스 커피 두 봉을 뜯는다. 커피를 타서 책상으로 돌아와 앉아 어제 읽던 책을 집어 들고 타이머를 30분 맞춘 후 새벽 책 읽기를 시작한다.


나의 하루는 매일 이렇게 시작된다.

약 2년간 지속되어 온 새벽 기상, 4시부터 6시까지는 오로지 나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내 시간이다. 아무도 날 부르는 사람이 없고, 내가 신경 써야 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 온 세상이 고요한 시간. 오래된 창문 틈으로 새벽을 달리는 차들의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고 이른 새벽을 알리는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 소리만 있을 뿐 새벽은 고요하다.


출근하는 아이, 등교하는 아이가 일어나 각자의 직장으로 학교로 등교할 때까지 정신없는 가벼운 혼돈의 시간이 지나면 나는 또 혼자다.

자고 일어나 어지러운 집안, 먹고 일어난 흔적들을 치워야 하는데 그 시간을 자꾸 미루고 싶어 진다. '이것도 해야 해, 저것도 해야 해' 미루고 미루던 집안일은 결국 쌓여여서 한참을 걸려야 내가 해야만 하는 일들이 마무리가 되기도 한다. 


내가 이렇게 이른 새벽부터 아침의 분주함, 게으름을 부린 오전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나의 일상이나 당신의 일상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블로그에 글쓰기를 하기 위해 뭔가 특별히 요즘 아이들이 핫하다는 핫플레이스를 가는 것도 아니고 인기가 있다는 드라마를 보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덕질하지도 않는다. 그저 나의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내게 필요한 공부를 하고 내게 필요한 책을 읽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내가 먹고살기 위해서 장을 보고 내 가족과 먹을 음식을 하고 내 몸을 쉬게 해야 하기에 잠을 잔다.

이 속에서 나는 매일 블로그에 올려야 하는 글감을 찾는다. 그리고 글을 쓴다.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SNS 채널에 글쓰기를 하라고 하면 가장 먼저 하는 말이 있다. "글 쓸 거리가 없어요."라고 또 억지로라도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서 글을 쓰려고 하는 사람들은 매번 새로운 뭔가를 사거나 놀러 가거나 요즘 인기 있다는 메뉴의 음식을 해 먹거나 하면서 그것을 활용해 글을 쓴다. 

예전에 나 또한 그랬다. "매일 1일 1포스팅을 해야지 블로그에 사람들이 많이 들어올 수 있다는 데 뭘 쓰지?"가 고민이었고 남들에게 보여주는 글이고 사진인데 어떻게 하면 더 멋있게 이쁘게 보일 수 있을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것은 빠져 있었다. 


내가 글쓰기를 하는 이유와 목적이 빠져 있었다.

사실 그때는 내가 글쓰기를 하는 이유와 목적을 가져야 한다는 것도 몰랐다.

그저 포스팅을 발행하고 방문자가 늘면 기분이 좋았고 방문자가 줄면 기분이 우울했다. 애드포스트 수익이 조금이라도 늘면 입꼬리가 올라갔고 떨어지면 그래프를 따라 내 입꼬리도 내려갔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다. 내가 글쓰기를 하는 이유가 생겼고 이를 통해서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 

지금도 내가 글쓰기를 하는 이유들 중에 '돈을 벌기 위해서'라는 이유는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글에 내가 있는 글인지, 내가 없는 글인지가 그때와 지금의 다른 점이다. 그때는 그저 보여주기 바쁜 글이었다면 지금은 나의 생각과 나의 경험과 내가 배우고 깨닫고 실행하는 것, 내가 가득 들어 있는 것들을 글로 쓰고 있다. 어느 플랫폼에서 상위에 노출되고 누군가 많이 봐주기를 바라지만 점점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글 속에 내가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이 되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봐줄 수 있는 위치에 가고자 고고하게 고개를 든 채 물 밑에서 바쁘게 물장구질을 하는 백조처럼 바쁘게 노력은 하고 있지만 말이다. 

또한 글쓰기를 하면서 나는 지금 당장의 내 모습이 아닌 10년 20년 뒤의 내 모습을 목표로 글쓰기를 하고 있다. 지금의 나는 나조차도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이고 그런 삶을 살고 있지만 10년 뒤, 20년 뒤의 나는 비록 기운은 빠져 거동은 불편할지 몰라도 내 손과 내 눈과 내 입과 나의 뇌는 살아 숨 쉬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늙은 나는 재미있는 삶을 연장해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바람을 가지고 지금의 나는 미래의 나를 위해 새벽을 깨우며 어둠과 마주하고 지금의 나를 성장시켜 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당신과 같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먹고, 일하고, 쉬고...

단, 누구의 자녀로만 살아가는 걸, 누구의 부모로만 살아가는 걸, 누구의 아내로만, 누구의 남편으로만 살아가는 걸 거부하고 "나"로 살아가기 위해 물갈퀴질을 하고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당신의 일상이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되면 당신 자신을 위한 시간을, 당신의 미래를 위한 시간을, 당신의 진정한 바람을 향한 시간을 가지고 그것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게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해 보기를 바라 본다. 

글을 쓸 줄 몰라도 된다. 글쓰기의 형식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런 것은 생각을 구속할 뿐이다. 일단은 쓰고 보자! 그러고 나서 나의 생각을 정돈하고 다시 나열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으니.


이전 02화 주고, 받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