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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아 Sep 27. 2023

리더는 '기대와 실제'의 차이를 좁혀야 합니다.

'한국씨티은행 커머셜사업본부 유기숙 부행장' 이야기

1.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신념이 있습니다.


만 서른여섯에 임원이 됐습니다. 하지만 저는 자리에 욕심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후배들에게도 "나를 앞질러 높이 올라가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고 실제로 어떻게 하면 내 자리를 빨리 물려줄까라는 생각으로 일했습니다. 제가 가진 신념이 있어요.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겁니다. 그 의무감이 정말 커요. 물론 의심하실 수는 있어요. 같은 자리에 3년 이상 머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면 될까요?


5년 전에는 한국씨티은행 CRO(Chief Risk Officer)였습니다. 이후 커머셜 본부 전무로 자리를 옮겼는데 누군가는 "다운 그레이드 아닌가?"라고 질문했습니다. 맞아요. 업무 범위도 줄고, 직급도 낮아졌지만 커머셜 분야에서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명확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포지션 이동을 요청했어요.



2. 늘 처음 목표를 생각합니다.


많은 리더가 이런 생각을 하실 겁니다. 내가 이 조직에 온 후 이만큼 성장했네? 나는 그럼 그다음단계로도 갈 수 있나 보다. 그렇게 한 자리에 10년, 15년 있는 분도 있어요. 저는 아니었습니다. 늘 처음목표를 생각했어요. 그걸 잘 달성했나? 내가 더 기여할 수 있는 게 있나? 당장 내 옆에 저 사람이 더 적합하지 않나? 

욕심내지 말자, 언제 잘려도 괜찮다, 나 자신에게 솔직해도 된다. 이 생각을 하고 나니 회사생활에 좀 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조직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했어요. 나보다 적합한 자질을 가진 사람도 눈에 들어왔고요.



3. 리더는 상사를 매니지 업해야 합니다.


사실 가장 힘든 건 상사와의 관계입니다. 상사를 매니징 하는 건 그만큼 힘들어요. 하지만 리더라면 후배보다는 상사를 매니지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오래 일할 수 있거든요.

상사를 매니지업 한다는 건 다시 말해 '익스펙테이션 매니징(Managing expectation)'을 한다는 겁니다. 만약 상사가 나에 대한 기대를 늘 탑다운으로 알려주면 어떻게 될까요? 나는 늘 그 사람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죠. 그리고 열심히 일해도 상사가 나에게 자꾸 실망을 합니다. 왜냐하면 상사는 내가 잘하는 일만 시키지 않으니까요. '기대를 관리한다'는건, 나에게 기대해야 할 것을 내가 직접 설정하는 겁니다.



4. 나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행장님이 저에게 A~D를 해봐라라고 일을 준다면, 저는 이렇게 할 수 있어요.


"네, 행장님. 말씀하신 A~C는 잘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D는 글쎄요." 나아가 이렇게도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신 저는 E는 해볼 수 있겠습니다." 그건 내가 스스로의 골(Goal)을 만드는 것이거든요. 행장님이 생각하는 '유기숙의 일'을 다 따르지 않은 거죠. 이렇게 상사하고도 협상이 필요합니다.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잘 받아들여지지 않죠. 하지만 꾸준히 노력은 해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가치관이라는 게 있거든요. 그걸 존중받지 못하고 일하면 너무 쉽게 지칩니다. 그런데 매일 마주하는 내 상사가 나에 대해 모르면 어떻게 할까요? 내가 알려줄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에서 나 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는 건 이런 의미입니다.



5. 서로 '윈-윈'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편으로는 내 상사가 "기숙에게는 이런 일은 시키면 안 돼"라는 생각도 하게 해줘야 합니다. 그럼 이런 걱정이 들게 됩니다. 상사가 나를 미워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더 많은 신뢰를 얻고, 나를 친구처럼 대해줍니다. 상사를 매니지업 하면 상사가 나를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맡으니 일의 결과물도 더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단, 전제조건이 있어요.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나의 일로 상사를 빛나게 해 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6. 팀원과는 끊임없이 소통해야 합니다.


내가 팀원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도 끊임없이 소통해야 합니다. 많은 리더가 그걸 속으로만 생각하거나 한두 번의 면담으로 잘 전달됐다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기대치에 대한 '동의'를 끌어내지 못하면 불만을 갖는 팀원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실패하는 사람도 있어요. 리더는 못하는 사람도 끌고 가야 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제 몫을 하게 해야지, 포기하면 안 되니까요. 그런 팀원에게는 기대에 대한 리셋을 해주면 됩니다. "올해는 여기까지만 해보자. 이만큼은 노력해 줘." 그렇게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 속도에 맞추는 겁니다.

열의가 없는 팀원에게는 그 팀원이 원하는 만큼만 하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분명하게 이야기해줘야 해요. 조직 차원에서 그만큼의 큰 보상 또한 없을 거라는 사실을 요. 그리고 그걸 받아들이게 하면 됩니다.



7.  '나는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나, 제너럴리스트가 되고 싶나.' 


조직에서 오래 일하고 싶다면 고민해야 할 두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나는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은지 또는, 제너럴리스트가 되고 싶은지입니다. 내가 전문가로 성장하겠다면 굳이 임원이 될 필요는 없어요. 물론 전문성을 띤 임원도 있지만, 현장에서 뛰는 분들만큼은 어렵습니다. 그런데 나는 정말 사람을 성장시키는데 관심이 있다면 임원이 참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사람을 관리한다는 건 아주 어려운 로켓 사이언스는 아니거든요. 후배에게 "나를 밟고 올라가"라고 할 수 있다면 충분합니다. 그래야 조직도 건강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내가 주주라는 생각으로 일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내가 우리 회사에 투자한 사람이라면 이 회사가 어떤 일을 하길 바랄까? 어떤 성과를 기대할까? 그런 것들을 고민하면 되다고요. 조직의 일은 어찌 보면 간단합니다. 그 외 사사로운 일에는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이 조직에 나를 존중해 주고 디벨롭해 주는 사람이 없다, 그렇다면 그 조직을 나와도 생각합니다. 내가 더 이상 있어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8. 모든 건 '기대와 실제의 차이'를 좁히는 일입니다.


사실 상사를 매니지업 한다는 게 건방진 이야기일수 있습니다. 감히 사장님을 매니지해? 임원들 사이에서도 금기시하는 말일 겁니다. 하지만 언제나 나 자신에 대해 솔직해야 합니다. 저도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많이 하며 일했거든요. 그건 건강한 방법이 아닙니다. 나 자신에게 솔직할수록, 상사에게 종속되지 않고 나 자신으로 일할수 있습니다.




아티클 원문 : https://www.folin.co/article/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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