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넘어서는 속터뷰 1
대부분 병원에 방문할 경우 개인 인적사항과 병력을 기록하는 접수증을 작성하게 된다. 전신질환 이력과 더불어 현재 복용 중인 약이나 약물 알레르기 반응에 대해 기입하게 된다. 이것은 메디컬 히스토리(medical history)라고 해서 진료 전 나의 병력을 진료받는 의료진에게 알리는 과정이다.
하지만 치과에서는 생각보다 이런 과정을 등한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진료를 받는 환자 역시 먹는 약이나 가지고 있는 질환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도 있고 의료진이 기민하게 반응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사실 알고 있는 내용이라면 한번 더 확인하겠지만 오히려 접수하는 과정에서 잘 몰라 넘어가는 경우가 있어 이 부분을 방지하기 위해 데스크에서 접수 시 인터뷰에서는 꼭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다.
아무래도 나의 질환을 누군가에게 밝히기 꺼려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오픈되어있는 공간에서 접수 인터뷰를 하기보다는 상담실이나 자리를 잠시 옮겨 진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생각보다 접수과정을 단순하게 여기고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접수과정은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첫 단추이기 때문에 간과해서는 안 되는 단계이다. 내원자의 어투, 자주 쓰는 단어들로 현재의 심리상태나 건강상태 그리고 원하는 바를 알 수 있다.
2012년부터 개인정보보호법이 본격적으로 법규 적용이 되면서 의료기관을 이용하기 위한 이름, 주소, 연락처, 메일 주소 활용 및 CCTV 촬영 동의에 관한 내용을 미리 고지해야 하며 동의서를 작성해야 한다. 혹시나 부재중일 경우 비상연락을 위하여 보호자 연락처까지 함께 기록하는 것이 좋다.
보통 접수할 때 "어디가 불편하신가요?"라고 묻는 경우가 많다. 이런 질문의 대답은 대게 "치아가 아파요." 혹은 "잇몸이 아파요"라는 대답만 돌아온다. 듣고 싶은 대답을 듣기 위해서는 질문부터 잘해야 한다.
환자의 주호소를 기록할 땐 "지금 어느 쪽 치아가 아픈 신가요?"라며 서두를 던지자. 무의식 중에 손으로 위치를 짚으며 대답하는 환자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제스처로 현재 아픈 쪽의 위치를 유추해볼 수 있다. "아, 지금 오른쪽 아래 어금니 쪽이 아프신 건가요?"라며 되물으면 상대방은 어떻게 알았냐며 놀란다. 이처럼 대화는 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넘어 행동이나 표정인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때문에 서류 작성에 몰두해 컴퓨터 모니터나 서류에만 눈길을 주지 말고 인터뷰하는 상대의 눈을 바라보기 바란다.
더불어 조금 더 디테일하게 질문을 이어가 보도록 하자. 치아가 가만히 있어도 아픈지, 씹을 때 자극으로 아픈 건지, 차갑거나 뜨거운 것이 들어갔을 때 아픈 건지. 그리고 아픈 느낌은 둔통(둔한 통증)으로 뻐근한 느낌인지 아니면 심박수와 같은 느낌으로 송곳으로 찌르는듯한 느낌인지 물어보는 것도 중요하다.
통증의 느낌과 빈도를 파악하여 현재 치아로 인한 통증인 건지 잇몸 염증성으로 나타나는 통증인 건지 다시 유추해볼 수 있다. 씹을 때마다 찌릿한 느낌, 송곳으로 찌르는 느낌 등 날카롭고 예리한 느낌의 통증은 치아에 관련한 통증일 확률이 높고 뻐근하고 불편한 느낌의 통증은 잇몸질환으로 오는 통증일 확률이 높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기록사항이다. 당뇨나 혈압, 심혈관, 뇌혈관 질환 등 다양한 병명으로 처방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흔한 성인병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예사롭지 않게 복용약에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 넘기고는 하지만 무엇보다 치과에서는 이런 질환에 대해 더 기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혈관이 매우 풍부하게 발달되어 있는 곳이 바로 입안이다. 발치(치아를 뽑는 것)를 많은 분들이 간단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항응고제 성분을 포함한 처방약을 복용 중인 경우 지혈과 관련한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치료 시작에 앞서 꼭 전신질환 파악이 중요하다. 복용약과 어떤 전신질환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진료 진단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위 사항은 진료실과 상호 인계가 잘되어야 하며 진료를 받고 나와 환자에게 주의사항을 설명할 때도 현재 환자의 전신질환 상황과 진료 사항에 맞는 안내가 필요하다. 진료실과 환자의 연결 다리인 데스크 직원이라면 꼭 알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기에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치과 진료 전 알아야 할 대표적인 질환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