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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로 생각하라. 그리고 한 사람에게 전달하라.

의료서비스 브랜딩 : 디지털 혁명과 환자 경험의 시대

by 최성아
코로나19 발생 이후 디지털화의 흐름이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 한국 사립대 총장협의회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 대학의 온라인 강의 비율은 1%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0년 전반기 한국의 모든 대학은 수업을 100% 온라인 강의로 진행해야만 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가 동시에 겪는 변화다. 대학뿐 아니라 모든 기업의 사정이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기업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디지털로 이동하고 있다.

그동안 디지털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exponentially) 급격히 성장한 반면, 그 기술에 적응하는 인간의 모습은 완만한 로그형 곡선(logarithmically)을 그리며 변화해왔다. 한마디로 기술은 존재하나, 그 모든 기술을 인간의 라이프스타일에 적용하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다. 바야흐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시대 한가운데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 책 <디지털로 생각하라> 프롤로그 삶의 모든 것이 디지털로 옮겨가는 대변혁의 시대 중 -


이처럼 너무도 많은 분야에서 디지털 혁명을 외치고 있으며 의도치 않게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의료계는 어떤가? 팬데믹으로 인해 이미 비대면 진료 시스템이 진행되었다. 그 밖에도 병원 추천과 예약 앱, 약 배달 앱 등 기술적인 혁신은 의료계 역시 피해 가지 못하는 숙명이다. 그렇다면 과연 치과계는 어디까지 왔는가? 컴퓨터 분석 임플란트, 3D 구강 스캐너와 프린터로 '원데이 보철(치료 당일 치아를 완성하여 붙이는 것)', '원데이 임플란트(수술 당일 임시치아까지 진행해 당일 식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라는 광고도 꽤나 익숙해졌을 것이다. 디지털 교정도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다.


치과계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디지털 혁명이 일어나고 있었다. 디지털 치의학회가 2009년도에 창립되었으니 말이다. 일반 메디컬 파트보다 치과계가 디지털 전환에 빠른 이유는 개인 의원이 많다는 점이다. 치과의사가 마음만 먹으면 디지털 기술을 익힐 수 있고, 함께 하는 팀원들도 함께 한다면 디지털 시스템 도입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이미 꽤 많은 치과병의원에서는 디지털 시스템 도입의 안정화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치과의사부터 변하지 않으면 그 치과는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서 멀어지게 된다.


이미 치위생(학) 과에서도 구강 스캐너 사용법과 디지털 기기들의 사용법을 교육하고 있다. 실습 역시 디지털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현직자들은 전통적인 아날로그 진료에 익숙한가, 디지털 진료에 익숙한가에 따라 이직을 할 때, 경력 인정 여부가 달라진다. 이렇게 기술적인 변화에 대해 익숙해져가고 있는 치과계의 환자(고객) 경험은 어떻게 바뀌었는가?


아프고 무서운 치과, '치과 공포증'이라는 수식어가 따로 있을 정도로 다가가기 힘들었던 치과는 기술적인 혁신으로 많이 친근해지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그 진료를 행하는 의료진도 구태여 여러 번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함으로 근무 환경 역시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피부로 느낀 현장은 여전히 환자(고객) 만족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사실 그조차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제 우리는 환자(고객) 경험을 관리해야 한다. 그 첫 번째는 "사랑합니다. 고객님~!"을 외치는 영혼 없는 CS교육이 아니라 우리 병원에 맞는 환자(고객) 경험을 정의해야 한다.


한 임플란트 회사 과장으로 근무한 적이 있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디지털 시스템 도입을 알리고 팔아야 하며 임상에서는 그 방법에 대한 상담 코칭을 해야 하는 업무였다. 디지털 시스템을 도입하면 누구나 편리하고 빠르게 진료를 할 수 있다. 즉, 기술적인 부분은 상향 평준화가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임상 코칭으로 나가면 결국 각 치과의 차별화된 강점을 내세울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앞집, 옆집, 뒷집에 있는 치과 모두 디지털 시스템을 소화한다면 결국 우리 치과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 브랜딩'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책 <스마트한 병원 경영, 성공 병원의 비밀노트>에서 치과의사인 저자는 말한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환자를 만족시키는 것과 관련하여 '의료의 질'에 초점을 맞춘다. (중략)
환자 경험은 절대 객관적일 수 없다.
경험은 주관적이고, 따라서 평가 방법도 환자의 주관적 생각을 듣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환자 경험 관리는 주요하면서도 아주 어려운 것이다.


의료 기술에 대한 객관적 데이터 수집과 평가는 가능할지 몰라도 환자(고객) 경험은 표준화된 도구로 자로 재듯 제공하려 한다면 결국 차별화가 되지 못한다. 이번 챕터에서는 내가 직접 경험한 치과 스토리를 풀어내 보려 한다. 디지털 시스템 도입을 시작하는 곳, 디지털 시스템이 안정화가 된 곳, 디지털 시스템을 이끌어 가는 곳, 전통적인 진료만 고집하는 곳 등 다양한 입퇴사 경험을 살려 환자(고객)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이제 우리는 디지털로 생각하고 사람이 사람에게 진료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상병명으로 분류된 환자가 아닌 한 사람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love-g0eec14b09_640.jpg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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