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동 Nov 08. 2023

너를 보내놓고 나는, 그렇게 울었다



스물도 안된 천둥벌거숭이 말띠 딸아이가

빵개살이 같은 소박한 짐과 함께 만원 버스에 오른다

하얀 이 드러내 웃다가,

"걱정 말고 들어가 엄마. 토요일에 올게..."

희멀겋게 흐려지는 대답을 감추며

붕어마냥 입모양 뻥긋 뻥긋하며 차창 너머 너스레 떤다

엄마는 희미하게 웃다가 결국.

울컥 쏟는 그리움에 눈물 찍어 냈다.


이십 년 훌쩍 넘어

동개동개 싼 자식 살림살이 바라보는 부모가 되고 보니

"너를 보내 놓고 나는, 그렇게 울었다"

희미한 웃음 뒤 쏟은 엄마 눈물이 생각나 멀건 하늘만 바라본다


낯선 자취방에 아들 온기 내려 주고 내려오는 밤

한동안 우리는 말이 없었다

"비 오는 거 맞제?"

"응...그런가베. 근데 아무도 우산을 안썼노"


품 떠나 낯선 곳에서

새시간, 새사람 만나는 내 자식들

매사 정성 다하는 마음이 몸에 배어 나오기를

홀로 정의롭진 못하더라도 비굴하지는 않기를

깊은 밤하늘 어딘가에서 흐뭇하게 바라볼 연이씨 떠올리며

마음으로 빌어 본다


"비는... 집에 갈 때까지는 안 그치려나보다. 그쟈?"


이전 02화 순길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