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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동 Aug 17. 2024

스쳐 보내도 좋을 인연


어찌 일을 하다 보니 다양한 계층, 인종, 직위의 사람들을 보게 된다. 다양한 사람을 대하다 보니 특이한 경험도 하게 된다.

만나서 떠나는 순간까지 시종일관 미소와  여유를 보이는 이들이 있다. 꼭 사회·경제적으로 성공했거나 추앙받는 위치이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나의 좁은 시각에서만 본 단면적 모습일 수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쫓기는 불안과 조급함을 가질 수 있다. 단지, 얼마만큼 원초적으로 드러내느냐, 복합적 요소가 바탕된 내면 힘으로 희석하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맞딱들이는 인간관계 중,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은 ‘간사한 사람’인 것 같다.

사리사욕 부리고 기본(원칙)을 무시하는 행동이 그들의 공통점인 듯하다. 처음 사회생활 하면서 꽤 마음 고생했다. 너도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생각이 조금 느린 사람이다. 금방 들어온 데이터를 받아들여 적재적소에 보내 결과로 내어 놓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슈퍼 컴퓨터에 못 미치는 사양이라 아날로그적 분석이 필요한 편이다. 그래서 사회 초년생 때는 소위 '멍 때린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며 내 주변 지인들은 약간의 시간 후 나온 결과치에 대한 신뢰도가 쌓이며 그저 멍한 사람이라는 오명은 벗었다.

세월의 흐름 속 나는 비교적 '빠릿빠릿'해졌다. 천성마저 바꿔놓는 밥벌이의 위대한 힘이다.


내가 만난 간사한 이들은 약간의 말재주와 위기대처능력에 능한 이들이었다. 마주하는 문제나 나의 생각에 대해 물었을 때 생각하느라 대답을 지체하고 말이 늦으면 그저 무난한 자동 아싸(아웃사이더)로 분류해 버리더라. 주로 나보다 연배가 있거나 선배들이 그리 했지만, 비교적 자기주장이 강한 동기나 후배들 중에서도 "넌 별 의견 없지? 원래 이런 거 안 좋아하시죠?"

한 때, '이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나? 내가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하는데도 왜 자기들 마음대로 이러지?'라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직장, 가정생활 하며 강산이 두 번 바뀌었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느껴진 건 마음을 옹졸한 틀에 가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내 최대 장점이자 단점인 '꿋꿋함'이 무기가 된 듯하다. 내 심지가 굳으면 웬만한 소란통도 괜찮다. 온 동네 다 알도록 소란스럽고 빨리 이룬 성과는 또 빨리 지더라. 자연스러운 결과로 보이더라.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성의껏 하면 된다. 현재를 살아가는 내 일생 최고의 무기라 자부한다. 아주 작은 정성과 노력이 하루 이틀 지나며 시간 속에 쌓인다.

경제적, 교육적, 사회적 모두 적용된다.

푼돈 무시 마라.  종잣돈 만들어 작은 덩어리 만들어 굴리면 배가 되어 돌아온다.

오늘 한 줄 읽고, 한 줄 쓰다 보면 어느새 책 한 권이 되어 돌아온다. 의심하지 마라.

이 글의 본래 제목이 '버려도 좋을 인간'이었다. 고요해진 내 마음으로 다시 생각하니 그렇게 격앙된 표현조차 스스로에 대한 대상 없는 분노의 표출이 아니었나 싶더라.


사람 사이 맺어지는 '인연'은 각양각색의 연줄이다. 그 속에서 그 줄을 잡을지 말지는 내가 걸정하면 된다. 내 마음이 불편하면 스쳐 보내도 좋을 인연이다. 너와 내가 닿았지만 줄을 잡지 않으면 그저 스쳐가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억울함, 섭섭함, 서운함 같은 감정이 불필요하게  마음에 남지 않는다.

자연스레, '자동 아싸'에서 '선택적 아싸'로 거듭날 수 있다.

“해서 뭐 하게?”, “안돼”, “되겠어?”

일어나 걸어보기도 전에 발목 꺾는 말이다. 주로 내가 스쳐 보내야 할 이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듣지도 말고 들을 필요도 없다.

그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내 인생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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