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강사가 되고 나서는 주말 이틀 꼬박 날밤 세워 자료를 만들었다. 뭘 잘 모르기도 했고 내가 만든 자료를 스스로 써먹기 위해서는 일일이 보고 연습해야 하기 때문에 PPT 한 장 한 장 온 정성다해 만들었다. 지금은 숙달되어 반나절만에도 만들지만 전공서에서 내용을 찾고 각종 뉴스나 영상을 검색하다 보면 이틀 꼬박 시간을 써야 한다. 더구나 연습도 필요하기 때문에 곱절이나 신경 써 만드는 자료다. 차별화된 자료를 보니 청강 온 이들이 강의 후 USB를 들고 찾아온다.
“강사님, 자료 공유 좀 해줄 수 있으세요?”
아! 순간 마음속에서는 탄식이, 얼굴은 최대한 표정 관리 들어간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봐도 “죄송한데 드릴 수가 없네요.”라고 말할 자신은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차피 똑같은 자료로 사용하진 않을 요량이니 쿨하게 드렸다.
‘두목님’이라 부르는 내 강의 스승님은 처음부터 말씀하셨다.
“세상에 나온 자료는 이미 네 것이 아니다.
욕심 내지도 말고 움켜쥐지도 말고 필요하다는 사람에게 그냥 줘라. 주고 나면 넌 또 새로운 걸 만들게 될 거고, 넌 더 성장할 테니까.”
그래 안다. 그 말씀이 무슨 뜻인지 머리로는 이해가 됐다. 하지만 황금 같은 주말 이틀을 갈아 넣은 자료였기에 좀 꽁한 마음도 있었다.
요즘도 종종 강의 자료를 공유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처음 마음과는 다르게 꼬집는 마음 없이 그냥 준다.
대신 이렇게 덧붙인다.
“같이 공부하고 성장해요. 혹시 제가 참고할 만한 부분이 있으면 꼭 알려주세요.”
자료를 참고해 본인만의 색깔로 만들어 내는 분들이 있다. 청강 통해 나도 참고하고 또 배운다.
그게 ‘배움 순환’이라 생각한다. 온몸 혈액순환이 되지 않으면 사람이 살 수 없듯이 신선한 산소와 영양분을 싣고 돌고 돌아야 한다. 이렇게 된 데는 강의를 이으며 느낀 바가 있어서다.
첫째, 자료를 가져가도 어차피 안 쓰는 사람이 반 이상이다.
둘째, 남이 만든 자료를 내 것으로 소화하려면 분명 연습이 필요하다. 그 고민과 연습은 오로지 본인 몫이다.
내 손을 떠난 것에 대한 미련은 앞으로 나아가는 내 발목만 잡을 뿐이다. 진정 잘하고 싶은 뜻이 있다면 어떻게든 자기 것으로 만들 테지만 아무리 좋은 자료라도 활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