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험수집잡화점에서 지하철역 이름으로 N행시를 짓는 모임을 새롭게 열게 되어, 모임을 담당하여 운영하게 되었다. 모임만 운영해도 상관은 없겠지만, 이렇게 뇌를 말랑말랑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을 것 같아 적극 참여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은, 살면서 N행시를 지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서 두려웠다. 그렇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2월 24일, 신분당선 지하철역 이름으로 시 짓기를 시작했다. 매일 한 개 역씩 짓고, 주말은 쉬어갔다.
시작은 '강남'역부터!
강남은 두 글자이면서, 어렵지 않은 글자여서 순조롭게 시작할 수 있었다.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쏟아지는 시들을 매일 보고 있자니, 신박한 아이디어와 다양한 어휘 선택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모두 시인 같았다. 어쩜 이렇게들 끼가 넘치시는지 상대적으로 나는 좌절 그 자체였다. 머리를 굴려본 적이 없던 나는 한참 동안이나 생각한 뒤에야 겨우 하나를 지을 수 있었다.
나는 셋째 날이 정말, 진심으로 고비였다. 정해진 단어라는 제약 사항에 맞춰 그럴듯하게 이어지는 시를 만들어야 하는데, '양재시민의숲'은 정말 큰 난관이었다. 여섯개라는 글자 개수도, 숲이라는 글자의 난이도도 모두. 머리를 쥐어짜다시피 해도 마땅한 시 한 편이 떠오르지 않아 전전긍긍했다. 정말 뇌가 말랑말랑을 넘어서 몰캉몰캉 뭉개져버리는 느낌이었다. 창작의 고통이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그러다 그 당시 읽고 있었던 <떨림과 울림>책에서 영감을 얻어 무사히 시를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약간 '이과적인' 시를 짓는 바람에, 문과 출신자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어 마음이 좀 무거웠다. 그래서 다음날부터는 누가 봐도 공감할 수 있도록 감성적인 시를 짓고자 더 신경 쓰게 되었다. 재미 또는 의미를 내포하기로!
신분당선 13개의 지하철역을 하루도 빠짐없이 모두 완주할 수 있어서 너무나 기뻤다. 영광스러운 일이라 이미지로 만들어 보았다. N행시를 짓는 감각이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처음으로 지어본 나만의 작품이니까 내겐 의미가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