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대한다는 것
"네... 여보세요...."
..............! '이렇게 유명한 신문사의 고객센터인데 어디라고 밝히지도 않다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고객을 응대해본 경력이 있어 최소한의 매뉴얼 정도는 있을 거라고 예상했던 것이다. 내가 오히려 해당 신문사 고객센터임을 물어서 확인 후 나의 용건을 이야기했다. 나는 고객응대의 어려움을 겪어봤기에, 전화상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문의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감정 노동자들이 얼마나 예상보다 더 많은 고충을 겪는지 알기 때문에.
그 고객센터 직원은 내 문의가 끝나자마자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고 본인이 궁금한 것만 물어봤다. 자동이체가 되어 있는지... '.... 그런 걸 왜 묻지???'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구독자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려는 것 같았다. '아.. 여긴 시스템이 없구나...' 생각했다. 보통은 자신의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의 기본적인 정보를 확인 후, 회사 시스템에서 정보를 크로스 확인 후 문의에 대한 응대를 하는 게 일반적일 텐데, 시스템이 잘 안 갖추어져 있거나 고객응대 매뉴얼이 따로 없거나 그런 것 같았다. 시스템의 부재, 매뉴얼의 부재 그런 것쯤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 귀에 거슬리고, 내 생각을 온통 집중시키고, 내 마음을 안타깝게 한 것은 다름 아닌 그 직원의 목소리였다. 다 죽어가는 목소리... 정말 귀찮은데 이게 일이니까 일단 전화는 받는다라는 목소리... 나는 전화받는 기계일 뿐 나한테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라는 목소리... 였다. 배달이 잘못되어 항의는 아니지만 문의하려는 내가 오히려 너무나 미안해지게 만드는 목소리였다. 확인 후 배달이 정상적으로 되게 조치하겠다는 답변은 받았으나 역시 단순한 사과 멘트 정도도 기대할 수가 없는 목소리였다. 좀, 많이, 안타까웠다. 그 회사 분위기가 어떨지 훤히 보인다고나 할까.
가족한테 전화를 하든, 친구한테 전화를 하든, 사내에서 동료와 전화를 하든 전화 예절이라는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배운다. 그런데 최소한의 예의 따위 저버릴 만큼 우리 사회의 고객센터의 분위기가 어떤지, 혹은 그 회사의 처우가 어떤지를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나 씁쓸했다. 물론 고객은 왕이 아니다. 단지 기본적인 전화예절의 수준마저도 사라지게 할 정도로 그 직원을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개인의 성격 차이일수도 있지만... '그렇게 힘들게 일할 거면 차라리 다른 일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하는 주제넘은 생각마저 들었다.
고객을 대한다는 것,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영업을 하는 경우 대부분 고객을 직접 응대한다. 규모가 있는 회사의 경우, 특정 부서의 담당자들만 주로 고객을 만난다. 영업, 마케팅, 고객센터와 같은 부서 말이다. B2B의 경우는 거래하는 기업의 니즈만 잘 파악하면 되지만, B2C의 경우는 수많은 일반 고객들의 니즈를 살펴야 하다 보니 고객을 대하는 전략과 형태가 달라진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사람 대 사람으로 직접 응대하며 일하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이건 겪어보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
고객을 대한다는 것, 사람을 대한다는 것...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그 날의 짧은 전화 한 통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주었다. 어떤 일을 하든지 현재를 살아가는 것, 아니 살아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