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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Designeer Jan 07. 2021

새해에도 또 똑같은 결심을 한다고?

[신문연재]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2021년 1월호 - 인생단상 #8

2021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매년 새해가 되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새로운 목표를 세웁니다. 다이어트 하기, 영어 공부, 독서량 늘리기, 규칙적인 생활하기, 취미 활동하기 등 다양한 목표들을 세우곤 하지요. 그런데 <아주 작은 반복의 힘> 책의 조사에 따르면 새해 목표 설정 후 첫 15주 안에 4분의 1이 포기를 하고, 다음 해에 똑같은 결심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결심을 무려 10년 동안이나 반복한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제가 세웠던 대부분의 결심들도 운동, 영어, 독서 등 새해마다 반복했던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성공한 것도 있지만 실패한 결심들도 수두룩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목표가 주로 실패했던 걸까요? 로버트 마우어 저자의 말에 의하면 실행하려는 목표가 너무 추상적이거나 혹은 너무 거대할 경우 두려움에 압도되어 실패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올해는 어떤 목표를 어떻게 세우는 게 좋을까요?


저는 어차피 실패할 거, 새로운 목표가 무의미하다고 보는 비관론자는 아닙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처럼 실패한 목표를 반복 또 반복하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이왕이면 이번에는 실패가 아닌 성공으로 바꾸고 싶은 의욕이 끓었습니다. 최근에 실패했던 목표 중에 ‘유, 무형 공간 정리정돈하기’가 계속 눈에 밟혔습니다. 물리적 공간인 집에서의 난잡하게 쌓아 올려진 책들과 잡동사니들, 디지털 공간인 컴퓨터와 클라우드 속 정리되지 않은 수많은 파일과 사진들은 제각기 분류되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것 같았지요. 물론 어질러진 환경이 새로운 우주를 탄생시킨다는 창의성과 긍정성을 낳을 수도 있지만, 그 정도의 낙관론자 또한 아닙니다. 그동안 버리는 것이 아까워서 혹은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 그런 거라 합리화해도, 몹쓸 게으름 탓이라고 자책해도 변하는 것은 없었습니다. 물건과 자료가 저의 공간을 점점 땅따먹기 해서 잠식해갈뿐이었지요.



화학 공부를 하다 보면 ‘엔트로피’ 즉, ‘무질서도’에 관한 개념이 나옵니다. 모든 물질은 차곡차곡 붙어서 질서 정연하게 있으려 하기보다는 서로 멀리 떨어져 정해지지 않은 위치에 있으려 한다는 개념이지요. 버스에 차례차례 승차하는 승객들이 대부분 멀찍이 떨어져 앉으려는 속성에 비유할 수도 있습니다. 인생을 구성하는 요소들도 의식적으로 하나하나 정리하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 두면, 이렇게 무질서한 상태로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다 점점 가득 메워지면 만원버스마냥 더 이상 움직일 공간조차 없어져 버리겠지요. 오프라인에서든 온라인에서든 버릴 것 버리고 보관할 것 보관하기 위한 자신만의 규칙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야 집 안에도, 컴퓨터 안에도, 머릿속에도 여유롭게 움직일 공간을 확보할 테니까요.


<다가오는 말들> 책을 쓴 은유 작가는 어차피 더러워질 걸 알면서도 또 청소를 하듯이 글을 쓰고 또 거듭 써야 했다고 말합니다. 저 역시 어차피 헝클어질 걸 알면서도 정리하고 또 거듭 정돈하며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식으로 결심을 해야 할까요? 매일 5분 정리하기? 이것도 매우 작은 실천처럼 보이지만 저는 실패했습니다. 매번 같은 곳만 정리하게 되는 부작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목표를 더 작고, 구체적으로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연필꽂이 한 개 정리하기’부터 시도할 생각입니다. 이렇게 1년 동안 하면 365군데나 정리할 수 있게 된다는 기대감에 설렙니다. 분명 정신을 차리고 보면 또 흐트러져 있고, 어수선해져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미니멀라이프를 꿈꾸진 않지만, ‘맥시멀라이프에서 벗어나기’ 이것도 새해를 위한 좋은 결심이 아닐까요? 





본 글은 지역신문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2021년 1월호에 연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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