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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윤 Aug 13. 2019

제4장. 올바른 관계를 위한 여덟 번째 법칙

충고나 조언을 함부로 하지 마라

 다음엔 꼭 계획 임신해.


 지난해 겨울, 출산 직후 내가 직장동료로부터 들었던 첫마디였다. 나의 출산 휴가로 인해 내가 맡고 있던 업무들이 여러 사람에게 분산되었다. 각자의 업무도 있는데 나의 업무까지 떠맡았으니 힘들었을 법했다. 임신, 출산 기간 내내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이 교차했었다. 하지만 동료로부터 이 말을 들은 후에는 나의 일을 맡아준 것에 대한 감사함 대신, 출산 후 처음 만나는 나를 이런 식으로 대할 수밖에 없는 동료에 대한 억한 감정이 먼저 들었다.

     

 이런 감정이 먼저 치민 이유는 따로 있었다. 실제 내가 임신한 상태로 일을 하는 동안 동료는 나의 상황을 이해해주며 도와주기는커녕 자신이 더 힘들다며 나에게 하소연하기 바빴다. 그 결과 나도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물론 내가 함께 일하길 원해서 같은 부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임신까지 하게 되었으니 그녀 입장에서는 나로 인해 고생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동료와 함께 일하는 내내 항상 내 탓이라 생각하며 그녀를 이해하려 했다. 하지만 결혼도 안 한 동료에게 계획 임신하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녀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나의 행동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시간이 한참 지나고 생각해 보니 그녀 입장도 이해가 되었다. 그녀는 결혼을 안 했으니 그 상황은 더더욱 알 리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친구 B는 몇 달 전부터 배드민턴 동호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니면서 신경 쓰이는 일이 생겼다. 바로 일부 회원들의 지나친(?) 관심 때문이었다. 물론 배드민턴 초보자인 그녀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고마운 분들도 물론 많이 계셨다. 하지만 딱히 그녀에게 알려주는 것 없이 실력이 부족하다며 연습이나 잘하라고 앞에서 대놓고 이야기하거나 뒷말을 하는 아주머니들이 문제였다. 이런 충고나 조언을 들을 때면 배드민턴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이 된다. 특별히 도와주는 것도 없이 저렇게 훈수만 두는 아주머니들이 야속하다. 

  

 친구 B의 경우도 일부 동호회 회원들의 조언 아닌 조언들로 동호회의 지속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동호회에 나갈 때마다 충고처럼 들리는 말들로 인해 그녀는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일부 회원들이 하는 이야기가 결코 틀린 말은 아니지만 동호회 새내기인 그녀를 챙겨주기보다는 뒤에서 또는 앞에서 충고하듯이 이야기하는 것은 달갑지 않다. 반대로 배드민턴이 처음인 그녀에게 이것저것 자세히 알려주며 도움을 주는 회원이 그렇게 얘기했다면 그녀가 그렇게까지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다. 충고나 조언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다. 평상시, 상대를 얼마나 아끼고 위해주었는지에 따라 충고의 흡수율은 달라진다. 타인에게 충고를 하려면 최소한으로 필요한 자격이 있는 것이다.


 충고와 조언을 위한 선행 조건 첫 번째는 상대방이 처한 입장에 대한 이해이다. 아무리 그 말이 논리적이고 사실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에 대한 이해 없이 바로 내뱉는 충고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충고나 조언가 아무리 논리적이고 이치에 맞는 말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 또는 그 입장에 처해보지도 않고 다짜고짜 충고를 한다면 상대방은 그 충고를 기쁘게 받아들일 수 없다.

 실제로 나는 ‘다낭성 난소증후군’으로 인해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간 생리가 없는 때가 많았다. 임신이 되기 힘들다는 판단 하에 긴 시간을 두고 조금씩 시도를 하고 있는 참에 생각보다 빠르게 임신이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어려움을 겪은 나로서는 상대방으로부터 계획 임신하라는 소리를 들으니 속상할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같은 부서에 계시던 선배님들은 임신 기간 내내 선배님들은 나의 입장을 이해해주시고 배려해주셨다. 또한 출산 휴가 이후의 공백은 내가 신경 쓸 것이 아니라며 항상 괜찮다고 말씀해주셨다. 지금 생각해도 고마운 분들이다. 만약, 이 분들이 나에게 계획 임신을 말씀하셨다면 아마 나는 그분들의 말씀을 수긍하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두 번째 전제 조건은 상대방에 대한 긍정적인 말이다. 충고나 조언은 분명 상대방이 듣기에 기분 좋은 말은 결코 아니다. 그러므로 조언을 하려면 미리 상대방에 대한 칭찬을 함으로써 상대방이 충고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분을 좋게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이는 높이뛰기에 비유를 할 수 있다. 높이뛰기를 했는데 등으로 착지하니 아무것도 없는 맨바닥이라면 몸은 그 충격을 그대로 흡수해야 한다. 그 충격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하지만 매트가 깔려 있다면 착지에서 오는 충격을 잡아준다. 마찬가지이다. 상대방에 대한 쓴소리를 하고자 한다면 그전에 긍정적인 말들로 상대방이 충격에 대비할 수 있는 정신 상태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기분 좋은 상태에서 충고를 듣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결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세 번째는 상대방을 위한 노력이다. 나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갑자기 나를 찾아와 충고를 한다면? 대부분 미친 사람 취급하며 그 충고를 무시할 것이다. 이와 같은 논리로 ‘네가 날 위해 해 준 게 뭔데?’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의 사이라면 충고를 안 하는 것이 낫다. 날 위해 딱히 해준 것도 없어 보이는 사람이 충고를 한다면 대부분 기분이 나쁠 뿐 충고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의 강점이나 장점보다는 결점이나 단점을 더 잘 본다. 그 결과, 자연스레 충고나 조언을 늘어놓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상대방에게 조언을 하기 전, 꼭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나는 과연 사람들에게 충고를 들을만할 결점조차 없는 사람인지를 말이다.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나도 분명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많은 운전자들은 상대 차량이 차선 끼어들기를 한다고 욕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욕을 하는 사람들 중 끼어들기를 안 하는 사람은 없다.

     

 충고나 조언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나는 과연 저 상황에서 저렇게 행동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먼저 돌이켜 보자.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똑같이 겪게 된다면 나도 그렇게 되진 않을지를 말이다. 우리는 상대의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들을 보고 그 상대를 비난 섞인 어조로 충고하기보다는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상대의 행동을 통해 나의 행동을 반성하고 나 자신의 공부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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