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인대 통증으로 두 달간 쉬었다가 다시 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거리도 페이스도 모두 떨어져 있었다.
조급한 마음은 접어두고 천천히 달리기로 마음먹었다.
중학교 1학년인 딸.
아빠랑 같이 달리겠다고 했다.
당분간은 천천히 달릴 계획이라 함께 나갔다.
항상 달리던 그 길을 딸과 함께 달렸다.
처음 달리는 딸에게 속도를 맞춰서 뛰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주 느리게 뛰었다.
"아빠 여기가 어디쯤이야?"
"응? 글쎄"
수십 번도 더 달렸던 곳인데 막상 딸이 물어보니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몰랐다.
딸은 쉬지 않고 말을 했다.
"저기 이마트"
"저 아파트가 00아파트 아니야?"
"여기 센텀 가는 길"
처음 달리는 아이의 눈에 이런 것들이 보였나 보다.
놀라운 것은 그동안 매일같이 달려도 나는 보지 못했다.
대체 무엇 때문에 주변을 살필 여유조차 없었을까?
잘 아는 길이다.
보이는 도로들은 자주 다니는 도로들이었고,
동네는 내가 어린 시절부터 살았던 곳이다.
잘 아는 곳이라서 주변을 살피지 않았던 것일까?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그냥 나는 달리기를 하면서 전혀 즐기지 못했다.
숫자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었다.
거리, 시간, 페이스, 심박수 등
시계가 알려주는 숫자에 얽매여 달렸다.
시원한 바람과 지나치는 사람들.
매일 조금씩 변하는 풍경들.
흐르는 땀.
단순하고 당연한 것들을 즐기지 못하고 있었다.
내 딸은 처음 달리기를 하면서 3km라는 쉽지 않은 거리를 달리면서도,
그것들을 눈에 담고 느끼고 있었다.
나보다 더 달리기를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우리 딸에게 운동 후 물었다.
"힘들지? 어때?"
"엄청 힘든데, 그래도 재밌어. 아빠랑 또 달리러 나올래"
"그래 시간 있을 때마다 나오자"
딸과 함께 달리며 내가 달리기를 가르쳐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가 딸에게 달리기를 배운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