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학교에서는 학부모회 즉 PTA가 여러 가지 일을 맡아 진행하며 학교뿐 아니라 부모가 사회가 아이들을 함께 키운다고 소개한 적이 있다.
약 한달 반전, PTA 회의 중 Seppo라는 아저씨가 가족 나들이로 Tuola가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Tuola는 천체관측소로 관람객을 위한 영화상영도 하고 있다며 자세히 소개를 해주었다.Tuola는 우리 집에서 5분거리로 매일 그 옆을 오가며 길가의 표지판과 멀리 보이는 둥근 돔을 자주 보았던 터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지만 해당 사이트에서는 영어를 지원하지 않아 그저 궁금해 하기만 하던 참에 Seppo가 학생가족 나들이를 제안하니 내심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Seppo는 그날부터 관람에 필요한 준비와 예약, 안내 등을 맡아 나들이를 준비했다. Tuola의 규모를 고려하여 한 번에 약50명의 인원이 관람할 수 있으니 선착순으로 배정하겠다고 하기에 재빨리 신청을 했다. 게다가 PTA 멤버는 영화관람비 2유로가 지원된다하니 신청하지 아니할 수가 없다.
우리집에서 가깝다는 것은 시내에서는 조금 떨어진 외곽이라는 뜻이다. 작은 아이 친구 Katie가족과 큰 아이 친구 Gabby가족도 같은 회차에 참석하게 되어 딸들은 주말에 학교밖에서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입구에서 부터 TIS ( Turku international shcool) 관림객은 이쪽으로 오세요 라고 적힌 화살표를 따라 가니 강연장이 준비되어 있고 Seppo가 분주히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
Seppo의 인삿말과 함께 Tuola와 핀란드의 천체관측소들에 대한 개요가 이어진다. 옆에 앉은 Susanna에게 귓속말로 이야기를 나눈다.
Seppo가 여기서 일하나봐~?
자기가 일하는 직장에서 관련 업무와 의의를 소개하는 자리, 핀란드 학부모사이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두바이의 주요 건물외관디자인을 맡았던 핀란드의 유명건축디자인회사에 근무하는 Aida엄마의 사무실에 방문하여 현장학습을 다녀오기도 했고, 요가 강사를 하는 Elina의 엄마가 체육시간에 와서 아이들과 요가동작을 함께 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 온 Johanna는 모든 재료를 손수 준비해와 아이들과 피자와 스파게띠를 만들어 보기도 했다.
Seppo는 오늘, 학생들과 그 가족에게 우주의 신비, 그리고 천체망원경의 원리 등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아이들 친구 부모님들도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짧은 기간 한국학교에 다니기는 했지만 그분들의 직업세계를 견학해볼 기회는 없었다. 그저 부모님 재능기부 성격으로 반별오 착출되다시피한 학부모들이 한 차례씩 직업의 세계를 소개하는 기회는 있었다. 지금은 그만두었지만 신청자가 없어 고생하시던 아이의 선생님을 돕고자 이제는 더이상 종사하고 있지도 않은 내 직업을 소개하고 올만큼 참여도와 적극성은 부족했던 학교 행정 중 하나였던 것 같다. 그리고 좀더 길게 다닌 미국학교에서도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하고 떠나왔다.
Seppo는 세 그룹으로 나누어 천체망원경 관람팀, 기록실 탐방팀, 영상관람팀으로 각각 안내하고 동료들을 소개했다. 약 두 시간 동안 세 곳을 돌며 안내를 받고 설명을 들으며 구경을 했다.
천문대의 천체망원경과 관측한 것을 기록하는 컴퓨터를 살펴 보고 커다란 거울도 한 번씩 들여다 본다. 360도 관측을 위해 돔이 돌아가는 것을 시연해 주고 돔의 슬릿이 열리며 망원경이 그 사이로 뻗어 올라갈 때 모든 아이들과 부모들은 탄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지금 바닥이 돈거에요? 위에 돔이 돈 거에요?
딸아이가 질문을 하자 Seppo는 웃으며 답한다. 돔이 도는거야, 저쪽에 나무결들을 잘봐~
버튼을 누르니 돔이 다시 조금 돌고 Seppo가 가리킨 나무조각부분이 옆으로 이동한다.
아아아아아!!!
뭔가 큰 깨달음을 얻은 듯이 아이는 활짝 웃으며 끄덕인다.
기록실의 동료가 문앞에서 맞이하더니 동굴같은 연구소로 우리를 이끈다. 미세한 떨림에도 반응하는 레이저를 다루기 위해 흔들림없는 돌덩어리 테이블을 사용하고 있다며 돌테이블을 손바닥으로 탁탁 내리친다. 벽을 향해 발사되고 있던 빨간 레이저가 함께 흔들린다.
이것 봐, 작업하는 동안 이 테이블은 절대 흔들리면 안된단다.
태양계에 관한 영상자료를 관람하고 식당으로 향한다. Seppo는 관람객들을 위해 필요한 만큼의 좌석수를 예약해 두었고 단체요금할인도 받을 수 있도록 식당의 주인분과 이야기를 해두었던 모양이다.
식당은 작은 가게와 연결되어 있었는데 크리스마스 소품들이 예쁘게 진열되어 있었다.
오늘도 열일하는 PTA, Seppo에게 오늘의 이벤트를 준비해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Katie와 Gabby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우리 집이 가까우니 들러서 놀다가겠느냐 묻자 마자 냉큼 차에 올라타는 녀석들, 마냥놀고 마냥 즐거운 행복한 아이들이다.
한국에서라면 중학수학선행을 위해 학원을 다니고 과학특강을 듣고 학원에서 있을 영어단어시험을 준비하느라 단어장을 들고 다닐 아이들이 장소를 옮겨가며 하루 종일 천진난만한 미소를 머금으며 그저 논다.
우리들은 부모님들의 세대에 비해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좀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왔다.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는 우리보다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다른 고민없이 그저 즐겁기 위한 고민만을 하는 이곳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지금 내 나라의 모습이 더욱 무겁게 가슴을 누른다.
좀더 좋은 나라, 행복한 세상 만들어 주고 싶은데
분탕질로 나라가 온통 얼룩져 있다.
뭐에 쓴다고 약들은 그리도 많이 사들였나 모르겠다.
핀란드 학교의 PTA이야기가 궁금하시면 요 아래
https://brunch.co.kr/@lifeinfinland/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