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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Mar 14. 2017

예단이 가져오는 실수

Sinebrychoff Art Museum과 인근 카페들

헬싱키에서 우리 집으로 돌아오려면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에 진입한 뒤 한 시간 반 가량 달려야 한다. 투르크 방향 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전, 헬싱키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그곳에 작은 미술관이 하나 있다.


Sinebrychoff Art Museum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특색있는 특별전이 종종 열리는 곳이다. 일부러 이곳을 목적지로 삼아 헬싱키 나들이를 하지는 않지만 오다가다 잠시 들르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길고 긴 겨울도 이제 물러나려나 기대 반 의구심 반으로 자꾸만 창문을 열어 보게 되는 겨울의 끝자락에서 Caesar Van Everdinger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작은 미술관으로 향한다.


Everdinger는 네덜란드최고의 화가로 일컬어지는 렘브란트와 동시대의 화가로 렘브란트와는 다른 그만의 절제되고 고전적인 화풍으로 거장의 자리에 오른 화가이다. 특별전 안내 포스터와 팜플렛, 입장 스티커 등 전면에 배치된 그의 대표작 '넓은 챙이 달린 모자를 쓴 여인 ( Young woman in broad-brimmed hat)만 보아도 그리스 로마신화의 여신이 현대적 옷을 입고 선 듯한 느낌이 묻어 나온다. 도자기처럼 매끄러운 피부와 과하지 않은 양감으로 여인의 매력을 드러내고 있는 점등이 특히 그러하다.


특별전을 둘러 보다 보니 어느덧 Everdingen의 생애와 작품을 벽면에 연대기로 정리해 둔 곳에 이르렀다. 좁다란 길을 따라 걸으며 벽면의 그림과 글자에 집중한다. 특이한 그림이 소개되고 있어 자세히 들여다 보니 St.Lawrence church의 오르간에 그린 그림이란다.


St.Lawrence교회에 저런 그림을 덧입은 오르간이 있었나? St.Lawrence교회면 공항가는 길에 있는 그 교회아냐?

미술관을 빠져 나오자 마자 오르간에 그렸다는 저 그림이 직접 보고 싶어 교회를 향해 차를 몰았다. 대략 15분을 달려 도착한 교회는 아직 다 녹지 않은 눈밭너머에서 나를 반긴다.하지만 오르간도 오르간위에 덧입혀 그렸다는 그림도 보이질 않는다.

잠시 후 세상에는 수많은 St.Lawrence 교회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미술관에서 보았던 자료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St.Lawrence Church in Alkmaar


확인해 보니 Alkmaar는 네덜란드의 도시명이다. 얼핏 내가 알고 있는 그 교회가 자리한 곳이 Alkmaar려니 생각해 버린 것이다. 심지어 Everdinger가 네덜란드에서 태어 났지만 핀란드에 와서 그림을 그렸던 시기도 있었나 보구나, 그때 이 교회에 그림을 남겼구나라고 멋대로 생각하기도 했다.


핀란드의 지명이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내가 알고 있는 단편적인 사실을 토대로 내가 생각하고 싶은대로 엉뚱한 내용으로 가공해 버렸다. 교회이름을 보자마자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그 교회에 들러 그림을 직접 보겠다는 생각에 들떠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고 확인하는 단계를 건너뛴 것이다.


살아오면서 나는 얼마나 많은 판단을 본질과 다르게 해버렸을까? 오해하고 왜곡하고, 그 결과로 정의내린 수많은 판단실수들을 바로잡기는 커녕 진실과 왜곡의 경계조차 불분명하다.


피식, 설익은 웃음이 스민다. 결과적으로 헛걸음을 한 셈이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도움이 될 작은 지혜를 배웠다.살아가는 동안 예단의 실수를 줄여간다면 후회할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



Sinebrychoff Art Museum

Address : Bulevardi 40, 00120 Helsinki

월요일 휴무, 1층 특별전을 제외한 2층은 무료관람


마켓광장, 헬싱키 대성당 등 헬싱키 시내관광의 주를 이루는 지역은 헬싱키의 동북쪽이고 Sinebrychoff Art Museum이 있는 지역은 상대적으로 헬싱키의 서남쪽이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지역은 아니지만 미술관 뒷편으로 Sinebrychoff공원이 있고 도보 10분 거리 이내에 괜찮은 카페들이 자리한 숨은 명소이다.


Kaffa Roastery

모던한 북유럽 인테리어의 궁극을 보여주는 카페 내부, 맛있는 커피


Moko Market Café & Store Punavuori

인테리어 소품샵과 카페를 함께 운영하고 있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



Deli cafe Maya

와플과 크로와샹 등 빵이 맛있는 집

Cafe Andante

꽃을 테마로 한 멋진 카페로 헬싱키에서 가장 사랑하는 카페다.


헬싱키의 또다른 카페이야기는 요 아래 꾸욱


https://brunch.co.kr/@lifeinfinland/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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