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입니다
한때는 나도 집이 있었다. 이제는 아득히 먼 과거 같은 그 시절, 삶의 만족도는 최상이었다. 수입이 많은 건 아니지만 나와 개 두 마리를 책임질 만큼은 벌었기에, 하고 싶은 것 하고, 먹고 싶은 것 먹으면서 지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오롯이 혼자 존재할 수 있음에 행복했다. 하루 일과를 모두 끝내고 개들과 포근한 이불에 싸여 있으면 무엇도 필요하지 않았다. 공간은 단순한 집이 아니라 개들과 나만 존재하는 안락한 요새였으니까. 평화로운 그 순간이 아주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바랐다.
물론 때때로 겁이 나기도 했다. 매일 가던 곳만 가고, 만나는 사람만 만나는 반복되는 일상이 축복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평화롭지만 새롭지는 않은 이 삶에 나는 언제까지 만족할 수 있을까? 그럴 때면 오랜 꿈이었던 해외 살이에 대한 열망이 불쑥 고개를 쳐들었다. 하지만 나는 겁쟁이어서,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이벤트가 제 발로 찾아오면 좋겠다는 허황된 꿈만 꿨다. 그러던 어느 날, 내 바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초인종이 울렸다. 개들이 일제히 날뛰기 시작했다. 어찌나 광견 같은지 세나개 애청자 주인 밑에서 컸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였다.
"누구세요?"
"복도 끝 집이에요."
외국 영화에서 누군지 확인도 안 하고 문부터 여는 주인공들을 욕할 땐 언제고, 이웃이란 말에 바로 문을 열었다. 나보다 큰 키에 시선이 따라 올라갔다. 밝은 갈색 머리칼이 서글서글한 인상과 어우러졌다. 낯이 익기는커녕 오며 가며 본 기억이 전혀 없었다. 뭐지? 이 사람 누구지? 왜 온 거지? 어떻게 해야 하지?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현대 사회 풍조를 깨다니. 대체 왜? 왜!! 평정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머릿속에서는 댐이 무너지듯 생각들이 쏟아졌다.
그가 불쑥 봉지를 내밀었다.
"쿠키예요. 자주 가는 카페에서 단골이라고 챙겨주셨는데 너무 많아서요."
어?
"괜찮으시면 좀 나눠드리고 싶어서요."
언제나 일상에 이벤트가 찾아오기를 바랐었다. 그리고 이벤트는 현대 사회의 풍조를 깨고 불쑥 안전한 요새를 함락시켰다. 두 광견이 부두 의식의 한 장면처럼 춤추듯 날뛰었고, 나는 그가 건넨 봉지를 받아 들었다. 그게 어떤 나비효과로 돌아올지 꿈에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