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쪽종족이 거주하는 캄보디아 두 번째 소수종족 마을에서의 봉사기
두 번째 마을은 끄렁종족 마을에서 1시간을 더 들어가야 가는 오지 중의 오지다. 누우런 세산강을 낡은 뗏목을 타고 들어가는 곳. 과연 이 많은 사람들이 뗏목을 탈 수 있을지 겁부터 났다. 너무나 부실해 보이는 이 뗏목은 세월의 훈련에 익어서인지 생각보다 튼튼하다. 강을 건너려는 이들은 낡은 뗏목 위에 오토바이도 싣는다.
마을이 가까워지자 강가 근처에서 빨래를 하고, 목욕을 하는 마을 주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자세히 보니 이 누우런 물들을 물통에 담기도 한다. 이름도 낯선 이 세산강은 마을 주민들에게 생명의 젖줄인 셈이다. 옆에서 아이들은 낄낄거리며 수영을 하고 있다. 뗏목을 타고 들어와야 닿는 이곳은 오랜 시간 문명과 단절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환경에선 아이들은 교육에 접근하기 어려웠을 터. 마을 입구엔 선교사님과 NGO가 협력하여 세운 유치원 겸 예배당이 입구에 멋지게 세워져 있었다.
두 번째 마을에서의 프로그램 봉사는 극강의 난이도였다. 우리가 예상했던 인원보다 아이들이 너무 많이 온 것. 방학 시즌임을 고려하여 최대 150명을 생각했는데, 대략 300명의 아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손에 손을 잡고 어린 동생들을 데려온 아이들도 많았다. 저출산 국가에서 온지라 적잖이 당황했다. 당연히 준비물은 부족했다. 아이들이 준비물을 나눠 쓰며 혹여나 싸우는 일이 없길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모른다. 다행히 이 천사 같은 아이들은 낯선 이방 선생님들을 반갑게 마주해 주고, 서로를 배려하며 활동을 잘 마무리해 주었다.
급하게 준비한 풍선놀이도 성공적이었다. 준비해 온 여러 프로그램은 인원이 너무 많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풍선을 불기 시작했다. 인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풍선수였지만 아이들은 풍선 넘기기 대결을 하며 마냥 신나 한다. 공중에 떠 있는 형형색색의 풍선들과 풍선을 넘기는 아이들의 움직임, 교실이 떠나갈 것 같은 함박웃음소리, 푹푹 찌는 열기에 맥없이 돌아가는 선풍기는 기억 속 한 장면으로 깊이 박혔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뛰어다니느라 체력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날이었지만, 아이들의 행복한 표정과 웃음소리는 이 모든 것을 상쇄시켜 줬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다시 마을을 나와 돌아가는 길, 이젠 뗏목에 털썩 주저앉아 보는 여유를 부려본다. 강에서 여전히 물을 긷고 빨래하는 이들이 점점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우기라 늘 날씨가 걱정이었는데 마치 우리의 수고를 안다는 듯이 하늘과 구름이 유독 맑았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