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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티 Jul 30. 2024

본격적인 봉사활동의 시작, 끄렁종족 마을을 찾아서

끄렁종족이 거주하는 캄보디아 첫 번째 소수종족 마을에서의 봉사기

꺼쪽종족이 거주하는 캄보디아 두 번째 소수종족 마을에서의 봉사기

본격적으로 봉사를 시작하는 날이다. 우리가 머문 곳은 캄보디아 북동부에 위치한 라따나끼리 주. 라따나끼리엔 뚬뿌언, 끄렁, 꾸이 등 다양한 소수종족이 거주하고 있다. 베트남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보니 이외에도 베트남인, 중국인들도 많이 모여 산다. 라따나끼리 소수종족들은 그들만의 고유의 전통, 문화, 언어를 갖고 있다. 최근엔 문명을 많이 접하면서 많은 소수종족들은 캄보디아 공식 언어인 '크메르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처음 방문하게 된 곳은 수많은 소수종족 중, '끄렁종족'이 거주하는 마을이었다. 끄렁종족은 주로 고원지대에서 화전을 일구며 살아간다고 한다. 조상에게 물려받은 그들만의 고유의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데, 이때 아이들은 일터에 동원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학업을 중도 포기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라따나끼리는 캄보디아에서도 조혼율이 가장 높은 주이기도 하다. 요즘엔 그 비율이 낮아지긴 했으나, 10대가 되면 대부분 많은 아이들이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는다고 한다. 끄렁종족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다 보니, 라따나끼리 중심에서도 약 한 시간 정도 달려야 하는 끄렁종족 마을에 도착했다. 프놈펜에서 라따나끼리 약 9시간, 라따나끼리 중심에서 끄렁종족 마을까지 또 한 시간. 매일매일이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끄렁종족 마을 가는 길. 라따나끼리 중심에서도 한참을 달려야 나온다.


주일 예배가 시작되자 삼삼오오 마을 주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사방이 뻥 뚫려있고 나무 바닥이 깔려 있는 소위 야외 예배당이다. 한국에서처럼 화려한 건물, 악기, 내부 인테리어는 없었지만 자연을 벗 삼은 야외 예배당 위엔 푸르른 하늘이 그림처럼 걸려있었다. 주로 나오시는 분들은 아이들을 엎고 나온 어머니들이다. 이곳에서도 어머니들의 열기는 대단하다. 꼼지락꼼지락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아이들이지만, 어머니들은 어르고 달래며 예배에 집중한다. 나는 이들에게 무언가를 주려고 왔는데, 되레 배운다. 푹푹 찌는 7월의 여름. 집에서 한참을 걸어야 하는 이곳까지 나와 집중하는 이들의 눈망울을 보니, 살짝 동정했던 마음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이들은 이 날, 어떤 기도를 올렸을까. 이들에게 한국의 '봉사자'가 아닌, 한 명의 '동역자'가 되고 싶어졌다. 옆에서 함께 기도를 했다. 


이튿날, 아이들과 함께한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방학이라서 많이 나오진 않을 거라 했는데, 웬걸. 족히 100명은 넘게 온 것 같다. 저출산 국가에만 있다 보니 수많은 아이들의 무리가 낯설 게 느껴졌다. 낯선 이방인들이 준비해 온 무언극을 아이들은 낄낄 대며 관망한다. 준비가 많이 부족했는데, 부족한 우리를 아이들은 천사 같은 웃음소리로 반응해 주었다. 덕분에 중대한 임무를 잘 마친 기분이었다. 이어서 팔찌 만들기, 색칠공부까지 하나하나 준비한 보따리들을 풀어내었다. 우리는 고작 하루 아이들과 호흡했지만, 이들에겐 어린 날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길 바라본다. 프로그램을 마치고, 간식을 받아가는 아이들의 표정은 그 어떤 천사와도 비교할 수 없었다. 이후 본인이 끌고 온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아니, 세상물정 모르는 아이들 같았는데 오토바이를 모는 모습을 보니 완전 어른이었다. 


한바탕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찬 이곳에 찌는 여름 소리만 남았다. 이어 방과 후 학교 벽화 그리기에 돌입했다. 방과 후 학교의 외관은 그야말로 창고였다. 어둡고 컴컴한 이곳에서 아이들은 공부한다. 벽을 뜯어내고, 흰색 페인트를 칠하고, 우리가 준비한 고래 모양의 도안을 바탕으로 페인트를 칠해나갔다. 바다 위를 첨벙 떠오르는 고래. 이곳에서 공부하는 아이들도 바다 밖 세상으로 힘차게 도약할 수 있길 바라본다. 하나 둘 색을 칠해나가자, 방과 후 학교는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다. 옷은 페인트 투성이로 더 이상 입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고, 마스크를 덮어쓴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가장 습했던 2024년의 여름. 우기의 캄보디아 날씨는 매번 도전으로 다가왔지만, 힘듦 끝에 미소 짓는 순간이 한 번씩 찾아왔다.  그 '순간의 보람'에 중독되어, 습한 날씨를 한 차례, 두 차례, 세 차례 꾸역꾸역 이겨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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