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수학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그 말은 즉슨 캄보디아 친구들과 헤어지는 날이라는 의미다. 아직 하루라는 시간이 남았기에 이별을 미리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프놈펜 공항에서 밤비행기를 타야 해서, 우린 시엠립에서 프놈펜으로 아침 일찍 이동했다. 약 6시간을 달렸을까. 시엠림보다 더 큰 도시의 광경이 큰 버스 창문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난생처음 '수도'라는 곳에 와본 아이들. 라따나끼리에선 볼 수 없는 고층 빌딩과 수많은 자동차들의 행렬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내가 살고 있는 마을과 지역이 세상에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 이 아이들의 시야에 들어왔을 것이다. 소수종족 마을의 조혼 풍습 등으로 인해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삶, 집 앞에서 화전을 일구는 삶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어떤 삶이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순 없지만, 바라는 건 친구들이 훨씬 더 큰 세상을 마음에 품을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
아주 짧은 며칠 동안 라따나끼리에 있었던 우리도 수도 프놈펜에 오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적응이 이렇게 무서운 것인가. 저녁을 먹기 위해 도착한 대형 쇼핑몰은 적응이 좀 필요했다. 마지막 식사를 후다닥 하고, 마트 한편에서 조별로 사진을 찍었다. 열심히 사진에 순간을 주워 담으며 쏜살같이 다가오는 이별의 시간을 대비한 것이다. 사진을 찍고 나니 다가오는 그 엄습한 시간이 모두에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우리 팀의 친구들을 꼭 안아주었다. 우리 조에 유일한 여자 아이여서 특히 눈이 많이 갔던 한 친구와 진한 포옹을 했다. 그런데 그 친구의 커다란 눈망울에서 눈물이 똑똑 떨어지는 것 아닌가. 내 품에 안겨 눈물을 숨겼던 아이는 민망했는지 내가 쳐다보니 고개를 휘익 옆으로 돌린다. 'MBTI, T100%'인 내가, 평소 눈물이 없던 내가, 이 커다란 눈망울 앞에서 무너져 버렸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부여잡고 이제 진짜 이별의 시간을 맞이하기 위해 다 함께 버스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떠나기 전 한 친구가 건네준 풍선 선물. 터뜨리기도 아깝잖아.
번역기 보고 눈물이 또 한방울 또르르...
우리 앞엔 큰 버스가 한 대 놓여 있었다. 이 버스를 타면 이제 프놈펜 공항으로 향한다. 차갑고 무뚝뚝하게 서 있는 이 커다란 버스가 얄밉게 느껴졌다. 한창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여자 아이들은 한 명 한 명 안아줄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 유독 꺼이꺼이 우는 친구들을 안아주면, 나도 함께 꺼이꺼이 울게 되었다. '캄보디아에 다시 오실 거죠?'라며 묻는 친구들에게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약속의 무게를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어보는 아이들에게 나는 선포를 해버렸다. '꼭 다시 올게!!'. 어른들의 약속은 꼭 지켜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에겐 다시 캄보디아에 와야 할 이유가 생겨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