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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COCO Feb 15. 2024

아들과 함께 대만 한 바퀴(3)

투어 첫날 - 드디어 시작(D-0)

드디어 첫날 아침이 밝았다? 아니 흐렸다.

일 년 365일 중 350일 비가 온다는 타이베이의 날씨는 역시나 흐렸다. 비는 쏟아지지 않았지만 하늘의 먹구름이 언제든 비를 쏟아부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소 쌀쌀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집합장소로 향했다. 숙소에서 도보 5분 거리여서 천천히 출발했더니 약속시간인 7시 30분이 되기 10분 전이었다.

송산역 광장에는 이미 자전거 50여 대가 세팅되어 있었다. 송산역 지상은 커다란 쇼핑몰로 연결이 되는데, 다양한 먹거리를 파는 깔끔한 레스토랑이 많았다. 하지만 이른 아침에 문을 연 곳은 맥도널드와 편의점뿐이었다. 다소 급한 마음에 편의점에서 간단히 먹기로 했다. 나는 바나나를 아들은 고기김밥을 선택했다. 아들은 전자레인지에 김밥을 데워서 한입 베어물고 나서 바로 쓰레기통을 찾기 시작했다. 대만 편의점 음식들도 안전하지는 않았다. 강한 대만향과 고기잡내는 어찌 못하는 것 같았다. 선택에 실패했지만 다른 선택을 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라 그대로 자전거로 향했다.

나와 아들을 빼고는 전부 중국인들... 대만 사람 아니면 홍콩사람들이었고 모두 중국어로만 소통하였다. 다행히 여행일정을 설명해 주는 안내요원 한 명이 영어를 조금 하였다. 본인을 샤론이라고 소개한 안내요원이 영어로 간단히 설명을 해주었다. 등록을 하고 반팔져지 한벌과 물통을 받아 들고 자전거를 세팅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급한 것이 문제였다. 자전거 안장 세팅은 정밀한 작업이어서 너무 높아도 너무 낮아도 안된다. 특히 장거리 라이딩에서는 수만 번 페달을 돌리기 때문에 정확한 안장 세팅이 되어 있지 않다면 문제가 일어난다. 내가 타던 자전거가 아니어서 정밀한 세팅이 어려웠다. 안장을 조금 편하게 맞추었다. 이것이 후에 문제가 된다. 안내요원이 중국어로 한참 안내를 하고 나서 다 같이 준비운동을 했다. 이후 매일 아침 출발 전에는 준비운동을 다 같이 했다.

작은 칠판에 그날의 코스를 설명해 준다. 첫날 코스는 타이베이를 출발하여 동쪽 해안으로 내려가 신주(Hsinchu)까지 가는 90Km의 코스이다. 거리 자체는 100Km가 되지 않으니 다소 짧을 수 있으나 중반부 부터 산악지형으로 들어가 고도 780미터 평균 4도의 경사로를 오르는 코스이다. 자전거를 좀 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경사로를 몇 킬로미터씩 오르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는 올라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하지만 나와 아들은 전기를 선택했기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경사로를 만나면 좋았다. 전기자전거는 보통 시속 25km를 넘으면 전기가 차단된다. 이후로는 오로지 다리 힘만으로 자전거를 끌고 가야 하는데, 보통 자전거의 두 배가 넘는 전기자전거를 계속 고속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체력적으로 부담이 많이 된다. 평지에서는 보통 자전거가 시속 30km를 넘나들기 때문에 오히려 일반 자전거에 밀리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만의 안전규정이 다른 것인지 자이언트 측에서 조금 넉넉히 세팅을 해준 것인지, 시속 25km가 아닌 26km에서 27km 사이에서 전기가 끊겼다. 그래도 평지에서 시속 30km를 유지하는 것은 버거웠다. 대신 경사로에서는 다리에 조금만 힘을 주면 시속 20km 이상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었다. 평지에서 맨 뒤로 밀렸다가도 경사로를 만나면 금세 앞질러서 선두를 차지할 수 있었다.

준비운동을 마치고 드디어 출발했다. 송산역은 시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일단 시내를 통과해서 빠져나가야 했다. 시내를 통과하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는데, 대만에서는 자전거와 오토바이는 좌회전을 할 수 없다. 다소 특이한 교통규칙인데, 자전거의 안전을 위해 만든 규칙 같다. 로드에서 자전거를 타다 보면 느낄 수 있다. 갓길로 주행하다 좌회전을 위해서 1차선으로 파고드는 것도, 신호를 받고 좌회전을 하는 것도, 좌회전 후 다시 갓길로 차선을 변경하는 것도 생각해 보면 모두 매우 위험하다. 물론 로드를 질주하다 바로 좌회전 신호를 받고 달리는 것이 빠르기는 하지만 안전하지는 않다. 대만에서는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위해서는 우선 전방의 횡단보도를 통해 길을 건너서 좌회전 방향으로 자전거를 돌린 후 직진신호를 기다렸다 가게 된다. 이를 위해 사거리 정지선 앞에는 항상 자전거, 오토바이 대기 박스가 마련되어 있다. 안전을 위해서는 좋은 방법이지만 우리나라 신호체계에 익숙하다면 상당히 번거롭다. 좌회전을 위해 신호를 두 번 받아야 한다. 느리고 비효율 적이지만 안전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내를 빠져나가는데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 안전요원을 포함 50여명의 그룹라이딩이다 보니 속도를 적절히 조절해야 하고 후방이 뒤쳐지면 기다려야 한다. 

첫 번째 구간은 8Km 구간이다. 짧은 구간이지만 신호를 여러 차례 받으면서 시내를 통과하다 보니 50분이 소요되었다. 이후에도 계속되지만 투어는 한 시간 라이딩 후 10분 쉬는 것을 무한 반복한다. 이렇게 시내를 달려 첫 번째 쉬는 장소에 도착하였다. 쉬는 시간에는 기본적으로 서포트카에서 물과 간식을 보충할 수 있다. 간식은 물, 과일, 과자가 준비된다. 과일은 바나나, 귤, 사과가 기본적으로 제공되고, 가끔 대추나 구아바 같은 특별간식이 제공되기도 했다. 과자는 우리나라 전병 과자 맛이 나는 과자를 기본으로 두세 가지의 대만과자와 초코바와 캔디가 있었다. 물은 언제나 넉넉하게 있었고, 물에 타먹는 포카리스웨트도 제공되었다. 

첫 번째 쉬는 시간에는 특별간식으로 게 모양의 빵이 제공되었다. 모양이 재미있었지만 빵은 그저 빵맛이었다. 모두에게 가장인기 있는 간식은 바나나였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간식 중에 하나이다. 나중에 대만음식을 못 먹어서 배가 고플 때도 언제나 바나나가 제공되어서 버틸 수 있었다. 

쉬는 시간의 규칙은 제일 후방 라이더가 도착을 한 후 10분을 추가로 쉰다. 매번 쉬는 시간에는 다음 구간에 대한 안내를 듣는다. 전부 중국어로 진행되기에 간이 칠판에 그려있는 그림을 보면서 코스를 상상만 해볼 뿐이다. 10분간 간식을 먹고 충전을 한 후 다시 출발했다. 아침부터 짠뜩 먹구름이 끼어있더니 드디어 비가 시작되었다. 미리 일기예보를 보고 준비를 한 나와 아들은 재빨리 레인부츠와 우비를 착용하였다. 자이언트 측에서도 형광색의 우비를 제공했으나 나와 아들은 준비해 간 검은 우비를 착용하고 라이딩을 진행하였다. 심한 비가 아니어서 라이딩에 문제는 없었다. 

어느덧 시내구간이 끝나고 자전거 전용도로가 나왔다. 이번 구간은 24km의 다소 긴 구간이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펼쳐졌기에 힘들지 않았다. 평지로 연결되는 24km의 구간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자전거 도로 중 하나이다. 날씨가 맑았다면 더 멋졌겠지만 나름 흐린 날씨도 괜찮았다. 타이베이를 벗어나면서 느낀 거지만 차라리 흐린 날씨가 좋았다. 3일 차를 넘어가면서 맑은 동남아의 날씨가 펼쳐지니 햇볕이 너무 따가워서 라이딩이 힘들었다. 이렇게 멋진 두 번째 구간이 끝나니 특별간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간식은 아이스반시였다. 지명이 죄다 한자여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 지역이 감으로 유명한 지역이라고 한다. 

어느덧 비는 거의 그쳤다. 하지만 다음구간은 경사 구간이었다. 8Km의 오르막, 꽤 급한 경사였지만 전기자전거를 선택한 나와 아들은 선두로 치고 올라가 정상에 다다랐다. 올라와보니 꽤 울창한 삼림이었다. 대만 지형의 80%가 산악지형이라는데, 대만도 우리나라처럼 산에서 보는 경치가 참 멋졌다. 

올라왔으니 다시 내려간다. 다음구간은 14km의 다운힐이다. 전기자전거가 무게가 나가다 보니 다운힐도 유리하다. 페달을 전혀 밟지 않아도 가속이 금세 되었다. 빗길이어서 너무 속도를 내지 않고 천천히 내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앞에서 신나게 달리던 어르신 하나가 미끄러졌다.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정신이 번쩍 났다. 라이딩 중에 사고가 나면 바로 근처 안전요원이 조치를 취하고 나머지 라이더들은 계속 라이딩을 했다. 이날 이후에도 하루에 한두 명은 사고가 있었다. 자전거가 정말 위험한 스포츠이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 안전주행을 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떠올랐다. 14Km의 긴 다운힐이 끝나자 점심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부터가 고통의 시작이었다. 자전거는 칼로리소모가 큰 운동이다. 하루종일 자전거를 타면 5천 칼로리 정도를 소모하게 된다. 아무리 먹어도 5천 칼로리를 보충하기는 힘들다. 기다리던 점심은 대만특식이었다. 이날 이후로 모든 점심과 저녁은 대만 특식이었다. 항상 다른 음식들이 올라왔다. 중국요리가 정말 다양하다는 것을 느꼈다. 문제는 그 어떠한 요리도 즐길 수 없다는 것이다. 야채 볶음 정도 조금 먹을 수 있었고, 고기류들은 고기잡내와 향신료 냄새로 인해 손을 댈 수가 없었다. 배가 고프니 맨밥만 조금 먹어 허기만 달랬다. 점심 후에는 30분 정도 쉬었다. 비가 와 날씨가 쌀쌀해서 식당 안에서 앉아 조금 졸았더니 금세 시간이 지나갔다.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다음구간은 다시 업힐이었다. 20km의 엄청난 업힐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엄청난 업힐을 경험하고 여러 명의 라이더가 전기자전거로 바꾸게 된다. 라이딩 중간에도 전기자전거로 교체가 가능하지만 배달비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업힐에서는 전기자전거가 막강파워다. 평지를 달리는 느낌으로 업힐을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업힐이 끝나는 정상에 먼저 올라간 우리는 거의 기진맥진으로 하나둘 도착하는 라이더들을 응원해 주었다. 이어지는 17Km의 다운힐을 마치니 어느새 목적지인 힌주에 도착하였다. 첫번째 숙소는 하워드 플라자 호텔 힌주이다. 시설이 깔끔했고 조식이 마음에 들었다.

매일 라이딩을 마치면 다 같이 스트레칭을 하고 숙소로 올라가지만 첫날은 빗속의 쌀쌀한 날씨에서 라이딩을 한 관계로 스트레칭을 생략하고 바로 룸키를 받아 숙소로 올라갔다. 첫날저녁은 자유식이었다. 알아서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 것이다. 총 3일 첫날, 셋째 날, 8일 차 저녁이 자유식이다. 우선 샤워를 한 후 구글 지도를 검색해 보았다. 가장 가까운 햄버거집을 찾으니 도보 10분 거리에 모스버거가 있었다. 모스버거는 일본 버거인데, 일본풍이 강항 대만에서는 맥도널드만큼 흔하게 보였다. 버거를 하나씩 먹고, 조금 모자란 아들은 버거를 하나 더 먹은 후 식당을 나왔다. 은근히 피곤했나 보다. 숙소에 도착해서 누우니 바로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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