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일곱째 날이다. 이제 여정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숙소가 산속에 있어서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하지만 조식은 꽝이다. 오늘 조식은 좀 심할 정도였다. 거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었다. 오늘도 바나나로 연명해야 하나보다.
오늘은 지번을 출발해서 대만 동쪽 중부에 위치한 루이수이(Ruisui)까지 117Km 라이딩이 계획되어 있다. 장거리이긴 하지만 어제와 비슷한 산악지형이어서 라이딩은 즐거울 것 같다. 오늘의 목적지 루이수이는 유황온천으로 유명한 마을이다. 라이딩의 피곤을 풀 수 있을 것 같다. 아침에 부슬비가 조금 왔지만 출발할 때쯤에는 그쳤다.
일곱째 날 라이딩이 시작되었다. 예상했던 대로 오늘은 대만의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날이었다. 대만의 한적한 시골풍경이 멋스럽다. 우리나라의 자연과 비슷하면서 조금 다른 풍경이 라이딩을 더욱 즐겁게 했다. 산악지형이지만 낮이 되니 태양이 강렬했다. 태양빛에 지쳐갈 무렵 휴식장소인 타이동에 도착했다. 아이스크림이 간식으로 나왔다. 센스 있는 스테프들이 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준비했다. 윈터멜론(겨울수박)이라는 낯선 과일을 통째로얼린 단순한 아이스크림이었다. 과일을 얼려서인지 속에 씨가 많이 들어있었고, 아이스크림을 먹는 내내 씨를 발라먹는 것이 귀찮았다. 다 먹고 나니 아이스크림 하나에 씨가 20개는 나온 것 같다. 윈터멜론은 타이동 지역에서 겨울철에만 맛볼 수 있는 특산 과일이라고 했다. 잊고 있었지만 대만의 1월은 겨울이다. 우리나라의 겨울과는 사뭇 다르지만 이들은 겨울이라고 했다. 아이스크림과 같이 우유가 나왔다. 아이스크림을 꼭 우유와 같이 먹어야 한다고 했다. 시키는 대로 아이스크림 한입에 우유 한 모금을 같이 하니 부드러움이 배가 돼서 맛이 좋았다. 타이동은 예전부터 우유가 유명한 곳이라던데,우유맛이 좋아서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우유를 한잔 더 먹는다. 아들은 아이스크림 하나를 재빨리 해치우고 남은 아이스크림 하나를 더 먹는다. 역시 오늘 조식이 부실했다. 휴식을 취한 곳에는 타이동의 특산품을 파는 상점이 있었다. 여러 먹거리들이 많았다. 대만은 일본의 영향이 큰 곳이어서 간식류 중에 모찌가 눈에 띄었다. 고구마 모찌와 흑당 모찌를 담아본다.
이후의 라이딩도 한적한 대만 시골길이 계속 이어졌다. 어제에 이어 만족스럽다. 투어 전에 상상하던 라이딩을 이제야 느껴본다. 한낮의 태양은 강렬했지만 산들산들 불어오는 시골바람이 정겨웠다.
오늘 점심은 특이하게 도시락으로 준비되었다. 유명한 도시락집이라고 하는데 벤또라고 소개하는 도시락은 일본 분위기가 듬뿍 담겨 있었지만, 맛은 역시 대만의 향이었다. 배가 고파 하얀 밥만 골라서 대충 먹었다. 다행히 후식으로 나온 빵이 괜찮았다. 줄 서서 사야 하는 빵이라는데, 스테프들이 미리 줄 서서 사 온 것 같다.
오후에도 대만의 시골풍경을 즐기며 라이딩을 이어갔다. 117Km라는 장거리지만 풍경이 좋으니 라이딩이 즐겁다. 이제는 무릎의 통증도 많이 좋아졌고, 감기기운도 거의 사라져서 라이딩을 즐기기 더욱 좋았다. 아름다운 대만을 자연을 한참 즐기고 나서 루이수이에 도착했다.
숙소는 시골마을에 있었다. 근처에는 인가도 드물었다. 그런데 오늘은 숙소에 있는 식당이 아닌 외부의 식당에서 단체로 저녁을 먹기로 되어 있다. 스태프의 설명에 따르면 800m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고 했다. 장거리 라이딩 후의 지친 몸을 이끌고 먹겠다는 신념으로 걸었다. 800m라고 했지만 족히 1Km가 넘었다. 20분가량 깜깜한 시골길을 스마트폰 플래시에 의지해서 걸었다. 한참을 걸으니 연회장 비슷한 곳이 나왔다. 결혼식 피로연 같은 것을 하는 홀 같았다. 여하튼 식탁이 준비되어 있었고, 음식들이 하나둘 나왔다. 역시나 대만향이 진한 음식들이었다. 같이 나온 콜라가 제일 맛있었다. 음식 중 특이한 노란 배추 절인 음식도 있었다. 대만사람들이 대만의 김치라고 설명해 줬다. 맛이 김치와 비슷했다. 김치와 밥을 조금 먹어본다.
조금 먹고 이건 아니다 싶어 먼저 자리에서 일어서서 툴툴대며 숙소로 돌아온다. 숙소 1층에 포켓볼 다이가 있었다. 아들과 함께 포켓볼을 쳐본다. 아들은 포켓볼을 처음 처본다고 했다. 계속 해외살이에 학교 다니며 공부만 했기 때문에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이 많을 아들에게 포켓볼을 설명해 준다. 처음 하는 게임이기에 한게임이 오래 걸렸다. 그 사이 대만 사람들도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포켓볼을 치기 위해 줄을 섰다. 게임을 마치고 옆에 있는 에어하키도 한판 했다. 아들과의 즐거운 추억거리를 쌓아본다.
루이수이는 온천으로 유명하다. 욕실에 대형 욕조가 있었다. 물을 틀으니 오래된 배관에서 나올법한 노란 물이 나왔다. 한참을 틀어놔도 물이 맑아지지 않았다. 물에서는 유황냄새도 났다. 그제야 앞에 붙어있는 설명을 찬찬히 읽어보니 유황온천이어서 물 색깔이 노랗고 특유의 향이 있다고 했다. 물을 욕조 한가득 담는다. 욕조가 커서 시간이 걸렸다. 아들과 번갈아 욕조에서 피로를 풀었다. 특유의 향이 있기는 했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유황의 영향인지 피부가 미끌거렸다. 온천을 마치니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
오늘도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다. 자전거 투어 이후로 새나라의 어린이가 된 기분이다. 라이딩을 마치면 몸이 피곤해서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게 되고 다음날은 여지없이 새벽에 눈이 떠진다. 이렇게만 살면 건강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