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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COCO Apr 02. 2024

아들과 함께 대만 한 바퀴(10)

투어 여덟째 날 - 대자연을 느끼다 (D + 7)

투어 여덟째 날이다. 오늘은 날이 흐리다. 아침은 숙소에 있는 식당에서 간단히 먹었다. 거하게 먹고 싶었으나 딱히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없었다. 메뉴 중에 대패삼겹살이 있어서 아들은 열심히 먹었지만, 나는 그마저도 잡내가 나서 먹을 수가 없었다. 8일간의 강제 다이어트로 몸무게가 줄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았다.

아침 체조를 마치니 샤론이 열심히 오늘의 일정을 설명해 준다. 오늘의 코스는 조금 특이했다. 라이딩 거리는 80Km로 짧았지만 중간에 기차를 타고 점프하는 구간이 있었다. 대만 동부의 타이루거 협곡은 경사가 급하고 길이 좁아서 자전거로 이동하기에는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기차로 해당구간을 점프한다. 날은 흐리지만 선크림을 꼼꼼히 챙겨 바르고 물통에 물을 채운 후 라이딩을 시작한다.

도로를 따라 한적한 시골길을 가다 보니 멋진 자전거 도로가 나왔다. 양옆으로 멋진 나무들이 이어지고 촉촉하게 젖은 땅과 짙은 안개가 어우러지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마법의 숲을 지나가는 듯한 묘한 느낌이었다. 10Km 남짓되는 멋진 자전거길을 빠져나오자 다시 한번 장관이 펼쳐졌다. 도로 옆으로 깊은 산들이 이어졌다. 깊은 산 중간중간 보이는 협곡들이 대장관을 펼쳤다. 안개 낀 산을 바라보며 라이딩을 이어가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동안의 피로가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대만의 자연도 참 멋졌다. 전체 라이딩 코스 중 가장 멋진 코스였다. 자연을 즐기며 한참을 달리니 널찍한 공원에 도착하였다. 공원에는 노란 꽃이 한가득 펴있었다. 비에 젖은 공원 모습이 장관이었다.

휴식을 마치고 다시 한번 자연을 만끽하며 라이딩을 이어갔다. 한 시간 남짓 라이딩 후 열차역이 위치한 후아린(Hua Lien)에 도착하였다. 후아린은 크지는 않지만 제법 도시 분위기를 풍기는 마을이어서 역까지 가려면 도심을 관통해야 했다. 거리는 짧았지만 도심 라이딩은 각종 신호로 인해 시간이 걸렸다. 역에 도착할 무렵에는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다. 오늘 점심은 후아린 역 앞에 있는 자이언트 자전거 샵에서 도시락으로 간단히 해결한다. 열차시간을 맞추어야 하기때문에 점심시간이 짧았다. 샵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식사준비가 끝나 자리마다 도시락이 하나씩 있었다. 도시락에서는 대만 향이 강하게 났다. 흰 밥만 조금 먹고 뚜껑을 덮었다. 맥도널드가 조금만 더 가까웠으면 뛰어볼 텐데, 오전 내내 라이딩을 했기에 무리하지 않고 서포트카에서 바나나를 꺼내 먹는다. 라이딩 동안 태어나서 최장기간 최다 바나나를 먹는 경험을 했다. 배고파서 그런 건지 신기하게도 바나나가 질리지 않았다.

이제 기차로 이동하는 시간이다. 역 앞에서는 자전거를 끌고 이동했다. 승차장은 2층에 있었다. 자전거를 단단히 붙잡고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대만은 자전거 인프라가 잘 되어 있다. 개찰구도 자전거로 이동하기 편하게 넓은 개찰구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고 기차에도 손쉽게 자전거를 싫을 수 있었다. 우리 일행 말고도 자전거를 끌고 기차에 탑승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우리 팀은 인원이 많아 주최 측에서 미리 열차의 맨 앞칸을 통째로 빌렸다. 자전거를 차곡차곡 세우고 맞은편에 앉았다. 어려서부터 기차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아들은 기차 타는 것을 매우 설레했다. 아들은 새로운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려는지 열차 창문에 핸드폰을 올려놓고 동영상 촬영 버튼을 눌렀다. 막상 기차가 출발하니 피곤했는지 잠시 후 꿈나라로 여행을 가버렸지만, 자전거와 함께 기차에 타는 경험은 신선했다.

모처럼 낮에 쉴 수 있었다. 천천히 일정을 되짚어 본다. 여행 출발 후 서쪽 해안가를 따라 꼬박 5일간 남쪽으로 내려왔다. 다시 타이베이로 올라가려면 다시 5일이 걸려야 하는데 일정 상 4일 만에 타이베이까지 올라간다. 그 비밀은 중간에 열차로 점프하는 100Km의 코스 덕분이다. 열차로 점프하는 구간이 없으면 꼬박 하루는 자전거를 더 타야 타이베이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풍경을 감상하며 열차로 이동하는 것도 나름 운치가 있었다. 열차로 이동하는 내내 비가 오락 가락 했다. 목적지에서는 제발 비가 멈추기를 기도하며 모처럼의 휴식을 만끽한다.

한 시간 반가량 기차 여행을 마치고 이란(I LAn) 기차역에 도착하였다. 다행히 오락가락하던 비는 그쳐있었다. 오늘의 목적지는 역에서 10Km 거리에 위치한 지아오시(Jiao Shi)이다. 이제 가벼운 라이딩만 남았다. 지아오시는 온천으로 유명한 마을이다. 자전거로 지나가면서 보니 작은 마을이었지만, 타에베이에서 가까운 온천마을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고 한다. 숙소에 도착하니 한국단체 관광객도 많이 찾는지 각종 안내가 한국어로도 적혀 있었다.

오늘 저녁은 개별식사였다. 숙소 근처에 대형 마트가 있었다. 구글지도로 검색해 보니 마트 바로 옆에 '브레드 버터'라는 유명한 빵집이 있었다. 재빨리 세탁기에 빨래를 넣고 아들과 함께 빵집을 찾는다. 입구부터 느낌이 있었다. 매장 안에는 빵이 많이 있지는 않았지만 제법 맛있어 보이는 빵들이 있었다. 종업원이 친절하게 빵에 대해 설명해 주고 맛있는 빵도 추천 해주었다. 어떤 빵이 맛있을지 몰라 추천해 주는 빵을 집어서 계산했다. 싼 가격은 아니지만 비주얼이 좋아서 맛이 기대되었다. 계산을 마치고 바로 옆의 마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라면코너를 뒤지니 신라면이 눈에 띄었다. 동남아 라면은 한국의 라면이 거의 정복한 듯하다. 어느 나라를 가건 마트 한편에 한국의 라면들이 자랑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오늘 저녁은 빵과 라면이다. 요거트와 젤리 등 먹을만한 간식들을 몇 개 더 집은 후 호텔로 돌아왔다. 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으니 익숙한 라면향이 올라왔다. 3분을 참지 못하고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서 한입 먹는다. 라면이 원래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었는지 새삼 다시 느꼈다. 그동안 너무 한국음식이 그리웠나 보다. 빵집 종업원이 추천해 준 빵도 훌륭했다. 요거트와 젤리로 야무지게 후식까지 마친다. 모처럼 음식다운 음식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저녁을 마치고 호텔 1층에 위치한 온천을 찾았다. 제법 그럴듯한 노천탕이었다. 온천에는 때마침 이용객이 없어서 온천을 전세내고 사용했다. 일본 분위기가 물씬 나는 온천에서 그동안의 피로를 풀어본다. 힘들었지만 나름 즐거운 추억이었다. 온천 1층 로비 옆에는 무료 커피숍이 꾸며져 있었다. 온천을 마치고 아들과 함께 커피숍에서 핫초코를 한잔씩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모처럼 저녁도 맛있게 먹고 온천까지 즐기고 나니 지금까지 힘들었던 것이 사르르 녹아버렸다. 이제 내일이면 마지막이다. 900Km 라이딩의 대장정의 마침표가 하루를 남기고 있었다. 시원 섭섭한 마음이 함께 밀려왔다. 설레면서도 아쉬운 마음을 담고 언제나처럼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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