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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COCO Mar 26. 2024

아들과 함께 대만 한 바퀴(8)

투어 여섯째 날 - 절반의 성공, 이제 다시 북쪽으로 (D + 5)

여섯째 날 아침이 밝았다. 알람이 울리기 전에 자동으로 눈이 떠진다. 며칠간 조식이 꽝이어 기대감이 많이 줄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들을 깨워 식당으로 내려간다. 

이게 웬 떡인가? 아니 김밥인가? 메뉴에 김밥이 있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 반가웠다. 김밥 외에도 어묵류 들이 먹을만했다. 언제나처럼 수박을 잔뜩 담고 김밥과 함께 여유롭게 조식을 즐겼다. 

이제 대만의 절반을 돌았다. 어제까지 5일간 서쪽 해안을 따라 대만섬의 딱 절반을 돌아 남쪽 끝가지 내려왔다. 오늘부터는 동쪽 방향으로 북쪽 끝 타이베이까지 올라간다.

오늘의 여정은 헝춘을 출발하여 지번(zhiben)까지 110Km의 라이딩이 예고되어 있다. 아침부터 바로 산을 오르기 시작해서 44Km의 거리를 등반한다. 이후 18Km의 엄청난 다운힐이 예고되어 있다.

아침 라이딩은 싱그러웠다. 대만의 남쪽은 날씨가 매우 상쾌했다. 산악지형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길가의 나무가 햇살을 막아줘 라이딩이 경쾌하다. 전기의 힘을 빌리기 때문에 산을 오르는 것이 즐겁다. 천천히 가도 휴식장소에는 언제나 선두로 도착한다. 뒤쪽 라이더들이 뒤쳐지면 속도 조절을 위해 중간중간 멈추어서 일행을 기다려준다.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산림지형이어서 익숙하다.

한참 동안 업힐을 즐기고 나서 큰 저수지가 보이는 곳에서 휴식시간을 가졌다. 간식으로 골드키위가 나왔다. 라이딩을 할 때는 상큼한 과일들이 좋았다. 서포트카에는 언제나 바나나와 각종 과일 및 과자 등 종류별 간식들이 채워져 있다. 오늘은 아침을 든든히 먹어서 바나나를 안 먹어도 된다. 근 며칠간 계속 바나나로 버티며 라이딩을 이어왔다. 심지어 근 손실을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 오래간만에 아침을 잘 먹었더니 라이딩이 너무 즐거웠다.

이후 두 번의 휴식을 더 거치고 산 정상에 이르렀다. 오르막이어서 속도를 내기 어려워 짧게 쉬며 올라갔다. 정상에는 18km의 엄청난 다운힐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주로 평지에서 라이딩을 했기 때문에 이 정도의 장거리 다운힐은 처음인 것 같다. 스태프들이 한 명씩 브레이크를 체크하고 간격을 벌리며 출발시켰다. 전기자전거는 일반자전거의 두 배 정도 무게가 나가기 때문에 다운힐에서도 유리하다. 묵직하게 지면을 밟고 나가는 느낌이 좋다. 25km의 속도를 가뿐히 넘어 30km 내외의 속도를 유지한다. 물론 브레이크를 안 잡고 속도를 올리면 40km를 가뿐히 넘겠지만 안전을 위해 속도를 조절한다. 다운힐의 매력에 빠질 무렵 점심식사 장소에 도착했다. 오늘의 점심식사도 역시 중국식, 하지만 아침이 든든했는지 별로 아쉽지는 않다.

점심식사 이후 해안을 따라 여정을 이어갔다. 대만의 바다는 참 아름다웠다. 해안도로를 달리니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여정 중 최고의 라이딩 코스였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멋진 경치를 즐기며 라이딩을 할 수 있었다. 대만은 북쪽보다는 남쪽이 자전거 타기 좋다. 날씨도 좋고, 경치는 더 좋다. 라이더들의 멋진 모습을 남기기 위해 서포트카 위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어주는 가이드가 고맙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멋진 해안코스를 즐기니 110km의 라이딩이 오히려 아쉬울 정도였다. 저녁 무렵이 되어서 오늘의 목적지인 지번에 도착하였다. 목적지 근처에 도착하니 부슬비가 시작됐다. 비가 심하지는 않아서 라이딩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오늘은 도심이 아닌 산중에 있는 리조트에서 여정을 풀었다. 공기가 상쾌했다. 나름 물놀이장도 있는 리조트였지만 라이딩 후에는 그저 침대에서 쉬는 것이 최고다. 재빨리 세탁기를 차지하고 샤워까지 마친다.

오늘 저녁은 리조트 내 식당에서 단체 식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식당으로 향했지만 역시나였다. 다양한 중국요리들이 나왔지만 손을 대기 무서웠다. 전체요리로 나온 샐러드를 맛보았다. 샐러드와 같이 나온 빨간색 요리도 입에 넣어본다.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괜찮았다. 조금 큰 덩어리를 젓가락으로 집는 순간 요리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닭발' 조용히 접시에 내려놓고 입에서 씹고 있는 닭발을 휴지에 뱉는다. 오늘 식사는 이걸로 끝. 도저히 더 이상 도전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근처에는 나무밖에 없어서 딱히 나가서 사 먹을 수 없다. 숙소에 돌아와 비상용으로 챙겨놓은 빵을 아들과 나눠먹고 일찌감치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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