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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나 Nov 07. 2020

016

천주교의 11월은 위령성월


11/1

참 오랜만에 주일 7시 미사에 다녀왔다. 몇 년 전 청년활동 할 때 내내 가던 시간의 미사인데, '어떻게 이렇게 늦게 미사를 갔지?' 이런 생각과 더불어 코로나 시기임에도 거리두기를 하고 성전이 가득 차 있는 모습, 제대 꽃의 아름다움 등은 여전했다.


11월 매일 미사를 펼치니 벌써 천주교의 새해인 '대림 1주일' 이라 적혀있다. 11월은 위령성월, 오늘은 모든 성인 대축일이었고 내일은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 이다. 단풍 짙어지고 낙엽 흩날리는 11월, 죽음을 생각하는 한 달이다.


대구에 갔을 때 신학대 옆 성직자 묘원 입구에서 본 라틴어 '오늘은 나, 내일은 너' (Hodie mihi,  Cras tibi) 를 떠오른다. 미사 시작하며 연미사로 불리는 이름으로, 늘 미사 안에서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성전 안에서의 공동의 기억, 시간을 초월해 같이 있던 성전 (내가 죽어도 변함 없을 곳이라는 것이 더더욱) 의 기억이 그곳에 머물고 싶게하는 것 같다.


11/2


위령성월의 둘째 날은, 위령의 날. 다른 요일이었다면 다른 시간대 미사도 있지만 월요일이었기에 대부분 새벽미사만 있어서 5:15 기상,친할머니, 엄마의 장례미사를 치른 본당에서 미사드리고 왔다.


미사의 시작에 '우리보다 앞서 세상을 떠난 분들을 기억한다.' 는 말도, '지상의 여정을 마친 이들' 이라 표현하는 기도문이나 안내문에 종교를 통한 기억과 믿음에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한 주를 시작한다. 오늘의 입당성가는 장례식 연도에서나 장례미사에서 늘 부르는 '이 세상 떠난 형제'. 가사도 멜로디도 아름다운 곡이다. 장례미사에서 들으면 더욱. 228. 이 세상 떠난 형제 1) 이 세상 떠난 형제 받아주옵소서 이제 주를 섬기려 새 날을 맞으니 내 주여 당신 종을 축복해 주시고 먼 길 떠나간 형제 받아주옵소서 2) 이 형제 떠나보낸 슬픔을 보시고 자비의 아버지여 희망을 주소서 죽음을 생명으로 바꾸어주시고 어둠의 통곡소리 그치게 하소서 -


미사 끝에는 백일 축하 떡을 받았다. 이 떡을 전해주던 분은 아마도 이 아기의 할머니셨던것 같다. 이 떡을 이 새벽미사 끝에 따뜻하게 전하려는 이 가족들 마음에도 감동하며. 백일아기의 떡을 받은 위령의 날. 역시 삶은 순환임을 깨닫게 한다.

오랜만에 성당에서 함께 기쁜 일을 축하하고 슬픈 일에 위로하던 공동체의 일들이 떠오른다.

앞서 간 할머니, 이모, 삼촌, 오빠, 엄마를 기억하며. 이 시기부턴 새벽미사에 갈 땐 캄캄한데 미사 끝나고 나면 해가 떠 있어서 그야말로 그 시간이 빛임을 깨닫는다.


11/5


52주간의 줌 시편 공부를 시작하고 4번째 시간.

각자 그날 정해진 시편 구절을 읽고, 그날 가장 기억에 남는, 마음에 남은 구절을 나눴다.


나는 "하느님, 저를 지켜 주소서. 당신께 피신합니다." (시편 16:1) 오빠 이야기와 개장 유골 화장하는 날 ,위령의 날 미사에 다녀온 이야기 등을 나누고, 또 한 자매는 열심히 활동하던 시기 갑자기 돌아가신 신부님을 기억하며 그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와 함께 해주는 수녀님은

"위령성월이 돌아가신 분들도 물론이지만 보내드리고 이 세상에 남아있는 저희를 위한 달이기도 해요."  라며 삶 속에서 너무 돌아가신 그 분을 각자가 붙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우리가 못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함께 돌아보자는 말씀, 그리고 나에게는 "기억이 없는 오빠이지만ㅡ 하느님이 요안나 자매님의 손을 빌려 쓰시는 중이시네요. 오빠를 보내드리는 과정 속 나에게 남아있는 것에 대해서도 묵상, 생각해보셨으면 좋겠다." 는 이야기를 오래 품는다.



"제가, 수녀원 비서실에 있었어요.

수녀원에선 수녀님들 상 치르게 되면 상조회사나 기타 도움을 받지 않고, 전부 저희들이 하거든요. 그래서 요안나 자매가, 개장, 화장 유골 예약에 관해 말할 때 그 상황이 어떤 지를 잘 알고 있어요.

혹시 '귀천' 이라는 곡 아나요?"


"엄마 장례미사에서 <하늘의 문> 이란 장례미사 합창단이 그 곡을 불러주셨어요."


•••


https://youtu.be/SGaDqnmg8Jw


부모의 죽음은 누구나 경험하고 어쩌면 공평하게 모든 자식들에게 다가온다. 죽음 너머 연결됨, 장례를 통해, 장례를 이야기하며 전해지는 마음, 가까워질 수 있음 등을 자주 체험하는 요즘이다. 11월, 낙엽 흩날리는 이 달이 위령 성월임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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