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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피 Jan 10. 2024

벤틀리와 람보르기니를 탈 수 없는 삶

앙리마티스 <사치, 평온, 쾌락>  

먼저 말씀드리자면, 저는 벤틀리나 람보르기니를 산적도 없고 비싸서 살 수도 없습니다. 그저 어린 시절 언젠가 보았던 이미지 몇 장에 '드림카'라는 라벨을 달게 된 두 개의 브랜드였어요. 벤틀리는 그저 예뻤고, 람보르기니는... 어떤 차에 깔려있는데도 유리도 깨지지 않고 멀쩡하더군요. 그 강인한 모습에 반했던 것 같습니다.



구글에서 찾은 비슷한 사진들


그래서 어느 날부턴가 '드림카' 하면 벤틀리와 람보르기니가 떠올랐습니다. 한창 일을 할 때는, 워낙 주변에 부자가 되신 분들이 많아 포르쉐며 페라리, 람보르기니나 벤틀리를 뽑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그러다 보니 '나도 언젠가 탈 수 있겠지?'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요즘과 같은, 느긋하고 여유로우며 자유롭지만 들어오는 돈 없는 가난한 삶을 살기 시작하면서는, '아, 이제 벤틀리나 람보르기니는 탈 수 없는 삶의 경로를 타기 시작했구나' 생각하며 몇 년 전과 삶의 경로가 확연히 달라졌음을 체감합니다.


먼저, 이제 저만한 차들을 사고 유지할 만큼 돈을 벌지 못할 확률이 매우 매우 높아졌습니다. 앞뒤 안 가리고 돈 벌기에만 매달려도 그 정도의 부 또는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데, 저는 이미 다른 것들을 추구하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러면서 돈까지 많이 벌길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겠죠. 두 번째로, 소박한 삶에 참 어울리지 않는 브랜드라는 점입니다. 설사 소박한 삶을 추구하면서도 (확률상 희박하겠지만) 여차저차해서 돈이 아주 많아진다고 해도... 정말 어울리지 않겠죠? (소박한 삶을 추구하면서 이런 브랜드를 이용한다는 건... 왠지 사이비 교주들이 떠올라 싫기만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루지 못한 꿈이라서 그런지, 첫사랑 같은 거라고 해야 할지 마음에서는 '언젠가 그래도 타보고 싶다!'는 바람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 바람이 '명분'을 열심히 궁리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야, 그럴법한 명분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차를 잘 모르거든요. 그저 문 잘 닫히고, 굴러가고, 냉난방이 그럭저럭 되면 '음-좋아'하고 타고 다닐 사람입니다. 거의 10년이 다 돼 가는 차의 기능도 100% 쓰지 못하고 있고, 자동차 점검 가면 정비소에서 사실을 말하든 거짓을 말하든 그저 믿을 수밖에 없는 '차알못'이라고 해야겠죠.


왜 벤틀리와 람보르기니는 내 드림카가 되었을까,  벤틀리와 람보르기니에 대한 나의 신념은 신뢰할만한 것일까... 하릴없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 나는 그저 마케팅에 낚였던 거구나!'


이렇게 오늘, 또 하나의 욕망을 정리했습니다. 안녕. 벤틀리. 람보르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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