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마음챙김에서는 현재 상황에 대한
받아들임과 수용을 강조하는데요.
솔직히 살다 보면
'이걸 받아들여야 하나?' 싶게,
또는 그럴 수 없을 정도의
위협이나 공격적인 상황도 발생합니다.
이럴 때도 받아들임,
그러니까 수용해야 하나요?
마음챙김을 배우기 시작하고, 어느 정도 삶에서 실행하고자 애쓰기 시작하면서...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회사에서, 사회에서, 또는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이것까지 수용해야 하나?' 하는 상황들이 많았으니까요.
예)
극단적)
거리를 걷다 강도를 당하게 된다면?
일반적)
나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누군가 반복한다면?
내가 원치 않고, 나를 힘들게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고 지속된다면?
(의도적이든 아니든) 나를 불합리하게 이용/활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극단적인 예를 만난 확률은 낮겠지만, 일반적인 예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발생합니다. 직장에서 자꾸 불합리하게 일을 몰아주는 상사, 내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을 즐거이 하는 친구, 나를 힘들게 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가족들... 아마 쉽게 떠올리실 수 있을 거예요.
MBSR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재미있었던 점 중 하나는, 참여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말을 하기보다는 듣는,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기보다는 가능하면 맞추려고 하는, 그래서 본인이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도 이런 편이기도 했고요.
그랬기 때문에 '이런 일들로 힘들어하는 내가 바본가? 그냥 받아들이고 수용하고 흘려 넘겨야 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질문을 했습니다.
A. 마음챙김은 현재의 감정, 상태, 생각을
알아차리고 지혜와 연민에 뿌리를 둔
행동을 하도록 돕습니다.
필요할 때는 나를 보호하기 위한,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
타인을 돕기 위한 행동을 취해야 합니다.
결론은, 마음챙김이 외부에 위협이나 공격까지 수용하라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마음챙김은, 지금 외부에서 발생한 자극이 '정말로 위협이나 공격인지'에 대해 현명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직장 상사 또는 가족/친구의 어떤 말들이 나를 위협하고 상처 준다고 생각하는 상황을 가정해 볼게요. 이때 나의 어떤 감정상태나 상황으로 인해 '오해'할 가능성도 있을 겁니다. 그럴 때 마음챙김을 통해 일단은 내 감정이나 상태, 생각을 알아차리고 수용함으로써 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다는 건데요. 그 과정을 통해 '아, 내가 예민했구나.' 또는 '잘못 생각했구나' 생각하게 될 수도 있고요. 반대로, '이건 명백하게 대응을 해야 할 만한 상황이다'라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길가에서 강도를 만난다거나, 즉각적이고 명백한 위협을 가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나를 보호하기 위한 즉각적인 행동을 해야 합니다. 도망치거나, 혹은 방어하기 위해 싸우거나요. 위험에 처한 타인을 보았을 때도 동일하게 행동하는 것이 마음챙김의 기본 방향입니다.
마음챙김을 일반적으로 수동적이고 내면화하는 과정으로 이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은 반대입니다. 마음챙김은 참 가치(지혜와 연민)를 잊지 않고, 마음을 넓히고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꾸준히 수련하고 성장하며, 매 순간 알아차림을 통해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의 과정입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아차리는 힘, 그리고 그에 따라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힘을 키우도록 돕는 것이죠.
이 대답을 들은 이후 조금 더 마음챙김에 가까워진 느낌이었습니다. 그때까지는 모든 긍정적이고도 부정적인 것들을 그저 수용해 소화해야 한다고 오해하고 있었다면, 그 이후로는 적절히 분류하여 적절한 대응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거든요.
혹시라도 모든 것을 수용하기 위해서만 애쓰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정말로 수용해야 할 만한 것인지도 한 번 다시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