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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똑서 Jul 18. 2018

올바른 질문

출근길, 직장인이 많이 내리는 공덕역을 지나자 살 것 같았다. 휴~ 숨을 몰아쉬며 여유를 찾고 있었다. 공덕역 다음 정거장인 효창공원역, 전철을 탈까 말까를 고민하는 한 아주머니가 소리쳐 물었다.

“이거 어디로 가요?”

문 앞에 있는 아저씨가 대답했다.

“덕소요”

아주머니가 되물었다.

“예? 어디라고요?”

한 톤 높여 아저씨가 대답했다.

“덕소”

아주머니가 못 알아듣겠다며 다시 되물었다.

“예?”

이에 아저씨가 크게 소리 지른다.

“덕! 소!”

그래도 못 알아들은 아주머니가 다시 묻는다.

“이거 이촌 안 가요?”

아주머니가 말하는 순간 문이 꽝 닫혀버렸다.

     

이 열차는 덕소행으로 이촌역을 지나간다. 우리는 보통 “이 열차 어디까지 가요?”라고 물으면 종착지를 말한다. 덕소는 마지막 종착역이다. 아마 아주머니는 지하철을 잘 타지 않는 사람으로 경의선 노선을 몰랐을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자신의 목적지를 말하고 이 전철이 이촌역 가는지 물어봐야 했다.

질문은 자신에게 필요한 응답을 끌어내는 능력이다. 질문이 잘못되었으니 원하는 대답을 얻을 수 없다.

     

그러면 질문자 말고 답변자는 어떨까? 질문에 대한 답을 여러 번 했는데, 질문자가 못 알아듣는다면 역으로 질문자에게 질문을 해야 한다. 도대체 질문자가 뭐가 궁금한 것인지, 무슨 의도로 질문을 하는 것인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답변자 입장에서 제대로 된 답을 할 수 있다.  

아저씨는 못 알아듣는 아주머니에게 “어디까지 가세요?”라고 물어봐도 좋았을 것이다. 질문을 하면 답변자는 자신의 수준에서 답할 뿐이다. 이때, 질문자의 수준을 안다면 그 눈높이에 맞춰서 답을 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초면이거나 질문자가 자신의 능력을 숨긴다면 제대로 된 답을 해줄 수 없다. 그럴 때는 역으로 질문을 해서 질문자의 수준을 가늠해야 한다.

     

질문하고 답하는 것은 모든 배움의 기본 원리이다. 질문을 잘 해야지만 답을 얻어내고 그다음 액션을 취할 수 있다. 잘못된 질문으로 아주머니는 눈앞에서 열차를 놓쳤다. 올바른 질문만이 목적지로 갈 수 있는 길을 안내해 줄 수 있다.

     

제대로 된 질문을 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학창 시절 주입식 교육을 받아온 나도 질문에 익숙하지 않다. 특히 남편과 대화할 때 단적으로 드러난다. 아직 연습이 필요하다.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질문지에 넣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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