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19: 나는 앞으로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 치유하며 살아가겠습니다. 나는 그 누구의 피드백도 필요가 없습니다. 그만큼 나름의 소신도 있고, 독립적인 성격 덕택에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적용하는 관점보다는 스스로의 시각으로 결론을 내리며 살아온 시간이 길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나는 늘 상대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편이었고 그동안 나에 대한 생각은 그렇게까지 이기적으로 해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오늘 나는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나 스스로에게 따뜻하게 대해주겠다고 약속합니다. 다른 사람의 좋은 말이나 피드백은 사실 나에게 큰 필요나 효과가 없습니다. 물론 긍정적인 피드백의 힘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효과가 있으려면 반드시 내가 나를 먼저 좋아하고 믿어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역시 내가 원하는 주제를 써보면서 내가 나의 편에 서는 연습을 해보겠습니다. 내 안에는 무한한 힘이 있습니다. 또한 내가 스스로 원하는 것을 판가름할 수 있는 능력도 있습니다. 또한 열심히 살 선택권도, 마음을 편히 가질 선택권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작업에는 시간과 세월이 필요합니다. 내가 겪은 일들과 세계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선택권 안에서 조화로움을 이뤄가는 방법과, 내가 내 편이 되어가는 단서를 조금이나마 찾아가시는 남은 이틀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어제까지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했다면, 오늘은 반대로 제가 20대를 살아오며 얻은 것들을 적어보려 합니다.
제가 얻은 것들 중 가장 큰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사람 때문에 상처받고, 사람 때문에 힘들었지만 결국 제 인생에 내세울만한 것 역시 제 주변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뿐입니다. 성격이 서로 불 같아서 많이 싸우지만, 결국 의지하게 되는 나의 가족과 이제는 어떻게 가까워졌는지도 잘 모른 채 서로를 응원하고 있는 친구들... 순간의 선택들이 모여 만든 소중한 보물들입니다. 자식이 된 것도 처음, 친구를 사귀어 보는 것도 처음. 한 명의 사람으로서 살아보는 것 자체가 처음이기에 지금 제 주변에서 힘이 돼주는 사람들은 수많은 우연들이 모여 만든 필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연락하지 않은 이들이라도 제가 만났던 이들은 대부분 참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그 어떤 사람도 타인과 완전히 똑같지 않았으며 저마다의 기준과 색깔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제가 닮고 싶은 점을 하나씩 꼭 가지고 있었습니다. 정답 없는 인간상에서 너무나도 다르지만 저마다 뜻과 멋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개성들과 행동을 보며 그 자체로도 많은 에너지와 배움을 얻었습니다. 그 모든 경험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웃는 모습이 정말 선한 사람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담긴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함께 개선하고자 하는 사람
솔직한 사과를 할 줄 아는 사람
바쁜 와중에도 심적 여유를 잃지 않는 사람
경제적으로 다소 궁핍할지라도, 오히려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나누는 사람
다급해하지 않고 다가올 미래를 기대하며 꾸준히 준비하는 사람
앞에 있는 사람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따뜻한 이들…
닮고 싶은 사람들의 눈은 항상 맑습니다. 눈 모양새, 얼굴 마름새 모두 다르지만 그 눈동자 빛나는 것은 항상 똑같습니다. 제가 1년에 한 번이라도 꼭 보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지인들은 저마다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너무나 좋습니다. 종교적인 의미가 아니라 함께 있으면 정말 긍정적인 기운이 느껴져요. 자신의 인생에 대한 기대나 확신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그들의 기본적인 태도와 말투에 묻어 나오는 그들의 인품이 저를 기분 좋게 합니다. 만나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분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으니 지금까지 계속 연락을 이어나가고 있는 거겠죠. 그들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쌓아 올리고 있는지 듣고 있으면 괜히 저까지 의욕이 넘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그들에게 그러한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날씨 좋을 때, 가끔은 아무 이유 없이 생각나는 사람.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20대 동안 얻은 감사한 두 번째는 제 성격입니다. 또 하나 얻은 것은 제 성격입니다. 힘들더라도 언젠간 다 지나갈 것이라는 막연하지 확실한 기대. 그러한 마음가짐이 제가 20대를 통해 얻은 소중한 자산이자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밖에 흘러가지 않는 시간의 물줄기를 따라가면서, 너무나 지쳐 잠들 수 있습니다. 마음이 너무 힘들어 그 자리에 멈춰 괜히 울분에 사로 잡히고 싶을 때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지나온 모든 것과 선택들이, 자잘한 모든 행동들이 후회가 되고 가치 없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도 결국 지나갈 것임을, 살고 싶은 미래를 위해 다시 일어나 살아갈 것임을 알기 때문에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럽고 힘든 순간이 찾아올지라도 자신에 대한 확신과 스스로를 믿는 힘이 있다면 그 순간도 결국 지나가 경험이 될 것임을 알기에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갈 수 있습니다. 쓰러져 무릎이 아파도 아직 일어날 수 있음을, 잠시 넘어지더라도 하늘 한 번 보고 다시 일어날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절뚝거리더라 제가 고개를 들고 바라보는 곳으로 조금씩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것이 제가 20대의 경험을 통해 얻게 된 가진 가장 큰 장점입니다.
막상 글을 적다 보니, 제가 무언가 초탈한 존재 또는 무언가 이룬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저 또한 화를 주체하지 못할 때가 있고 스스로의 한심한 모습에 좌절하여 한 없이 우울해질 때도 있습니다. 다만, 쓰러지거나 이탈하더라도 가고자 했던 길로 다시 돌아와 스스로 걸어갈 수 있음을 믿기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이 그대로 지나가도록 하는 것이 그래도 조금은 쉬워진 것 같습니다.
제가 20대를 통해 얻은 소중한 것은 사람과 성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엔, 저를 내적으로, 외적으로 둘러싸고 있는 모든 세상이 제가 가진 선물인가 봅니다. 참 신기하게도 실패한 것들, 아쉬운 것들을 적을 땐 하나의 사건들로 적었는데 이룬 것들을 적을 때는 전체적으로 제 삶을 조명하는 개념들을 적었네요. 제가 실패했다고 생각한 것들을 조금 멀리서 바라보면, 그 또한 제가 너무나 사랑하고 감사하는 세상 안에 놓인 조그마한 순간일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