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사람이란,
선택의 걸음을 뚜벅뚜벅 걸어, 그에게로 다가오는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그들이 흙먼지를 묻히고 오던, 더러운 오물의 흔적을 바닥에 남기며 오던,
그 따위 바닥에 떨어지는 알량한 것들보다 눈 앞에 걸어오는 이의 형상을 보는 사람이다
열린 사람이란,
가만히 앉아 자신 위로 걸어가는 이들에게 한 마디 벙긋 못한 채 응시하고 있는 사람이다
즐거이 뛰며 무게에 가중을 더하던, 지긋이 앞 뒤로 꾹꾹 누르며 사색을 즐기고 있던,
가만히 천장 앞에 어른거리는 아지랑이 같은 발 밑이나 보는 사람이다
문이 열려 있어 듣도 보도 못한 낯선 이들이 오고간다
그 잘난 사람들의 신발도 시간이 지나면 밑창이 헤지는데,
열린 집 드나드는 거렁뱅이 신발은 걷는 자리마다 본인의 덩어리를 남겨 놓을 수밖에 없다
대문 활짝 열린 집에 꽃향기 그득할 리 없고, 그 안에 사지 멀쩡한 이 들어갈리 없다
이리저리 밖에서 차여 꼭 하나씩은 성치 못한 손님들 가득 안고 열린 사람은 그저 웃고 만다
내 눈 가득 체념한 듯 보이는 그 이 얼굴
눈 앞에 아른거리는 안개 걷어 다시 볼 때,
이미 떠난 자의 의미 없는 발자국만 난자하다
열린 사람이 가진 입구는 내가 아는 문이라는 상념을 아득히 뛰어넘어
자리에 그냥 있는 것이 전부다
그것은 오는 이를 환대하지도,
나가는 이들을 배웅하지도 않는다
열린 사람은
진작에 제 입구 밖으로 나간 지 오래다
지 마음 떠나 걸어가고 있으니 텅 빈 그곳은 얼마나 넓으랴
그곳에 온갖 잡다하고 진귀한 것들이 넘치니
안에서 보나 밖에서 보나 이유 없는 풍족함이 있다
나와 너가 애타게 찾고 있던 열린 사람은,
그렇게 나에게 왔다
누렇게 뜬 얼굴 사이 생기 없는 앞니 보이며
입 벌리고 둥둥 떠내려 내 앞에 서 있다
열린 사람이란,
오는 이도 가는 기도 모두에게 열려 있어
나 자신도 어느샌가 발걸음을 띄우고 있는 장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