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사람이 된다는 것은

2021-06-07

by 읽쓰생정

열린 사람이란,

선택의 걸음을 뚜벅뚜벅 걸어, 그에게로 다가오는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그들이 흙먼지를 묻히고 오던, 더러운 오물의 흔적을 바닥에 남기며 오던,

그 따위 바닥에 떨어지는 알량한 것들보다 눈 앞에 걸어오는 이의 형상을 보는 사람이다


열린 사람이란,

가만히 앉아 자신 위로 걸어가는 이들에게 한 마디 벙긋 못한 채 응시하고 있는 사람이다

즐거이 뛰며 무게에 가중을 더하던, 지긋이 앞 뒤로 꾹꾹 누르며 사색을 즐기고 있던,

가만히 천장 앞에 어른거리는 아지랑이 같은 발 밑이나 보는 사람이다


문이 열려 있어 듣도 보도 못한 낯선 이들이 오고간다

그 잘난 사람들의 신발도 시간이 지나면 밑창이 헤지는데,

열린 집 드나드는 거렁뱅이 신발은 걷는 자리마다 본인의 덩어리를 남겨 놓을 수밖에 없다


대문 활짝 열린 집에 꽃향기 그득할 리 없고, 그 안에 사지 멀쩡한 이 들어갈리 없다

이리저리 밖에서 차여 꼭 하나씩은 성치 못한 손님들 가득 안고 열린 사람은 그저 웃고 만다


내 눈 가득 체념한 듯 보이는 그 이 얼굴

눈 앞에 아른거리는 안개 걷어 다시 볼 때,

이미 떠난 자의 의미 없는 발자국만 난자하다


열린 사람이 가진 입구는 내가 아는 문이라는 상념을 아득히 뛰어넘어

자리에 그냥 있는 것이 전부다

그것은 오는 이를 환대하지도,

나가는 이들을 배웅하지도 않는다


열린 사람은

진작에 제 입구 밖으로 나간 지 오래다

지 마음 떠나 걸어가고 있으니 텅 빈 그곳은 얼마나 넓으랴

그곳에 온갖 잡다하고 진귀한 것들이 넘치니

안에서 보나 밖에서 보나 이유 없는 풍족함이 있다


나와 너가 애타게 찾고 있던 열린 사람은,

그렇게 나에게 왔다

누렇게 뜬 얼굴 사이 생기 없는 앞니 보이며

입 벌리고 둥둥 떠내려 내 앞에 서 있다


열린 사람이란,

오는 이도 가는 기도 모두에게 열려 있어

나 자신도 어느샌가 발걸음을 띄우고 있는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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