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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아는 나를 수없이 수정한다.

by 라텔씨

나는 나를 정말 잘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부분 '어느 정도는요.'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안다'라는 말은

사실 쉽게 인정할 수 없는 말이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구절은

철학의 가장 오래된 가르침이자,

오늘날까지도, 그리고 앞으로 영원히 회자될 명언이다.


우리는 흔히 자아를 어떤 고정된 실체로 생각한다.

혈액형부터 MBTI까지 성격 검사 결과 중 하나로 특정할 수 있고,

몇 개의 키워드로 설명 가능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렇게 일목요연하고 단순한 것이 아니다.


실제의 나는 늘 변화 속에 있기 때문이다.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와 같지 않고,

오늘의 나는 다가올 내일의 나와 다르다.

경험은 매 순간 나를 조금씩 바꾸고,

사소한 대화, 우연히 마주친 풍경 하나에도

나는 낯선 방향으로 흔들리곤 한다.


우리가 자아를 한 번 정의하고

그 결과를 계속 믿어가면 안 되는 이유다.

오히려 계속 수정하고, 다시 써 내려가야 하는

마무리 지을 수 없는 원고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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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기를 꺼려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자기를 아는 일은 그래서 불안하다.

분명히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은 전혀 다른 모습의 내가 있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단정 짓는 순간,

삶은 금세 새로운 이슈들을 던지며 나를 시험에 들게 한다.


그래서 진정한 자기 인식은 '단정 지음'이 아니라

'소통의 연속'이다.


스스로와 매일 묻고 답하는 과정,

때로는 부끄럽고, 때로는 자랑스러운

나의 변화 가능한 표정을 인정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아무런 정체성 없이 계속 흔들려도 좋다는 말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영원히 버리지 않는 태도다.


나를 하나의 정답으로 정의 내릴 수 없지만,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더 진실에 가까워진다.

그렇게 나는 나만의 이야기로서 살아가게 된다.


자신을 아는 일은 끝없는 수정의 과정이다.

틀린 건 아니지만, 그 수정 속에서 우리는 진짜 나로 발전한다.






>> 한 줄 코멘트. 지금 내가 나를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인생의 끝자락에서 난 누구였는지 말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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