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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글마음 Jun 27. 2021

피터팬과 그림자

피터팬 증후군

 피터팬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있다. 성인이 되었음에도 어린아이와 같이 사회생활에 부적응하고, 책임지려는 행동을 회피하며, 타인에게 의존하려는 심리적 특성을 말한다. 피터팬의 동화 속 이야기에서 그림자와 얽힌 에피소드에서 착안된 심리학적 용어라고 볼 수 있다. 피터는 팅커벨에게 자신의 그림자를 맡겨놓고 네버랜드로 떠나버리고 찾으러 오지 않자 웬디와 팅커벨은 피터를 찾아 나서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또 다른 장면에서 피터는 그림자가 분리되어 자신에게 붙지 않는 것에 대해 슬퍼하고, 웬디는 그림자가 떨어지지 않게 꿰매어 준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도 피터팬 증후군이 아닐까?'라고 생각한 적이 몇 번 있다. 현실보다 이상을 지향하고 한국보다 타국에서 삶을 좋아하고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쫓아 분주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너는 누구니?'

 

 융에 대한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교수님께서 자신의 그림자를 들여다본 적이 있는지 학생들에게 질문하셨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 질문에서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림자와 대화를 매일 하는 가? "

 융은 내면의 그림자와 대화를 통해 페르소나(남들에게 드러내고 싶어 하는 나의 좋은 면)가 통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 사람들은 좋은 점만 드러내고 싶어 하고, 자신의 안 좋은 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숨기고 싶어 한다. 그러나 융은 자기(self)가 통합되고 성숙하기 위해서는 페르소나와 그림자가 통합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그림자를 의식화하는 작업을 개성화라고 표현했다. 

  교수님께서 질문을 통해 강조하고자 하셨던 것은 우리 안의 그림자와 친해져야 그림자가 자신을 헤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를 헤친다고? 이 말에 뜻을 알기 위해 나는 융의 저서를 마구 읽기 시작했다. 


 우리는 개인이자 개인을 초월하는 존재다. 자신의 그림자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실제 삶에 표출될 기회를 노리는 수많은 충동과 성격을 발견할 것이다. 그 성격들 전부가 '나'의 일부 임도 알게 될 것이다.                                                          -p 181, <내 그림자에게 말 걸기> 중에서 발췌

  

 융은 그의 이론에서 그림자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그림자를 자신의 일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위에서 말했던 피터팬의 피터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그림자가 걸리적거리자 그림자를 맡겨 놓고 멀리 떠나버린 피터는 자신의 어두운 면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그림자를 찾지 않고 네버랜드로 떠나는 것이 곧 현실에 발을 두지 않고 이상에 머무르는 미성숙한 모습을 상징한다. 

성숙을 위해 현실에 건강한 나를 만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나의 단점까지도 수용할 수 있는 관용적인 마음이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만큼 내 그림자와 대화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당신은 얼마나 자주 당신의 그림자와 대화를 나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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