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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글마음 Jun 25. 2021

영혼의 그림자

갑질, 겸손, 그리고 나눔의 심리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다섯 의사가 각자의 전문분야에서 인턴, 레지던트, 간호사들과 함께 환자들을 만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그린 드라마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온 일반적인 메디컬 드라마와 결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안에는 의사의 직업초점을 둔 것이 아닌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의료진들의 일상생활과 내면들이 잘 보인다는 점이 새로운 매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보통 의사는 권위적인 지위에서  그려져 왔고, 환자는 의사 앞에서 대게 '을'의 위치로 묘사되어 왔다. 때론 현실에선 의사보다 환자가 더 권위적일 때가 있다. 그것은 VIP 병동에 있는 환자이거나 병원 임원들과 관련 있는 사람들일 경우이다. 이러한 묘사들이 보편적이라 받아들이고 있는 현상을 정신의학자 융은 '집단 무의식'이라고 칭했다. 이러한 집단 무의식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 슬기로운 의사생활 2 #2화이다.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뇌의 종양이 생겨 VIP 병동에 입원을 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 병원의 병원장과 친분이 있어서 해외에서 귀국해 그 병원의 가장 실력자인 채송화 전문의에게 직접 수술받을 것을 요구했다. 담당 의료진들이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고 설명하러 갔는데 팔짱을 끼고 못 믿겠다는 태도로 일관하며 담당 의사를 데려오라고 요구했다. 채송화 담당의는 그 이야기를 듣고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설명하러 갔을 때 다른 의료진에게 들었던 행동을 동일한 태도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친절하게 잘 설명하고 자신이 담당의라고 밝히지 않은 채 나온다. 그리고 수술 전 다른 의료진과 함께 다시 환자에게 갔을 때 환자의 어머니가 담당의사는 언제 오냐고 따지기 시작한다. 그때, 채송화는 자신이 그 담당의사임을 밝힌다. 이에 무례하게 대했던 태도가 달라진 환자의 어머니를 보며  채송화는 정중하게 다른 의료진들도 전문가이고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음을 인지시켜준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 나는 한국인의 내면에 존재하는 권위의식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았다. 권위는 불안감에 기인한다. 어쩌면 권위는 우리 내면에 안정을 위해 숨기고 싶은 그림자인 셈이다. 권위는 스스로 만들 수 없다. 권위는 그 중심에 봉사와 희생이 있을 때 환경으로부터 얻어지는 자연적인 부산물이다. 그렇게 보면, 겸손은 스스로 자신을 낮추어 세상에 순응하는 것으로 자아가 자기와 통합하는 과정과 유사한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권위가 그림자라면 겸손은 전체화(개성화)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를 낮추고 이타적인 행동은 자신을 적으로부터 보호하는 기능뿐 아니라 페르소나와 그림자를 통합하고 수용하는 기능을 가지게 된다. 그 결과 권위의식을 버리고 겸손해지면 주변 사람이 몰려들고 자신이 버렸던 권위를 타인이 부여해주어 서로 이타심을 나누게 되는 현상이 생기게 된다. 즉, 나눔이 곧 사랑이고, 그 사랑은 곧 서로를 보호하고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안전감을 누리게 된다.   

 나의 가설이 참이라면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채송화 캐릭터는 사랑받는 의사이자, 환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과 사랑을 하는 의사로 보이게 될 것이다. 당신이 본 채송화는 어떤 모습인가?

 사랑받는 사람과 주변인들을 사랑하는 사람은 마음이 따뜻한 '영혼의 수프'같은 사람이다. 우리가 자각(의식) 하지 못한 사이 우리는 집단 무의식에 따른 반응을 다. 이런 식의 그림자가 만들어져 갑질이 뿌리내릴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진짜 권위를 가지길 원하는 마음이 내면 안에 있다면, 오늘부터 나 자신이 '영혼의 수프'같은 사람으로 변화를 꿈꿔보는 것은 어떨까? 이런 마음으로 나부터 바뀐다면 10년 후에는 뉴스에서 '갑질'이라는 단어를 접하지 않는 날이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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