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은 진행 중
우리 동네에는 해마다 담쟁이덩굴로 뒤덮어지는 4층 상가 건물 하나가 있다.
줄지어 늘어선 건물들 중 유독 그 건물만 담쟁이가 가득해서 한겨울을 제외한 모든 계절에 눈을 즐겁게 해 준다.
4월이 되니 벌써 건물 담쟁이덩굴에도 올해의 이파리들이 나타났다.
작년, 재작년, 몇 년 전의 것인지도 모를, 악착같이 남아있는 낡은 덩굴 위를 올해의 새 잎들이 지나간다.
물론 그 낡은 줄기가 없어도 새것들은 벽을 타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낡은 덩굴의 마음이, 그 어린잎을 응원하는듯한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견고하게 서 있던 벽도 아마 낡은 덩굴처럼 올해의 잎을 기다리며 반길 것이다.
퇴색하고 볼품없어져도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고 끝까지 벽을 붙들고 있는 그 마음.
벽조차 설득해 버린 그 마음.
자주 흔들리는 나는 그 마음이 참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