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雨水) - 안도현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

by 모래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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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게 없다는 말은 그리운 시간 속을 오래오래 걸어온 사람이 내뱉는 푸념처럼 들린다.

아무리 그리워해도 나타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서일까?

이젠 더 이상 그리워하지 않겠다는 체념일까?

그리운 게 없다면서도 기어이 노루귀꽃은 이른 봄부터 앞니가 시린 채로 미리 얼굴을 내민다.

그리운 게 없다면서...


계절은 이제 봄비 내리고 싹 올라오는 우수를 훌쩍 지나 여름의 시작인 입하를 향하고 있다.

누군가의 바램 하나 정도는 이뤄졌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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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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