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의 기록 (3) : 소전서림
<서울탐방 제12탄 : 책과 함께하는 공간 탐방기 2부 '(2) 카페 뷰클런즈'>에서 이어집니다.
카페 뷰클런즈로부터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이동한 곳은 두구두구두구... 바로 청담동에 있는 유료 도서관 <소전서림>이다. 이상하게 이름이 잘 안 붙어서 마음속으로 소진서담, 소진서림 등 이름을 바꿔 부르곤 한다.
[소전서림 이용 정보]
* 위치 :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138길23 지하 1층
* 교통편 : 7호선 청담역 14번 출구 도보 10분
* 입장료 : 반일권(5시간) 30,000원 / 종일권 50,000원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sojeonseolim
* 특징 :
- 국내에 잘 없는 유료입장 도서관
- 소설, 예술서적 등 주로 구비
- 연간회원권 별도 구입 가능 (연 10만 원, 1일 3시간 이용 가능, 자유롭게 출입 가능)
이곳은 유료로 운영되는 도서관으로, 별도의 입장료가 있다. 보통 북카페나 유료 도서관의 경우 '음료값=입장료'로 개념으로 봐서 음료를 결제해서 마시면서 보통 몇 시간이고 앉아있곤 한다. 하지만 이곳은 반일권(5시간)과 종일권이 있어 둘 중 하나를 결제해야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다. 반일권만 해도 3만 원이라 웬만한 음료값보다 비싸다. 그래도 한 번은 와보고 싶었다. 참, 연간 회원권은 10만 원이니 일 년에 네 번 이상 온다면 연간 회원권이 훨씬 이득이다.
건물로 들어가니 전시공간도 있고 카페도 있는 듯했다. 카운터에서 도서관을 이용하러 왔다고 하니 표를 끊어준다. 입장티켓이 꼭 책갈피처럼 생겼는데 거기 나와 있는 QR코드를 찍고 들어가고 나올 때도 이걸 찍고 나와야 한다고 했다. 나는 반일권을 샀기 때문에 5시간 안에 찍고 나와야 하는데 어차피 오후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문 닫는 시간인 밤 9시까지 있어도 5시간을 꽉 채워서 이용할 수 없었다.
입장권을 찍고 안으로 입장하니 바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인다. 대체 지하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 걸까. 비밀스러운 공간이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감이 든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데 벌써 서가가 보이기 시작한다.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처음 든 생각은 '조용하다'였다. 음악이 흐르긴 하지만 아주 잔잔했고 당연히 크게 떠드는 사람도 없다. 직전에 다녀온 뷰클런즈는 조용히 하라고 안내를 해도 기본적으로 카페라서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음악 소리도 크고 그에 맞춰 사람들도 떠들었다. 그런데 여기 들어오니까 갑자기 온 세상의 소음이 진공청소기로 빨려 들어간 느낌이 들만큼 고요했다. 이 세상에서 소리가 아예 없어진 건 아니지만 내가 싫어하는 소리들이 사라졌다.
본격적으로 한 군데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읽기 전에 어떻게 생긴 곳인지 한 바퀴 둘러보기로 한다. 도서관이라고 해서 모든 종류의 책이 다 있는 것은 아니고 주로 문학, 예술 서적이 많은 듯했다. 도서관같이 큰 테이블에 여러 명이 앉는 자리도 있었고 안쪽으로 들어가니 안마의자가 되는 좌석이 있는지 기계 덜덜 대는 소리도 났고 프라이빗하게 한 명만 앉을 수 있게 되어있는 좌석도 있었다. 지하였지만 밝았고 책들은 가득했지만 무겁다거나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여유로웠다.
마음에 드는 자리는 참 많았는데 위치는 화장실 앞이었지만 창가 바로 곁에 앉을 수 있게 만들어놓은 좌석이 마음에 들어서 일단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오늘은 한 곳에 자리 잡으면 나갈 때까지 같은 자리에 앉는 평상시와 달리 공간을 제대로 느껴보기 위해 여기저기 앉아볼 생각이다.
줌파 라히리의 책 <책이 입은 옷>을 후루룩 읽고 다음책을 찾기 위해 다시 서가를 둘러본다. 그런데 보다 보니 어라? 작가의 출생지 별로 책이 구분되어 있는 코너를 발견했다. 러시아 작가, 유럽 기타 작가 등. 러시아 문학작품도 남미 문학작품만큼이나 이야기 전개방식이나 표현방식, 배경이 독특하다. 영미권도 우리와 문화가 다르지만 이미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그들의 문화를 많이 접해왔기 때문에 그다지 새롭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그에 반해 남미나 러시아 쪽 작품을 접하게 되면 '신선하다', '신비롭다', '낯설다'와 같은 단어들이 자동적으로 떠오른다.
나는 안톤 체호프의 단편을 좋아하는데 처음 보는 책이 있길래 들고 왔다. 그리고 요즘 화제인 그래픽노블도 모아놓은 코너가 있길래 <오르부아르>와 <바느질 수다> 두 권을 가지고 왔다.
내가 앉았던 좌석이 창가에 위치하다 보니 밤이 되자 쌀쌀함이 느껴져 자리를 옮겨 보기로 한다. 아까 발견한 1인석은 글쓰기에 딱이고 내가 좋아하는 분리된 좌석이지만 오늘은 책만 읽을 거라 땡기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오며 가며 사람들의 시선이 머물, 탁 트여있는 널찍한 자리엔 잘 앉지 않는데 오늘따라 저기 길게 놓여있는 소파 의자가 왜 이렇게 편해 보이는지. 나 말고도 사람이 있긴 했는데 저마다 분리된 공간에 앉아 있어서 그런지 마주치는 일이 적었다. 음식이 소재로 나온 단편만을 모은 안톤 체호프의 단편선을, 소리를 내지 않고 낄낄대면서 읽었다.
어느덧 시간이 8시 반을 넘어가고 있었다. 더 있고 싶었지만 운영시간도 9시까지이니 슬슬 정리하고 일어나기로 한다. 오늘 하루는 오래된 책과 새 책, 소음과 조용한 음악 그리고 책을 주제로 했지만 서로 다른 느낌과 영감을 주는 공간 세 곳으로 꽉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