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퇴사 전, 동료와의 티 타임

오랜만에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다

by 세니seny

이 직원은 아래 두 글에 나오는 직원과 동일한 사람이다.



나는 회사 내에 개인적으로 만나서 밥 먹고 하는 인원이 우리 팀원들 빼고는 없다. 그나마 저 직원이 따로 만나자고 하면 ‘그래, 보자~‘라고 할 만한 직원이라 회사 메신저에 메시지를 남겨뒀다. 나 마지막 출근일 정해졌으니까 그전에 밥이나 먹자고. 그래서 같이 점심이나 먹으면서 느긋하게 이야기할 생각이었는데...


금요일 오후.


이상하게 오늘은 유독 사무실에 사람도 없고 조용하다. 그래서 인수인계 준비나 얼른 해놔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 직원이 어슬렁어슬렁 내 자리 쪽으로 온다. 시간 되면 커피나 한 잔 하러 가자고. 인수인계 준비도 해야 하지만 이런 시간을 놓치면 다음이란 없다. 그래, 가자.


다른 사람들로부터 퇴사한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갑작스럽게 내가 '그만둔다'는 사실만 들었고 자세한 이유는 어설프게 몇 다리 건너 들었겠지. 그래서 어떻게 된 거냐고 묻길래 설명을 했다. 그동안 몇 년간 나의 마음의 변화와 그동안의 생각 같은 것들을.


이 친구도 최근에 팀을 변경했는데 알고 보니 본인도 한번 회사를 탈출(?)하려고 면접을 보고 다녔다고 한다. 그런데 업계가 좁아서 면접본 사실을 들킨 거 같다고. 결론적으론 잘 안 돼서 같은 업무지만 사내에서 업무를 약간 변경해서 일하는 중이라 했다.


이번에 여행 가는 나라 중에 이 친구가 교환학생으로 살았던 나라도 있어서 여행정보도 좀 달라고 했다. 최근에는 하도 얘길 안 했더니 내가 독립했다는 사실도 말을 안 했던지 몰랐단다. 그렇구나. 우리가 그렇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안 한 지가 꽤 됐구나.


그러면서 직무를 바꾼다고 했더니 어떤 일 할 거냐 묻길래 아직은 비밀이고 취업되면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러니까 혹시 해외로 가는 거냐, 내가 영어도 하고 일본어도 하고 또 그런 쪽에 관심이 많으니 혹시 외국어 관련된 일을 하는 거냐고 물었다. 여기서 1차로 뜨끔했지만 말하지 않았는데 꽤 정확했기 때문이다.


나는 회사에서 개인적인 나를 잘 드러내지 않았는데 그나마 드러난 게 외국어에 관심이 좀 있다는 것이었다. 이 친구가 그냥 찍은 거처럼 보이고 우연히 맞춘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도 모르게 그 부분들은 계속 봐달라는 듯이 보이고 다녔던 거구나.


금요일 오후.


사무실도 조용하고 이제 날이 서서히 풀리듯 겨울에서 벗어나는 시점. 회사 근처 카페에서 따뜻한 차를 홀짝거리며 예전에 같은 팀에서 근무했던 동료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던 시간.


우리는 성별도 다르고 이 직원은 결혼도 했기 때문에 퇴사하고는 아마 거의 보지 못/않겠지. 세심한 사람이라 같은 팀에서 일할 때도 협조적으로 잘해줬고 이번에 인센티브 트립 갔을 때 나 혼자 돌아다녔을 때도 챙겨주고 그래서 고마웠었다. 괜히 코끝이 찡해지네. 훌쩍.


이제 나는 회사를 떠나고 이 친구도 업무에 대한 고민도 있고 최근에 부서이동도 했다고 하니 얼마나 더 다닐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서 계속 일을 하든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하든 본인이 원하는 대로 일이 잘 풀리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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