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오랜만에 동네 도서관에 들르다 (상)

by 세니seny

2025년 4월 중순 어느 날의 일기.


내가 그동안 도서관에 대해 썼던 글은 다음과 같다.


나는 왜 낯선 도서관을 찾아가는가?


새 동네 탐방하기 중 도서관 방문



나는 전세계약 만료를 한 달여 앞두고 있다. 하지만 집은 계약 만료 전 3개월에 내놨는데 그게 너무 늦었던 걸까? 내가 향후 집을 사든 어쩌든 여기를 떠나서 이사를 가기로 한 건 이미 6개월도 훨씬 더 전에 정했었다. 그런데 나는 여태 멍청하게도 ‘전세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경우는 3개월 전에 통보해야 한다’라고 알고 있어서 진작 마음은 정했지만 일부러 통보할 때를 기다렸던 것뿐이었다.


어제 찾아간 다른 동네 부동산에서 해당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이야기가 끝나갈 때쯤이었다. 엄마가 슬며시 물었다.


엄마 : 그런데 지금 내놓은 집이 참 안 나가요. 원래 들어올 때 금액이 xxx원이었는데 주인이 나 나가니 시세대로 받을 수 있어서 얼씨구나 좋다, 하면서 집을 내놨는데 무려 6천만 원을 올렸지 뭐예요?

우리 전세금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부동산 중개인 :
집이 안 나간다? 이유는 딱 하나예요. 집주인이 집을 비싸게 내놔서.

그리고 그 동넨 내가 옛날에 근처에 살아봐서 잘 아는데 거기는 뭐가 됐든 거래가 활발한 지역인데 전세가 안 나간다는 건 뭐다? 딱 하나, 집주인이 집을 비싸게 내놔서예요.


해답은 명쾌했다. 그리고 집을 내놓은 이후로 평일은 올 때도 안 올 때도 있었지만 토요일은 거의 100퍼센트 집을 보러 오는 팀이 있었다. 그랬기에 토요일에 개인적인 약속이나 일정을 잡기가 애매했다.


내가 아무리 데이트도 없는 솔로에 친구도 다 떨어져 나간(정확히 친구가 있긴 하지만 다들 결혼해서 애가 있어 만나기 어려운 상황) 상태라지만 그런 나라도 나갈 일이 있다고요.


토요일 오전을 활용하고 일찍 기상도 할 겸 악기연습실에 다녔다. 그리고 본가는 보통 일요일에 가지만 어떤 주는 토요일에 가는 경우도 있다. 주중에 일하는 엄마와 시간 맞춰 다른 동네 부동산 임장도 가야 되고 하필 집을 내놓은 기간 동안 다른 외국어 어학시험이 두 번이나 있었다.


보통 어학시험은 토요일 아님 일요일에 있는데 이번엔 둘 다 토요일에 있어서 토요일마다 거의 매주 나가야 했다. 그 와중에 집 보러 오는 사람들이랑 시간 맞추기도 쉽지 않단 말이지.


그렇게 내가 살고 있는 집을 보고 간 팀이 10팀이 넘고 그게 한 달이 훨씬 넘었는데 아직까지 계약이 안 됐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이번 주는 토요일 오전에 악기 연습실에 들르고 집에 오는 길에 오랜만에 동네도서관에 가보기로 했다. 처음에 여기로 이사를 오면서 그해 3월에 무려 북카페 분위기로 심지어 건물 전체를 도서관으로 쓰는 요즘 참 보기 드문 도서관이 동네에 막 들어선 참이었다. 그래서 여기 사는 내내 자주 와야지 생각했었다.


문제는 새로 생긴 곳이라 그런지 내가 찾는 책마다 족족 없어서 나를 도서관에 맞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데다 도서관이 버스 타고 오기엔 애매한 위치에 있어서 꼭 걸어와야만 했다.


도서관은 집에서부터 15분 정도를 꼬박 걸어야만 도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래도 내가 걷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날이 좋을 때는 괜찮았지만 이사 오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여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날은 점점 더워지기 시작해서 걸어서 도서관에 다니는 게 힘들어졌다. 여차저차 위와 같은 이유로 아무리 동네에 있고 시설이 깨끗하다 해도 몸이 그쪽으로 향하지 않았다.


그래서 동네에 위치하지 않지만 메인으로 삼고 다니던 도서관이 있었다. 그곳은 소장한 책도 많았고 오히려 집 근처는 아니어도 여러모로 내가 다니는 동선상에 위치하고 있어 다니기 편했다. 도서관 근처에 지하철역도 있었기 때문에 어딜 나갔다 와도 거기 들러서 책을 빌리고 집에 올 수 있어서 좋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각각의 위치를 일직선상으로 그리자면 다음과 같다. 집에서 어디를 가든 도서관은 중간에 위치해 있었다.


* 회사-도서관-집
* 수영장-도서관-집
* 본가-도서관-집


결국 동네에 새로 들어선 신삥인 새 도서관을 놔두고 멀리 떨어져 있는 그곳을 2년 내내 주구장창 다녔다.


그리고 이제 전세계약 만료 한 달 전.


어쨌든 나는 이 동네를 떠날 것이고 이 동네 도서관에 오려면 각오를 하고 먼 동네를 오듯 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몇 달간 다니던 수영을 잠시 쉬기로 했고 다음 주부터 출근할 직장이 원래 다니던 도서관과 관련 없는 루트에 위치하게 되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책은 빌리면 반드시 반납을 해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반납하면서 다음에 읽을 책을 빌려오는 구조이기 때문에 도서관은 내가 자주 다니는 동선에 있어야 계속 다니게 된다.


나는 핸드폰 메모장에 앞으로 읽고 싶은 즉 도서관에서 빌려야 할 책들을 책 제목과 청구기호 그리고 도서관 이름과 함께 적어둔다. 그렇게 도서관에 갈 때마다 그 목록을 보면서 책을 빌려왔다. 그랬더니 그동안 적어두었던, 도서관에서 읽고 싶었던 책 목록이 꽤 많이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내가 원래 다니던 도서관에는 없는 책이어서 다른 도서관에서 상호대차하거나 그곳에 가게 된다면 빌려야지 했던 책들의 목록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드물긴 한데 이 동네 도서관에만 있는 책이 몇 권 있어서 적어둔 것도 눈에 띄었다. 어차피 가까우니까 여기 사는 동안 언젠가 한 번은 가겠지 하고 적어뒀는데 이사 와서 초창기에 몇 번 가고 그 이후로 그 한 번을 안 가서 읽지 못한 책들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봄날, 걸어 다니기 딱 좋은 날들이다. 이사 가기 전에 다시금 동네 도서관을 누리자, 싶어서 다시 동네도서관을 찾기로 했다.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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