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고 자시고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하다
마지막 출근일 전날 드디어 만나게 된 식사자리.
사실 둘이 직접 얘기는 별로 못했다. 직장인들의 얘기라는 게 그렇지 뭐. 얘는 빨리 취업하고 싶다는데 우리 팀원들은 회사 내에 인플루언서 된 사람이 부럽다는 둥 같은 얘기나 하고 있어서 꼭 시트콤의 한 장면 같았다. 이게 현실이란다. 미리 경험해 보는 거지.
점심 먹고 커피를 사 들고 사무실로 들어가는 길. 항상 오후에만 출근해서 이 친구는 이런 느낌을 몰랐다. 그래 그래, 원래 점심 먹고 햇살 따사로울 때, 그때가 바로 회사 들어가기 제일 싫을 때란다.
그리고 다음날, 인턴 출근 마지막날. 다른 팀원들은 휴가에다 재택에다 일찍 집에 가서 팀원이래 봤자 나밖에 안 남았다. 그래, 내가 배웅해 줘야지, 어쩌겠니 나의 업보.
오늘은 업무를 조금 일찍 마치게 하고 잠시 회의실로 불렀다. 어제 다들 있는 자리에서 소감 얘기해 보라고 했는데 식당이다 보니 시끄럽고 진지한 분위기도 아니라 자세한 속마음을 듣지 못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얘기를 제대로 못했으니까 한 번 들어보고 싶다고.
본인이 대학교 재학 중이라 인턴이 될 거라고 생각도 못하고 기대도 안 하고 준비도 안되어 있다(자격증 등 아무것도 없긴 했음)고 생각한 상태에서 와서 걱정했는데 다들 친절하게 대해줘서 잘 다녔다고 했다. 그렇게 느껴줬다면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그리고 내가 그 얘길 했다. 어차피 일을 잘하는 걸 기대하고 뽑은 게 아니었는데 태도가 참 좋았다고.
하루정도 늦는 날이 있었는데
미리 늦는다고 문자로 연락을 줬다.
이런 걸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혼나더라도 늦으면 늦는다, 사정이 생겼다고 미리 언질을 주면 된다. 그런데 그걸 거짓말을 하거나 포장을 해서 임기응변으로 처리하는 걸 잘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늦게 오면 차라리 늦게 온다고 연락을 하세요. 그런 건 누가 알려줘도 잘 못하는 거고 알려주기도 어려운 건데 알아서 태도를 잘 취해줘서 좋았다고 했다. 그 외에도 소소하게 태도가 좋은 일들이 있어서 그런 게 인상에 좋게 남았다고 했다.
어차피 회사는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곳이라 일이 어렵고 힘들어도 사람들이 괜찮으면 넘어간다. 사회생활 하는 친구들 보니까 인간관계가 어렵다던데 자기는 좋은 사람들 만나서 다행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자기야, 인턴은 뭔가 갈등거리가 생길 게 없기 때문에 좋게 좋게 끝난 거 같기도 해. 너는 모르겠지만 우리 사이에도 자기는 모를 얽히고설킨(?) 그런 것들이 엄청나게 많이 있다구. 결론은 우리 팀원들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고 하며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마지막으로 취업 조언을 짧게 해 줬다. 상반기에는 학교 다니면서 자격증 공부하고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취업지원을 해 볼 거라고 했다. 나이 차별 같지만 나이 어린것도 스펙이라는 솔직한 덕담과 함께 경영학전공도 했고 짧지만 인턴 경험도 있으니 잘 될 거라고 격려해 줬다. 취업되면 연락 달라고 하면서.
그리고 나와서 컴퓨터랑 출입증 정리하고 본부장님께 인사시키고 퇴근을 시켰다. 다른 팀원이 아무도 없어서 내가 밖에까지 데려다줬다. 어차피 출입증도 반납했기 때문에 누가 데려다주긴 해야 한다. 그리고 지하철역 앞에서 바이바이. 그러고 보니 예전에 미국인 인턴 왔을 때도 지하철에서 헤어졌었는데... 잘 지내지?
어제 우리가 작게 선물을 준비해서 줬었다. 그런데 반대로 이 친구가 우리한테 선물을 준비한다는 건 전-혀 생각을 못했다. 선물 같은 거 준비하지 말라고 미리 말을 했었어야 됐는데. 핸드크림에다가 무려 손 편지를 써주고 갔다. 이 할미는 요즘 손 편지 받은 게 얼마만이니. 거의 10여 년만? 나도 원래 손 편지 파였는데 어느새 안 하게 됐지만. 손 편지를 받고 나니 마음이 찡했다.
MZ세대에 대한 편견을 조금은 없애버린 인턴 고용기였다. 우리 인턴님, 대학교 잘 마치고 좋은 곳에 취직하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