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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팀장님에게 팀장 '제의'를 받다 (3)

그래, 나도 여기서 얻어갈 수 있는 건 얻어 가자

by 세니seny

지금 나를 가장 괴롭히는 고민은 이거다.


이 기회가 좋은 것이라는 건 알고 있다. 그런데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겠는 게 내가 깜이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이직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해도 그게 올지 안 올지 아니면 언제 올지 모른다. 이런 상황이라면 업무 영역의 확장과 분위기 환기를 위해서는 갑자기 눈앞에 떨어진 이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 된다.


해본 것과 안 해본 것은
다르니까.

실패하더라도.
쪽팔리더라도.


일상적인 업무라면 두려울 게 없고 잘할 자신도 있다. 하지만 연말에 있을 기말감사 대응, 세무조사 대응 같은 게 제일 걱정되고 무섭다. 내가 상대할 수 있을까? 그만한 깜냥이 될까?라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나나 막내사원은 팀장 자리에 새로 사람을 뽑아서 좋을 게 없다. 더 이상 위로 올라갈 수 없거든. 그대로 막히는 거거든.


반면에 내가 만약 팀장을 하게 된다면 막내사원이 내 일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고 그러면 그 밑에 신입사원이나 새로운 직원을 뽑을 수도 있다. 그러면 막내사원도 그제야 그 업무에서 벗어나는 건데 막내는 거기까진 생각을 못하나 보다. 4년 차인데 만약 이대로 외부에서 새로운 팀장이 오면 걔는 그냥 이 일 그대로 하는 거고 이직하지 않는 이상 다른 기회는 없다.


만약 나랑 동갑인 동료가 출산휴가에 들어간다고 해도 임시로 사람을 뽑겠지. 그리고 그 자리로 다시 돌아올지 어쩔지 모르는데 막내가 감당 가능할까? 아직 사회생활이 처음이라 순진한 건지 일부러 모르는 척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솔직히 따지면 이 내부승진 관련 문제는 1:1:1(나:동료:막내)의 싸움이 아니라 2:1(나&막내:동료)의 싸움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니까 당장 이직이 결정되지 않을 거라면 나도 여기서 취할 수 있는 건 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몇 년 전 본사 방문 프로그램에 추천받은 적이 있었다.


나보다 회사를 오래 다녔지만 그 프로그램에 참여할 조건이 되지 않아 여태 추천받지 못한 그리고 앞으로도 해당 프로그램엔 참여할 확률이 낮을 동료와의 관계를 생각해서 피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저하게 내 위주로 생각하자면 이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가장 좋은 선택지다. 하지만 역시 내 성격에 부담이 된다. 팀장 말고 팀장 대행 정도라고 하면 바로 수락할 텐데. 모르겠다. 누가 나에게 해답을 주세요. 내가 이런 상황에 안 놓이려고 먼저 빠져나가려고 했던 건데 일이 이렇게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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