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계]_나의 첫 번째 Self 여행_(밤바다)
어떤 현실에 쫓기거나 지쳐있어서 어딘가에 잠시 기대어 쉬고 싶은 마음이 크게 올라올 때면, 이곳으로 도망치듯 떠나왔었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가만, 그러고 보니... 내가 여기 이곳, 정동진에 처음으로 왔을 때도 그랬던 거 같네.
다른 건 몰라도 아마 ‘딱 10년 전’이라는, 그 시기는 맞을 거다. 그때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어쩌면 아무런 일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여느 때처럼 일을 하느라 바쁜 시기였는데 뭔가 굉장히 속이 갑갑해서 어디론가 잠시라도 바람을 쐬고 싶은 마음이 절실했던 것 같다. 그래서 주변 지인한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갑자기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고 말을 꺼냈었다.
“이 답답한 마음을 오랫동안 묵혀두면 내 속이 터질지도 모르니,
가능한 빨리 어디든 떠나고 싶은데 막상 내일 당장이라도 가는 건 힘들겠지?
평소에 많이 돌아다닌 편도 아니라서, 차도 없는 나한텐 어디가 딱히 좋은지도 모르겠네.
지금 휴가 쓰기도 힘드니깐 참았다가 나중에 늦게 가면,
이 갑갑함은 어디론가 둥둥 떠다니다가 또 어정쩡하게 가슴 어딘가에 파묻혀서 쌓이겠지...
딱히 뭐, 별다른 방법도 없겠지만 말이야.”
뭐 이런 뉘앙스로 시크하게, 달리 뾰족한 수가 없을 걸 알면서도 예전 직장 동료한테 그렇게 투덜거렸던 것 같다. 츤데레 같은 동생이었던지라 역시나 예상대로 별다른 반응은 없었지만, 지나가는 말처럼 무심한 듯 한마디 툭 던지는 그 녀석의 대답에는 은근히 귀한 소스가 담겨 있었다. 열에 아홉은 그저 농담 식의 헛소리가 대부분이지만, 그중 한 번은 가끔 주워 먹기에 꽤나 쓸 만한 것도 있는 편이다. 차 없고, 돈 없고, 시간 없고,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을 만큼 기다릴 여유조차도 없었던 나에게는, 딱 어울리는 팁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곧 주말이니깐 밤기차 타고, 무박으로 혼자 ‘정동진’에 가서 바다라도 보고 와.”
“나 혼자서 어디 가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혼자서? 더구나 밤에?? 안 무섭나?”
“걱정 마. 누나라면 절대 위험하지 않을 거야, 큭. 그냥 한번 가봐. 정 그렇게 떠나고 싶으면”
“저게 진짜... 내가 무슨 태권도 100단도 아니고...
절대적 안전이 필요한 나한테 왜 이래? 쳇.
정말로 거기 좋아? 안 좋기만 해 봐.
근데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망설여지네.
진짜로 갈까 말까? 좀만 더 생각해 봐야겠다.”
그리고 며칠 후. 나는 도저히 그 갑갑함을 견딜 수가 없어서 그냥 무작정 혼자 밤기차 티켓을 끊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때까지 한 번도 가보지 않았고,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나름의 모험에 대한 두려움보다도 훨씬 더 컸던 것은 답답함을 해소하고 싶은 욕구였던 것이다. 그렇게 정동진으로 떠나는 밤기차에 올라탄 나의 첫걸음은, 난생처음으로 ‘나 홀로 여행’을 출발하는 순간인 동시에 그 이후의 또 다른 ‘셀프(self) 여행’들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어준 알림이었다.
처음에는 그렇게 주저하면서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밤늦게 나 혼자만의 여행길에 들어섰지만, 기차 안의 내 자리에 앉자마자 나는 순간적으로 온몸을 둘러싸는 따스한 기운과 안락함을 느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자기 둥지를 찾아들어온 새 한 마리처럼 말이다. 의자에 몸을 비스듬히 기대어 한숨 자려는 듯한 포즈로 쭉 늘어져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문 너머로 느껴지는 밤공기를 배경으로 반짝거리는 조명의 불빛들이 꼭 밤하늘의 반딧불 천사들처럼 보였다. 나의 내면 안으로 떠나는 셀프 여행의 시작을 응원해 주는 작은 등불들이 모여 있는 것 같네.
이런, 더 설레잖아. ‘와... 너무 좋다... 이 느낌... 흑흑...’ 원래 기차 여행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오랜만에 타보는 것이기도 했고, 낮에 타는 것과는 또 다른 밤기차만의 그런 특별한 낭만이 물씬 풍겨졌다.
무엇보다도, 드디어 일상 속 현실에서 빠져나온 해방감이 내 속을 시원하게 적셔주는 기분이었다.
이때 바로 직접 손수 챙겨 온 맥주 한 캔을 시원하게 한 모금 마시면, 목 넘김의 개운함과 함께 그 해방감은 배로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느낌처럼, 잠시라도 모든 것을 내려놓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진정한 자유 타임이 시작된 기분이 드는 것이다.
계속 그렇게 창밖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도시를 벗어나면서 점점 불빛들도 보이지 않는 까만 창문으로 접어드는데 이때부터는 좋아하는 군것질과 함께 더욱 사색 타임으로 빠지기에 좋다. 그 고요한 정적에서 우러나오는 묵직한 평화로움에 동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은, 생각조차도 스톱하고 그저 멍 때리기에 제일 좋은 순간이다. 그러고 싶고 말이다. 다만 칠흑 같은 어둠 속 침묵의 시간이라서 자꾸만 또 생각이 떠오르는 것 일뿐. 그러다 보니 짧지 않은 시간인데도 금방 훌러덩 지나가버렸고, 어느새 ‘정동진역’이라는 안내 멘트가 울려 퍼지는 곳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밤기차와의 데이트 시간이 지나가고, 이제부터는 밤바다와의 데이트가 시작되는 건가. 그때는 정말 모두 다 신기했다. 살짝 떨리는 마음으로 기차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내렸다. 근데 와, 이게 웬일... 기차역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눈앞에 웅장한 밤바다가 펼쳐져 있던 것이다! 그것도 아주 힘찬 파도 소리와 함께! 그때 그 느낌은 정말 뭐라 표현할 수가 없다.
그 순간 진짜 거대한 바다의 기운이 확 밀려오는 게 느껴졌다. 마치 빨려들 것 같은 검은 블랙홀 앞에 서있는 것처럼, 자연의 경이로움에 취해서 거룩한 감정에 사로잡힌 기분이었다. 이렇게 멋진 장면을 한밤중 새벽에 바로 앞에서, 그것도 나 혼자서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까지 나는 항상 서울에서만 지내서 그랬는지 바다로 떠나는 여행은 꽤나 멀게만 느껴졌고, 꼭 누군가와 함께 시간 맞춰서 가야 하는, 긴 휴가 때나 가능한 큰 일정으로만 생각했던 거 같다. 일에 치이느라 휴가도 쉽지 않았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뚜벅이’로서 그런 심리적인 부담이나 여유 부족은 당연했는지도 모르겠다. 설령 비슷한 상황일지라도, 지금쯤이라면 더 가벼운 발걸음으로 액션을 취했겠지만 그땐 그럴 수 없었다. 너무 분주한 삶이라서 마음이 더 무거웠던 건지 더 어릴 때라서 막연한 두려움과 어색함이 컸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바다를 떠올릴 때면...‘너무나 사랑하지만, 가까이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처럼 애틋하게 느껴졌던 걸까. 그만큼 정동진 밤기차 여행은 아주 평범한 소시민이었던 나한텐, 지금 막 새롭게 발굴한 매우 소중한 자산처럼 보였다. ‘사랑하는 바다 그대를’ 바로 눈앞에서, 야심한 이 밤에, 그것도 단둘이, 마주하도록 해줬으니 말이다. 마치 견우와 직녀가 상봉하는 순간처럼, 밤기차는 그렇게 우리의 힘겨운 첫 만남을 위한 ‘오작교’를 놓아준 매개체였던 것이다. 완전 감동의 쓰나미였다.
나의 이런 환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밤기차와 밤바다’는 그때 정말 나에게 너무 특별한 존재였다. 바다를 너무 좋아하지만 여러 이유로 쉽게 올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더, 아주 좋은 조건의 ‘셀프 여행 패키지’ 상품이 될 수 있다. ‘정동진의 밤기차 & 밤바다’라는 세트 구성 품목 말이다. 우선 기본적으로 그때 그 시절의 나처럼 ‘시간 없고, 돈 없고, 차 없는’ 사람들에게는 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이런 장애 요인들이 어느 정도 조금은 해결이 되는 아주 좋은 패키지가 된다.
밤기차 안에서 숙박을 해결할 수도 있어서 숙박비 돈 자체가 절약되고, 이동 중에 그렇게 취침하면 시간도 절약되고, 차 대신 기차가 아주 친절하게 기차역 바로 앞에 위치해 있는 바다 코앞까지 모셔다 주기 때문이다. 이런 꿀조합 베스트 여행 상품이 어디 있겠는가! 이동할 수 있는 자차가 있어도 기차 여행만이 가진 그 특별한 느낌이 있어서 일부러 기차를 애용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밤기차의 이런 매력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는 당연히, 정동진의 기차역과 바다가 함께 가지고 있는 엄청난 그 메리트(merit)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에서 바닷가와 가장 가까운 역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던 정동진역은, 우리나라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는 바닷물 그 자체와 ‘더 가까운’ 역들을 세계에서 그렇게 드물지 않게 찾을 수 있다고 하므로, 정동진역은 기네스북에 등재된 것 자체만으로 큰 의미를 두어도 될 것 같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나라 국내에서는 바닷가에서 가장 가까운 역이 바로 정동진역일 것이다.
바로 이런 위치적인 이점 때문에, 나 홀로 여행길에 오르는 ‘셀프(self) 여행족?’ 여성들도 정동진의 밤바다를 매우 안전하게 만끽할 수 있는 행운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렇게 기차역에서 내리자마자 바다와 바로 닿을 수 있는, 접근성 좋고 교통이 편리한 곳은 흔치 않다. 더구나 밤늦은 시간에 그럴 수 있다면, 이동을 많이 할 필요도 없이 바로 역 앞의 밤바다를 마음 편히 감상할 수 있다. 교통이 불편해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아무리 밤바다가 좋다고 할지라도, 오밤중에 여자 혼자서 ‘밤바다 찾아 삼만리’처럼 어둠 속 동굴 탐사하듯이 휘젓고 다니는 건 정말 쉽지 않을 거다.
하지만 이제는 그 밤바다를 볼 수가 없다. 더 정확히는, 밤기차를 타고 와서 봤었던 ‘그때의 그 밤바다’는 이제 없다. 밤기차를 운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다시 정동진에 혼자 왔을 때 제일 서운했던 점이 바로 이 사실이었다.
정동진의 가장 대표적인 낭만 중 하나가 밤기차인데, 그게 사라지면 밤바다의 그 멋진 장면들과 느낌도 사라지는 거라서 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너무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예전에는 굳이 숙박을 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정동진에 올 때마다 숙박을 하고 있는 이유가 어쩌면, 밤바다를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
지금의 밤바다는, 한밤중 새벽에 볼 수 있었던 그때의 밤바다는 아니다. 심야의 기차역에서 같이 내리던 사람들의 발길과 화사한 불빛들이 어우러져 있던 그 밤바다가 아니라, 거의 나 혼자만 우두커니 바라보게 되는 조용한 밤바다라서 너무 늦은 시간에는 볼 수가 없다. 어둑해지는 초저녁 밤바다라도 간신히 바라보면서 그때의 그 느낌을 조금은 더 채워보고 싶은 것이다. 그때와 완전 똑같지는 않으니깐, 아쉬운 마음을 애써 달래가면서 말이지.
예전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지만(물론 계절적 차이도 있을 거다), 그래도 여전히 동진이만의 매력을 물씬 풍기는 분위기가 있다. 오로지 나 혼자서 바라보고 있는 밤바다 또한 ‘나만의 그대’처럼, 그 순간이 온전히 내 것으로 느껴지는 충만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너가 좋다. 정동진 너.
지금의 밤바다도 멋진 만큼, 예전의 밤바다는 또 다른 매력으로 멋졌던 거겠지. 그때는 계절도 겨울 근처라서 바다와 파도는 정말 느낌이 엄청 강렬했으니깐 말이야. 그때의 그런 첫 느낌이 너무 좋아서였는지 지금 생각해 보니깐, 그다음 해쯤 친구랑 한 번 더 왔었고 부모님과도 함께 해돋이를 보러 왔던 거 같구나.
‘아마 그 해는 잠시 여유가 있던 때라, 친구나 가족하고 왔던 것 같네. 그래도 너무 늦지 않게 나의 지인들과 함께 여기로 다시 왔던 거 보면, 정동진 너와의 약속을 반쯤은 지킨 거였네. 첫 번째 여행처럼 ‘나 홀로’ 곧 다시 돌아오겠다던 그 약속은, 이제야 뒤늦게 지키고 있지만 말이야.’
이곳에 나 혼자 처음 왔을 때는, 기차역 근처 바다에서만 감탄을 연발하다가 잠시 근처 카페로 들어갔었다. 그때는 정동진이 처음이라서 주변 지리도 잘 모르는 데다가 깜깜했으니, 너무 멀리까지 이동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구랑 함께 왔었을 때는 그 기다란 해변가를 죽 한밤중에 총총걸음으로 계속 같이 거닐었던 기억이 나는데, 얼마나 우렁찬 파도소리가 우리 곁에서 함께 했는지 모른다. 거센 파도가 우리를 집어삼킬 듯이 달려드는 그 모습은 아마도 겨울 바다였으리라. 겨울 파도니깐 그렇게 으리으리하게 거센 모습이었겠지. 너무 춥다고 갑자기 외투 모자를 뒤집어쓰고 앞으로 먼저 달려가던 친구 뒷모습도 생각이 난다. 그때는 그 새벽에 장사하는 작은 천막들도 있어서 우리는 뜨끈한 오뎅 국물을 먹으면서 밤바다의 낭만을 듬뿍 즐길 수 있었다. 그 친구는 밤늦게 야근까지 하고 와서 두 눈이 벌건 채로 토끼 눈이 되어 피곤이 가득한 상태였는데도, 우리는 그 밤바다의 기운에 잔뜩 취해서 진짜 그 순간에는 아무것도 중요치 않은 기분이었다.
밤바다의 그런 전체적인 분위기와 느낌에 대한 기억이 부분적으로는 유독 더 선명한 구간이 있다. 그래서 그때 그 바다가, 더 보고 싶을 때가 있나 보다. 그때의 밤바다가 가끔씩 너무 그리운 만큼, ‘지금의 밤바다’ 또한 나중에는 또 다른 그리움으로 되어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지금의 밤바다도 참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 초저녁에 밤바다 앞에서 갑자기 떠오르는 그 순간의 느낌을 그대로 남기고 싶어서 순간적으로 휘리릭 끄적였던 메모를 보아하니, 왠지 나중에 또 다른 그리움으로 남을 거 같은 그런 예감이 진짜로 드는구나.
밤바다야, 가능한 지금 모습 그대로 남아주기를...
순간적으로 막 떠오르던 그 느낌을 간략하게라도 몇 자 적어두고 싶었던 이유는, 나중에 그것들을 좀 더 자세히 풀어서 제대로 된 문장들로 그 순간의 감정과 밤바다의 느낌을 생생하게 남겨두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그리 마구 적었던 메모를 지금 다시 보니깐 간단한 키워드 위주로 짧은 문장만 늘어놓은 덕분에, 오히려 나름의 시적인 문구처럼 보이는 것 같다. 생전 굳이 정식으로 ‘시(poem)’라는 것을 써본 적은 없어서 어색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원래의 표현을 거의 ‘있는 그대로’ 남겨봐야겠다. 밤바다의 그 느낌이 제일 잘 전달될 것 같아서 말이야. 오히려 이것들을 다른 식으로 더 길게 정리해서 남기면, 이때의 이 느낌이 그대로 보존될 것 같지는 않구나. 이 메모 원본을 나중에 다시 볼 때면, ‘지금의 밤바다’에 있는 이 현장의 느낌을 있는 그대로 다시 떠올리고 싶다.
잔잔한 파도는.
지친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면서.
괜찮다고. 쓰담쓰담해 주는. 따스한 손길.
거센 파도는.
멍 때리고 있는 내 영혼의 뺨을 때리면서.
정신 차리라고. 찰싹찰싹해 주는. 따끔한 손길.
웅장한 파도 소리와 함께. 거칠게 밀려오는 밀물은.
나의 혼돈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향한. 긍정의 대답 같다.
우렁차게 응원해 주는. 든든한 지지의 소리 같다.
힘내라고. 나에게 힘찬 파도 소리로 밀려온다.
무엇보다도 밤바다는.
지쳐있고 숨고 싶은 나를.
아주 안전하게 잘 숨겨준다.
이리로 와서. 나에게 안기라고.
내 품은 안전 하다고. 그리 손짓한다.
아무도 볼 수 없는 이 공간의. 내 품에서.
마음 편히 털어놓고. 마음 편히 쉬어가면서.
마음 편히 마음 놓으라고.
꼭 안아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이 대자연의 기운에. 그렇게 내맡기면서.
너를 다시 찾으라고. 그렇게 속삭인다.
아무에게도 내보이고 싶지 않았던.
너의 고통. 좌절. 슬픔. 아픔. 모두 다 괜찮으니...
이 밤바다의 넓은 품에 안겨서... 목 놓아 내뱉어도 괜찮다고...
어둠 속 깊은 바다로... 저 멀리 모두 다 녹여버리라고...
여기는 아무도 볼 수 없으니 괜찮다고...
그렇게 너의 나약함은... 나만이 볼 수 있으니깐...
걱정 말고... 충분히 내려놓고 내보여도 된다고...
그렇게 토닥토닥해 준다...ㅜㅜ
밤바다의 살랑바람들까지...
내 볼 살과 귓불을 시원하게 간지럽히면서... 거들어준다...
모든 걸 내보여도... 우리만 알고 있을 거라고...
밤바다 동무들만 알고 있으니깐 괜찮다고...
그렇게 마음 편히. 너의 모든 것을 비워내고.
원래의 정말 괜찮았던... 너 모습으로... 그대로...
그렇게 너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보라고...
언제까지나 기다려줄 테니깐 괜찮다고.
언제까지나 응원해 줄 테니깐.
힘내고 싶을 때 힘내라고.
그래도 괜찮다고 한다...
힘찬 응원이 필요하다면.
우리 밤바다의 대단한 생명력을 봐바.
우리의 패기 넘치는 파도 소리를 들어봐.
엄청난 강인함과 단단함이 느껴질 거야.
이런 힘을 너가 가져가. 널 위해 준비했어. 같이 힘내자...!!
참으로 기운 나는. 밤바다의 이런 속삭임은.
은근히 다정하게 든든하다. 매력 있다.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