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변성전분 이야기


변성전분은 전분에 화학적 또는 물리적 처리를 해서 전분의 성질을 변성(變性)시킨 것이다.


화학적 처리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가끔은 물리적 처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


화학적 처리의 대표적 사례가 전분에 무수초산을 반응시켜 만드는 초산전분, 인산을 반응시켜 만드는 인산전분 등이 있으며 근래에는 하이드로프로필(Hydropropyl)기를 결합시킨 하이드로프로필(HP)전분도 나왔다.


이들 화학적 처리에 의한 변성전분이 목표로 하는 물성은 거의 하나다. 빨리 물에 녹고, 온도가 떨어져도 호화상태를 유지할 것..인데 초산기나 인산기 등 기능성작용기를 전분에 결합시켜 마치 전분이 호화된 것처럼 구조를 만들었다.


전분은 실온에서는 보통 호화되지 않은 베타(β)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가 온도를 올리면 알파(α)구조로 변한다. 이것이 호화(gelatinization)이고 흔히 익었다라고 표현하는 상태이다. 전분의 호화에는 열 말고도 수분공급이라는 하나의 충분조건을 필요로 한다.가열시 구조변형과 물입자의 공급이 동시에 이뤄지기에 무엇이 더 근본적인 요인인지에 대해 얘기하기는 어렵다.


어쨋든 변성전분은 이러한 전분의 호화를 약품으로 인위적으로 일으킨 것이라는 점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이렇게 변성시킨 전분은 우리 식품에 정말 많이 쓰인다.


라면, 과자, 스낵, 튀김가루(배터믹스), 냉동식품 등등..


뜨거운 물만 부어 먹는 컵라면은 변성전분이 있어서 비로소 가능했다.


때로는 삼각김밥이나 도시락류에 변성전분을 넣어 냉장온도에서도 밥이 딱딱해지지 않고 부드럽게 만들기도 한다. 오해가 있을까봐 부연설명하면 현재 유통되는 삼각김밥에 그런 경우는 드물다. 그냥 수분조절만 잘하면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리기만해도 갓한밥처럼 부드러워지니까.. 굳이 변성전분같은 걸 첨가하지 않는다. 조리기구의 보급이 첨가물사용을 줄일 수 있다는 사례.




최근에는 화학적 처리에 의한 변성전분말고 물리적처리에 의한 변성전분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물리적처리란.. 온도, 수분조절 등으로 전분을 변성시키는 방법이다.


대표적인 것이 호화전분..


호화를 시킨후 급속 냉각하면 전분이 채 노화되기도 전에 그대로 구조가 굳어버리게된다. 그래서 여기에 물을 살짝 타고 조금만 가열해주면 쉽게 호화된 전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호화전분 기술은 오래전부터 상용화된 것으로 식품에 대표적인 이용 사례로 즉석밥이 있다.


즉석밥에 방부제없냐고 얼마전에도 질문을 받았었는데...


갓 지은 뜨거운 밥을 용기에 담아 밀봉후 순간 냉각하면 수분이 그대로 유지된채 식은 밥이 된다. 밥포장실은 반도체제조공정 수준의 무균실로 유지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미생물 오염이 일어날리 없는 것이다.




물리적 처리 변성전분은 이런 호화전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저항전분이라고 해서 소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 전분을 만들때도 열변성을 시켜 만든다. 저항전분을 만드는 방법은 총 4가지가 있는데 그중 화학적 처리도 있고 물리적 처리도 있다. 최근에는 화학적 처리보다는 물리적 처리에 의한 저항전분이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얼마전 현미밥을 냉장고에 넣어두면 저항전분이 늘어난다고 하는 뉴스가 보도된 적이 있었는데.. 이건 냉각에 의해 저항전분이 발생하는 효과에 의한 것이다. 저항전분은 소화가 되지 않기에 식이섬유로 분류되며, 먹어도 칼로리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것들 말고도 물리적 처리에 의한 변성전분 만드는 방법은 많으며.. 화학적 처리에 의한 변성전분 제조는 이미 많은 방법들이 개발되었기에 개발속도가 좀 쳐져있는 반면.. 물리적 처리쪽은 이제 시작이라 유망하다고 할 수 있다.




식품과학은 알고보면 고분자연구가 바탕이 되어야 제대로 할 수 있다. 단당류들 몇개 빼면 다들 고분자물질들이 일으키는 변화라서 고분자들의 메타구조, 입체구조변화가 다양한 식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변성전분도 마찬가지다. 변성전분으로 뭘할 수 있을까? 생각할때 그 변성전분의 입체구조를 한번 같이 떠올려보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실제 식품에서는 전분뿐만아니라 당류나 미네랄같은 작은 입자와 지방, 단백질, 다당체 같은 고분자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복합 매트릭스 시스템이므로 고려해야할 요소는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한가지씩 차근차근 검토하다보면 전체 매트릭스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래서 식품이 매우 어렵다.




좀 안다고 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척척 다 정확하게 대답해줄 것 같지만.. 잘하려고 하면 어마어마한 영역의 학문이고 엄청나게 변화무쌍하기때문에 진짜 어려운 학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이비들이 판치기에도 참 좋은 것 같다.




식은밥이 건강에 좋다-금나나의 하버드레터


http://www.aftertherain.kr/concert/concert.php?work=view&mode=BB002&page=1&search=&strsearch=&cate=2020&pageNum=&subNum=&tidx=&idx=5044


매거진의 이전글 최고의 스태미너 식품, 양파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