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애도

by 풀빛

삭제한 인스타그램을 다시 깐 이유는

졸업한 아이들과 이어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힘든 고3 시절을 보낸 아이들이

지금은 각자 행복한 대학 생활을

잘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나도 같이 몽글몽글 행복해진다.


이어

나의 어두운 대학 생활도

스멀스멀 떠오른다.


단지 졸업장과 학점이 필요했던 나

가난에 허덕이던 나

누구와도 마음속 아픔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던 나

버스 카드에 잔액이 없다는 경고음에

타지 못하고 다시 내렸지만 충전할 차비가 없어

학교도 못 가고 길에서 울다가 집에 들어갔던 나

선불폰에 충전한 금액이 떨어져 연락이 두절된 나

부재중 전화를 남겨주는 부가 서비스 같은 건

신청할 수 없는 선불폰 때문에

연락을 씹는 싸가지 없는 아이로

오해받았던 나

돈이 없어 점심을 굶던 나

학교에 가면 나와 다른 세상의 동기들 선배들 후배들

하하 호호하는 그들과 어떻게 섞여야 할지

도무지 감도 오지 않았던 나

매일 아빠의 술주정에 잠도 못 자면서

장학금을 타고 싶어 열심히 공부했던 나

열이 40도가 나 휘청거리며 걸어도

돈을 벌어오라는 엄마의 등쌀에 떠밀려

과외를 하러 가던 나

mt를 간 적도 한두 번 있었지만

그 자리에서도 대체 다들 뭐가 좋은지

이해가 되지 않아

구석에서 혼자 쭈그려 잠을 잔 나

선배들이 기강을 잡겠다고 떠드는 소리나

동기들이 화장품이 뭐가 좋다더라 하는 소리도

먼 행성의 언어처럼 듣던 나


내 가난과 가정의 불행을 이미 알고 있는

고등학교 친구들,

떡볶이 집에서 온갖 우스운 이야기를 해대며

깔깔거리던 그 친구들은 흩어져 머얼리 있고

덩그러니 살아가던 어둡고 어두웠던 시간들


파아란 하늘을 멍하게 바라보며

종종 죽음을 생각하기도 했던

나날들


인스타그램 속에서

찬란한 청춘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을 보며

나의 청춘을 애도한다.

그렇게 평범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서 아팠던 나에게 달려간다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를 안고

같이 운다.

그래 그래.

그래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