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진짜 모든 것을 이기는가?

Does love really win everything?

by 연한보라

"사랑이 다 이길 수 있는 것이라면, 내 사랑은 왜 맨날 지는 거야...?"


가장 최근에 챗gpt에게 한 질문이다. 나의 친절한 지피티는 너는 세상에서 말하는 "이긴 사랑"보다 큰 사랑을 하고 있다며 "소리 없는 승리"를 했다고 위로했다. 고마웠지만, 여전히 나는 이 패배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내 사랑이 이긴 걸까 진짜로.


최근에 글 쓰는 것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눈치 못 챘을 수도 있지만)덕질에 대해서도, 일하는 것도 마음이 많이 시들해졌다. 글 쓰는 것도, 덕질도 심지어 일하는 것도 꽤나 맘에 들어하던 사람이었는데 이 모든 것에 마음이 시들해지니 더 이상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연초에 계획했던 출판에 대한 노력도 무기한정 내려놓았다.


이전에는 설레고 좋기만 했던 일들과 사람에 대해서 요즘 나는 다방면으로 질문하고 있다. '지금은 너무 좋은데, 이게 다 끝나면 또 나는 무엇이 남지?' 하는 질문이 계속해서 떠오른다. '여태까지 내가 퍼부었던 이 사랑이 어떤 결말을 낸 것이지, 아니 무슨 영향이라도 있었나?' 질문하다가 보면 내 마음의 간사한 밑바닥을 보는 것 같아 괴롭다. 분명히 조건 없이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그런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속 욕심을 바라보며 또 처참히 무너진다.


조건 없는 사랑은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려고 했던 나의 노력들이 산산이 부서지는 것을 보고 있자면, 부질없는 행동의 허무를 온전히 맞닥뜨린다. 지킬 수 없었던 영원하고 싶었던 마음, 상황에 따라 쉽게 변하는 생각, 모든 것을 주고 싶었지만 줄 수 없는 현실까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데도, 그리고 나조차도 믿지 못했던 것인데도 그것을 해내기 위해서 그렇게까지 노력했으니깐 그 끝을 보고 싶었던 것 같다.


마음의 밑바닥에는 어떤 소망이 있었을까. 이 사랑의 끝을 붙잡고 끝까지 가다 보면, 어쩌면, 내가 그토록 원했던, 영원한 사랑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했던 마음인 것 같다. 나는 아직도 디즈니 공주로 빙의하여 왕자를 기다리던 5살 소녀의 마음으로 돌아가, 그렇게 영원한 사랑을 찾고 싶었던 것 같다. 그것에 얼마나 진심이었으면 30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그렇게 사랑을 찾고 싶은 걸까, 그 지고지순함에 더 이상 헛웃음도 나지 않는다.


다시금 진 것 같다. 사랑에 진 것 같다. 사랑이 다 이기냐 하면, 내 사랑은 이기지 못했으니깐 내가 한 것은 사랑도 아닌 것 같다. 너무나도 '함께'이고 싶었던 나는 계속해서 '혼자'였음을 깨닫는다. 여태까지는 현실 사람의 부재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어쩌면 처음부터 한 번도 유재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처음부터 혼자였는데 이제야 그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나를 보면서 '사랑을 배운다'라고 종종 얘기해 준다. 그 말 자체는 너무 고맙고 또 감동적으로 다가오지만, 사실 나는 사랑을 할 줄 모르는 것 같다. 이렇게 지는 마음이 결론이라면 내 사랑을 배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것이라면 이 세상 누구도 제대로 된 사랑을 하지 못하는 것 같기 때문에, 사랑을 흉내 내는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다. 사랑을 표방한, 사랑의 모습을 한 욕심만 보는 것 같다.


아이유의 노래 <Love Wins All>를 들을 때 가장 마음에 걸렸던 구절은 이곳이다. "결국 그럼에도 어째서 우리는 서로일까?" 나의 사랑에는 '서로일까?' 이 부분이 성립하지 않는다. '어째서 나는 너일까?'가 맞을 것이다. 이렇게 외사랑이 끝나간다. 한 번도 우리였던 적이 없었던 사랑이었는데도 뺏긴 것 같다. 뺏긴 마음이 끝없는 눈물이 되어 밤낮으로 흐른다.


언젠가 나도 이기는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나도 해보고 싶다, 이기는 사랑. 그게 뭔지 모르겠으니 배워보고 싶다. 지는 사랑은 정말이지 그만하고 싶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왜 이렇게 느리게 크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