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성 장애 아들이 맞고도 아무 말 못 했던 이유
며칠 전의 일이다.
여느 때와 같이 모든 오후 스케줄을 마치고 아들을 씻기고 로션을 발라주며
"학교에서 OO이 괴롭히는 친구 있어?"
"응, XXX이 때렸어. 여기(등을 가리키며)를 이렇게(주먹을 쥐어 보이며) 쳤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던져본 질문에 나는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아들을 붙잡고 어디를, 얼마나, 왜 맞았는지를 꼬치꼬치 캐물었으나 역시나 돌아오는 대답은
"맞. 았. 다."세 마디뿐.. 아들은 그 어떠한 설명도 속시원히 내게 말해주지 못했다.
2학년 개학 이후 담임선생님과 주기적으로 아이에 대해 통화를 했었는데 지금까지 아들이 누군가에게 괴롭힘이나 따돌림을 당하는 일에 대해 일절 들은 바가 없어 더욱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선생님이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괴롭힘을 당한 것인가?'
온갖 상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밤이 늦었지만 이대로 잠들 수가 없어서 담임선생님께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선생님~ 아들이 학교에서 XXX이라는 친구에게 자주 맞았다고 하는데요, 혹시 어떻게 된 일일까요..? 급식실로 이동하면서 맞았다는데 이동 시 도움반 실무원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야 할까요.. "
담임선생님을 문자를 확인하시고 바로 전화를 주셨다.
이야기인즉슨 아들을 때린 친구는 현재 진단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는 친구이며, 수업시간에 주의집중이 되지 않아 실무원 선생님께서 매번 수업 때마다 그 아이 옆에서 학습을 도와주고 계신다 하셨다.
선생님의 목소리에 힘듦과 당혹스러움이 잔뜩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아들은 평소 감정표현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인데 친구가 산만하게 행동하며 아들을 툭툭 쳤을 때
선생님이 괜찮냐고 물어보니 그저 괜찮다고 대답해서 선생님은 아들이 정말 괜찮은지 아셨다고 한다.
아들이 상처를 받은 것 같아서 담임선생님이 더 걱정하시며 미안해하셨는데 평소 선생님께서 아들을 얼마나 살뜰히 아껴주시는지 느낄 수 있었다.
“XXX친구는 체구가 작고,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있어서 친구들이 XXX친구를 도와주도록 하세요.”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지나치게 잘 들었던(?) 우리 아들. 기특하면서도 뭔가 짠한 마음이 들었다.
이 사건 이후 급식실 이동 시 아들과 그 친구 사이에 다른 얌전한 친구를 넣어 이동하니 다행스럽게도 서로 부딪히는 부분이 없어졌다고 하셨다.
아들이 처음 친구에게 맞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따돌림,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건가 싶어 걱정이 되었는데, 아들을 때린 친구가 진단검사를 받은 아이라고 하니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그 아이도, 그 아이 부모님도 지금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실까.. 내가 그러하였듯이 말이다.
우리 아들 역시 그 아이처럼 산만하게 행동하며 친구들에게 피해가 되는 행동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악의는 없었다는 걸 잘 알기에 그 친구도 분명 기질이 그러하여 나온 행동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장애 또는 타고난 기질이 죄는 아니기에.. 나는 이번 일을 그. 냥. 넘어가기로 하였다.
앞으로도 이런 소소하면서도 어쩌면 당황스러운 일들이 얼마나 많이 펼쳐질까 생각하며
모든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엄마가 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