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8살 즈음 엄마를 한 번 잃을 뻔했다. 엄마는 수술 당일까지 모든 것을 숨겼고, 내 인생이 억울하기라도 한 듯 한양대병원 복도에서 혼자 쭈그리고 앉아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엄마와 애증의 관계를 지속했지만, 그래도 엄마가 떠나는 건 두려웠다. 내 인생도 아닌데 엄마의 여정이 여기서 끝나는 게 억울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왜 저 나쁜 새끼들은 살아있는데, 엄마가 죽어야 하나.
혼자 복도에 앉아 거의 장례식장 느낌으로 울었던 것 같다. 그러나 엄마는 아직은 살고 싶어 했고, 결국 살았다. 나는 이런 고통의 과정이 왜 나에게만 찾아오는가 억울하기도 했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감정의 폭발 덕분에 엄마와 나를 분리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 엄마가 나를 떠날 수 있구나. 그리고 나는 엄마와 너무 밀착된 마음을 갖고 있구나...'
그리고 빨리 대학에 가면 육체적으로 먼저 독립해야겠다 마음먹은 사건이 되기도 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나의 뿌리는 가족에 있다. 그래서 그 집단을 이해하면 나의 많은 면을 알아갈 수 있다.
과연 건강한 애착이란, 그 적절한 지점이란 어딜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