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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크컨설팅 Oct 13. 2022

대퇴사시대, 베타기업으로 변화가 필요할 때

퍼실리테이션&조직개발 전문사 링크컨설팅의 뉴스레터 #26

- 2022년 10월에 발행된 링크컨설팅의 뉴스레터, 윙크레터입니다 -


윙크레터

퍼실리테이션 전문사 링크컨설팅의 뉴스레터 #26

윙크레터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에디터 D입니다. 무탈한 직장 생활 하고 계실까요? 대다수의 윙크레터 구독자님들처럼 퍼실리테이션이나 수평적 조직문화에 관심이 많더라도, 조직에서 답답함이나 한계를 느낄 때가 있을 겁니다. 조직문화가 경직되어 있거나, 의사결정 방식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느끼거나, 내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조직이라면 그 빈도는 더 많겠죠. 윙크레터 이번호에서는 회의 문화 현실을 되짚어보고, 퍼실리테이터 관점에서 대퇴사시대에 리더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윙크레터 : 날개 윙 + 링크컨설팅 크

윙크하세요. 직장 생활에 날개를 달아주는 뉴스레터입니다.

매달 둘째주 목요일 오후 2시, 여러분께 날아갑니다.




대퇴사시대, 베타기업으로 변화가 필요할 때



우리가 기억하는 첫 회의
알파(α) 기업에서 베타(β) 기업으로
대퇴사시대를 만드는 알파 기업
가장 쉬운 변화는 회의 방식을 바꾸는 것



우리가 기억하는 첫 회의


초등학교 학급회의 때 모습이 기억나는가? (아 국민학교 포함) 너무 오래돼서 이번 생은 아니었다는 착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이번 생 맞다. 국민학교로 입학해 초등학교로 졸업한 나 역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어렴풋한 학급회의의 모습을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반장이 회의를 시작하든 말든 아이들은 떠드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둘째, ‘동의합니다’에서 ‘재청합니다’로 이어지는 엄청난 속도감. 아마도 우리는 그 시절에 학급회의를 왜 하는지조차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지 않고서야 회의 중에 떠든다거나, ‘동의합니다’를 반복할 수 있었을까?



취업포털 잡코리아에서 '직장 내 회의문화'에 대해 조사(1)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회의도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직장인은 하루 평균 1.4회 회의에 참석하지만, 이들 중 72.8%는 참석하는 일부 회의를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회의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로 절반 이상(52.7%)이 '상사의 얘기를 듣고만 있는 등 수직적인 회의가 많아서'를 첫번째로 꼽았다. 두번째는 '결과 없이 흐지부지 끝날 때가 많아서(41.5%)'였고, '회의 진행, 구성이 비효율적이어서(28.9%)'라는 이유가 세번째로 꼽혔다.


그렇다면, 회의를 이끄는 리더급이라면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 매번 회의를 통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긴 어렵더라도, 의견 자체가 나오지 않는 것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팀원들이 회의를 하면 말을 안 해요’라고 토로하는 경우를 보았을 것이다. 이럴 때 돌아보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우리 조직은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잘 갖춰서 민주적으로 소통하는 조직’인가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 구성원들은 이미 알고 있다. 말해도 소용없다는 무의식이 먼저 반응하는 그 답답함과 슬픔을.


알파(α) 기업에서 베타(β) 기업으로


최근에는 조직을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싶어하는 리더들이 많이 등장했다. 알파 기업에서 베타 기업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블랙 스완》의 저자인 닐스 플레깅이 ‘자본주의 4.0 시대의 새로운 리더십’이라는 부제를 달고 출간한 《언리더십Un-Leadership》에 따르면 '알파(α) 기업'은 리더가 모든 권한을 쥐고 구성원의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은 채 이들을 통제하는 회사를 일컫는다. 위계질서가 중요한 알파 기업은 체계적이고 빠른 의사결정을 통한 효율성을 갖췄지만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진다. 한마디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운 기업이라는 말이다. 변화의 시작은 적응이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조직은 도태되기 마련이다. 혁신적이라고 평가받으며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아무 이유없이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현실을 인지한 여러 기업들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베타(β) 기업'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꽤 많은 기업에서 직원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수평적이고 느슨한 조직문화를 추구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지난 8월, 잡플래닛이 선정한 '저연차 직원이 일하기 좋은 대기업 순위 TOP 10위'(2)에서 1위를 한 SKT를 포함해 구글, 넷플릭스, 카카오가 대표적이다. 조직 구성원들이 직급 상관없이 의사소통을 자유롭게 한다는 것에서부터 ‘합의’로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까지 베타기업의 조직문화는 그들 이전의 조직문화와는 확연히 다르다. 닐스 플레깅에 따르면 알파 기업과 베타 기업의 핵심 차이점(3)은 다음과 같다.

당신의 조직은 알파 기업인가? 베타 기업인가? 아니면 베타 기업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중이지만, 여전히 알파 기업이라고 느끼는가?


대퇴사시대를 만드는 알파 기업


전자제품을 제작하는 P사의 대표는 2년 전 강당에 전직원들을 불러모아 놓고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조직을 베타 기업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그 이후 P사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힌트를 주자면 P사 회의의 모습은 앞에서 소개한 잡코리아 '직장 내 회의 문화' 조사에서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느꼈던 어려움과 비슷할 것이다. 심지어 2년새 퇴사한 직원들도 10명이 넘고, 한 직원은 나에게 ‘슬픈 깨달음’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베타기업으로 변화를 시도한 P사는 왜 변화에도 성공하지 못하고, 대퇴사시대의 흐름을 함께 만들어 가고 있을까? 



우선 Top-Down 방식으로 조직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P사의 대표가 조직을 베타 기업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것. 그러나 최근 이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애자일 조직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기업들 가운데는 꽤 성공적인 평가를 받는 곳이 많으니, Top-Down이라고 해서 무조건 실패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P사 직원은 왜 내게 ‘슬픔 깨달음’을 얻었다고 고백했을까? 알파기업에서 베타기업으로 변화를 시도했지만, P사는 회의 방식을 바꾸지 못했다. 심지어는 회의에서 ‘합의’에 의해 결정한 사안을 대표가 독단적으로 “내가 이 얘기를 빠트려서 결정이 이렇게 됐으니, 다시 결정해야 한다.”며 뒤집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고 한다.


즉, 베타 기업의 핵심 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지켜오지 않은 것이다. 퇴사를 결정한 구성원들은 아마 MZ세대들이 가장 원하는 '좋은 업무 환경과 일과 삶의 균형'(4)을 찾기 어려운 건 물론, 직장에 남아야 할 이유 중 하나인 '긍정적인 직장 문화 소속감'도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일단 결정을 내린 다음에는 더 이상 그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다. 뒤늦게 이러쿵저러쿵 따지지 않고 오로지 실행할 뿐이다. 결정하기 전에 충분히 논의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익을 반영하고, 미심쩍은 부분을 지적하고, 조언이나 충고를 할 기회는 충분하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모두 그 결정을 지지한다. 베타 방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단호함과 일관성에 종종 놀라곤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베타 기업만큼 철저하고 단호하게 일을 처리하는 기업은 없다.”(5) 


가장 쉬운 변화는 회의 방식을 바꾸는 것


앞에서 소개했던 잡코리아 조사에서 회의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어서(48.9%)'를 첫번째 이유로 꼽았다. 이어서 '빨리 끝나서(34.6%)' '꼭 필요한 때만 해서(28.8%)' '사전 정보가 잘 공유돼서(19.4%)’가 만족스러운 회의의 요소로 나타났다. 바꿔 말해서 회의를 할 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다양한 의견을 낼 수’만 있다면 참석자가 만족하는 회의의 요소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충족하게 되는 것이다.  



변화에 잘 적응하고, 직원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수평적이고 느슨한 조직문화를 갖춘 베타기업은 의사결정 방식 자체가 우리가 익숙한 알파기업과는 다르다. 핵심은 ‘결정을 내리기 전에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직의 리더들에게 묻겠다. 당신의 조직은 어떤가? 당신은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아직까지도 초등학교 때처럼 학급회의를 지속하고 있는가? 아니면, 직원들에게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을 준 뒤, 합의한 사항은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가? 조직 구성원들이 충만함을 가지고 혁신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서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바로, 회의 방식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1) 잡코리아, <직장인 하루 평균 회의 1.4회>, 2018.04.12.

(2) SK 텔레콤 Newsroo, 〈“MZ세대 직원이 뽑은 일하기 좋은 기업 1위 SKT” 사내 구성원이 말하는 리얼 SKT는?〉. 2022.09.16.

(3) 닐스 플래깅 지음, 박규호 옮김, 《언리더십》, 2015, 흐름출판, 6쪽.

(4)〈MZ 세대가 주도하는 '대(大) 퇴사 시대'〉, 2022.10.13, 뉴스핌.

(5) 앞의 책, 373-374쪽.





 에디터 D

퍼실리테이터로 일하며 수백건의 워크숍을 경험한 후, 책을 만드는 에디터이자 마케터로 일하고 있다. 조직의 문화와 리더에 주목하는 편이다. Systems thinking 입문서《생각의 미래》(지식노마드. 2016)를 공동 번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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