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이 화(火)를 불러 매일 나를 불사른다
작년 6월 4일에 싸대기를 시작하고 네 편의 글을 올렸다. 안 쓴 지 1년이 지났다. 다시 쓰려고 싸대기에 쓴 글을 보다가 이게 내가 쓴 글인가, 낯설었다. 진짜 편하게 썼구나. 계속 써야 했는데 2년 넘게 쌓인 학교생활을 어떻게 다 풀지 막막하다. 현재 시점까지 달려오려면 부지런히 써야 한다. 글은 늘 마음을 다해 쓰고 싶어서 글 한 편 완성하는 게 무겁고 버겁다. 1년간 못 쓴 이유가 꼭 그래서인 건 아니지만 아무튼 내 삶에 잊지 못할 싸대기는 정말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어서 편하고 즐겁게, 그리고 막 기록해 보려 한다. 글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다정하게 봐달라는 의미!
사이버대학인데 뭐가 그리 바쁘냐고?
욕심이 화(火)를 불러 매일 나를 불사른다.
세종사이버대(이하 세사대)는 매주 월요일마다 수강한 과목 강의가 한꺼번에 올라온다. 매 학기 여섯 과목씩 수강했는데 회사 다니면서 강의 듣고 과제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강의만 들어도 되는데 세사대에는 라강이라는 게 있다. 라강이 의무는 아니고 성적에도 거의 반영되지 않지만, 이 라강을 듣고 안 듣고는 학교생활에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라강은, 라이브 강의실을 줄인 말이다. 세사대는 본 강의 외에도 교수님마다 라강을 운영한다. 다른 사이버대학에는 없는 걸로 안다. 줌과 잔디라는 채팅방(지금은 줌으로만 진행)으로 교수님과 수강생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소통한다. 강의를 듣고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도 하고, 소소한 이야기도 나눈다. 상담심리학과 라강은 금쪽 상담소 같고, 문예창작학과 라강은 책 추천, 10분 프리라이팅, 로그라인 쓰기, 현직 작가와의 만남, 에세이 피드백 등 창작에 관한 팁들로 본 강의 못지않은 유익한 강의가 진행된다. 라강을 통해 교수님과 직접 소통하기 때문에 교수님과 학우 간, 학우와 학우 간 친밀감이 깊게 형성된다.
사실 편입하고 첫 학기 때만 해도 혼자 조용히 공부하다 졸업할 생각이었다. 문예창작학과 단톡방에 초대되었을 때 굳이 이런 것까지? 하는 생각에 귀찮았다. 새로운 단톡방에 초대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데다가,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새 글 알림이 잔뜩 표시되는 것도 거슬렸다. 단톡방에서 나가고 싶었으나 학교생활에 관한 여러 정보가 올라오고 있었으므로 1학기만 있다가 나가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단톡방에서 한두 마디 나누다 보니 소속감이 생기고 글로만 만나던 학우들을 라강에서 만나니 웬걸, 너무 반가운 게 아닌가. 그렇게 코 뀌었다.
물론 초창기의 나처럼 단톡방이 싫어 중간에 나가는 사람들도 많다. 아주 안타깝다. 잡다한 이야기는 하지 말고 중요한 공지만 올리면 좋겠다는 논쟁이 신, 편입생들이 들어오는 학기 초마다 발생한다. 하지만 단톡방은 여전히 남아 있는 학우들끼리 즐겁게 소통하며 정보, 공지, 일상의 메시지가 다양하게 쌓이고 있다. 학우로, 쓰는 사람으로 공감대가 형성되니 얼굴 한번 못 본 사람들과 점점 정이 들었다.
어쨌든 그렇게 1학기를 마쳤다. 방학도 훅 지났고 금세 가을 학기 수강 신청이 시작됐다. 1학기 수강 신청에서 망한 경험이 있기에 2학기 수강 신청할 때는 강의 계획안을 꼼꼼하게 살폈다. 각 주차별 강의 내용은 무엇인지, 중간‧기말고사 평가가 과제인지 온라인 시험인지, 온라인 시험일 경우 무슨 요일에 진행되는지도 체크했다. 모든 시험이 과제 제출일 경우 버거울 수 있으므로 온라인 시험과 과제의 비율도 생각해서 신청했다.
문예창작학과에 들어왔지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나는 원래 글쓰기보다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는 것이 더 재밌었다. 공부를 시작한 이유도 편집자가 되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소설, 시, 아동문학 등 글쓰기 과목은 전부 빼고 수강 신청을 했다. 한 번도 써본 적 없었기에 두려워서 피하기도 했지만,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흥미가 없기도 했다. 하지만 채워야 할 전공학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글쓰기 과목을 선택했다.
나의 첫 글쓰기 선생님
수리수리 고수리 작가님을 만나다.
고수리 교수님. 그녀 덕분에 내가 지금 싸대기도 쓰고 있다. 나의 첫 글쓰기 선생님. 나는 그의 첫 제자. 그녀와의 운명적인 만남은 1학기 기말과제에 달린 방송작가 박진아 교수님의 피드백 덕분이었다. 1인 미디어 글쓰기 기말과제로 유튜브 기획안을 제출했다. 내 유튜브 기획안 제목은 엄마이웨이. 콘셉트는 엄마의 일상을 기록하고 추억해 보는 브이로그였다.
하지만 이 기획안에 달린 박진아 교수님의 피드백은 “왜 유튜브를 생각했나요? 이 기획안을 보니 브런치에 더 어울리는 것 같은데, 브런치에 도전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
브런치도 생소했고 글쓰기도 자신 없었지만, 수강 신청할 때 이 피드백이 떠올랐다. 그렇게 고수리 교수님의 에세이 쉽게 쓰기 과목을 신청하게 됐다. 나의 글쓰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쓰는 사람으로 살게 된 수업을 만났다.
매거진 <싸대기>는 세종Cyber대 다니는(?) 이야기입니다. 문예창작학과에서 배우고 쓰면서 만난 설렘을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어 기록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