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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Jan 22. 2018

결혼식이 싫어요.

부모 타령...쫌!!

결혼식이 너무 싫다. '정상 가족'이라는 정의가 얼마나 터무니 없는지 자꾸자꾸 체감하게 되어서다.


 1.

지난 주말에 참석했던 결혼식에서의 일이다. 본식을 마치고 직원이 안내멘트를 날렸다. "사진 촬영이 있겠습니다. 먼저 신랑신부의 부모님은 앞으로 나와주세요." 같은 얘기가 반복되려던 순간, 부모님은...이라는 말 뒤에서 멘트가 멈췄다. 신랑 측도 신부 측도 어머님들만 혼주 석을 지키고 있었던 터였다.(심지어 신부 측은 큰어머니였다.) 잠시 어색한 공기가 흘렀으나, 직원은 결국 같은 멘트를 계속했다.


 2.

최근 다녀왔던 또 다른 결혼식에서도 나는 기분이 좀 별로였다. 한 쪽엔 두 개의 혼주석이, 다른 한 쪽엔 한 자리 뿐이었다. 그 차이가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안내, 사회는 여지없이 '부모'를 찾았다.


 3.

그런 중에 단연 최악은 7-8년 전의 일이었다. 지루한 주례사 중에 아주 식상한 멘트가 흘러나왔다. "자애로운 어머니와 엄한 아버님 슬하에서..." 그때 신부 측 하객들 사이에서 가는 한숨 소리가 새어 나왔다. 주례는 이 멘트를 두어번 더 반복했다. 멘트가 시대착오적이고, 후진 건 다음 문제였다. 아주 어릴 적에 부모님 두 분 모두를 잃었던 신부는, 주례의 그 말 이후로 고개를 들지 않았다.


여기에 적은 건 세 번 뿐이지만 사실 이런 경우가 꽤 잦았다. 결혼식에서 왜, 주인공들이 아닌 그들의 부모가 이야기되어야 하는 건지. 근본적인 의문도 들지만, 그보다 왜 모두에게 '부모'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묻고 싶다. 자애로운 어머니와 엄한 아버지가 없다면, 결혼할 자격이 없다는 걸까?


아무래도 다음 결혼식에는 축의금만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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