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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박마차 Jan 15. 2021

코로나를 이긴 옥상 놀이

007 옥상 놀이로 이긴 코로나


  코로나로 나와 우리의 삶이 바뀐 지 1년이 되었다. 아이들은 자유롭게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되었고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매일같이 집 앞 공원과 산에서 바깥놀이를 즐기던 아이들은 마스크를 쓰고 공원에 가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서울 하늘 아래 우리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놀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었다.

 

 바로 옥상!


코로나가 시작되고 옥탑은 놀이방으로 옥상은 아이들 놀이터로 변했다

옥상 놀이방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현관을 열고 할머니 댁으로 간다. 함께 아침을 먹고 옥상 놀이방으로 올라가서 온라인 수업을 받거나 보드게임을 하고 놀이방 창문으로 나가 베란다를 지나 ㄷ자 모양으로 옥상으로 간다. 다시 옥상 문을 열고 놀이방 문을 열고 들어 오면 옥상 위에서는 ㅁ자 모양으로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다.


 아이들은 하루 종일 우리집, 할머니 댁, 옥상 놀이방, 옥상 놀이터를 오가며 새로운 놀이 공간을 찾아다닌다.

 



옥상 <봄>


 옥상의 봄은 아직 쌀쌀하지만 텃밭을 준비하는 손길은 분주하다. 아이들은 방울토마토와 상추 심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방울토마토는 알이 빨개지면 아이들이 직접 따고 씻어서 먹을 수 있어서 좋아하고, 상추는 옥상에서 바비큐 파티를 할 때 가족들이 자신이 기른 것을 싸서 먹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해한다.


 아이들은 매일 물을 주고 거름을 주며 살피시는 할머니의 수고는 잊고 자기들이 다 키웠다고 생각한다. 그 모습마저 사랑스럽게 여기시는 할머니가 계셔서 참 다행이다.  



 <>


 올해 옥상의 여름은 너무 더웠다. 그래서 집에 있는 플라스틱 욕조를 옥상으로 가지고 올라와서 호스로 물을 담았다. 그런데 플라스틱 욕조는 아이 둘이 들어가기엔 이젠 너무 작았다. 그래서 옥상 창고에 있는 고무대야를 꺼냈다. 넓고 좋아 보였다.


 대야에 물을 담아 놀기 시작하고 한참 신이 나는데 할머니가 올라오셨다. 위생에 민감하신 할머니는 김장할 때 쓰는 거라며 안된다고 하셨다. 아이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할머니와 아이들 사이에 언제나 아이들 편이신 할아버지가 등장했다. 게임은 끝났다. 애들 노는데 왜 그러냐는 할아버지의 한마디에 아이들은 대야 물놀이를 계속할 수 있었다.



의 <>


 가을 옥상에서는 대부분을 텐트에서 생활했다. 소고기 미역국 한 그릇이나 토스트 한 조각의 간단한 간식도 옥상 의자나 텐트 안에서 먹었다. 아무리 간단한 음료와 간식도 하늘을 볼 수 있는 곳에서 먹는다면 그 자체로 그 어떤 최고급 레스토랑과도 비교 불가인 공간으로 변한다.


 가을뿐 아니라 올해의 대부분은 옥상 텐트에서 생활했다. 놀고먹는 것 말고도 첫째의 온라인 숙제, 둘째의 그림 그리기, 책 읽기도 옥상 텐트가 있어서 여유로웠다.



옥상 <>


 영하의 날씨가 지속되던 겨울의 옥상에서 아주 큰 얼음덩이를 발견했다. 아마도 큰 그릇에 담겨 있던 물이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꽁꽁 얼었나 보다. 얼음을 본 아이들은 신이 나서 두드리기 시작했다. 나는 얼음 작품을 만들겠다는 첫째를 위해 아빠의 공구통에서 망치를 꺼내 주었다.

 쾅쾅쾅! 얼음덩이를 치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얼음덩이를 텃밭 위 흙으로 옮겨 주었다. 흙 위에서 하니 바닥이 울리진 않았다.

 큰 얼음덩이는 첫째의 차지가 되어 얼음 하트를 만들었고 둘째는 얼음 자투리를 모아다가 플라스틱 망치로 얼음 부수기를 무한 반복했다.



 코로나로 아이들은 집 밖을 나갈 수 없는 상황 중에 우리집에 옥상이 없었다면 나는 아이들과 이 일 년을 어떻게 보냈을까? 상상하기 어렵다.  


 올 해는 회색빛이던 옥상이 아이들과 함께 계절에 맞는 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코로나로 인해 집 안에서만 생활해야 했던 아이들은 옥상이 있어서 하늘을 보고 바깥공기를 마스크 없이 마음껏 마시며 이 모든 것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옥상이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매년 몇 번씩 가던 캠핑을 올 해는 한 번도 가지 못했다. 하지만 모든 캠핑 용품을 옥상에 펼치니 캠핑장이나 다름이 없었다. 캠핑의 꽃인 바비큐 파티는 매주 가능했다. 지금은 겨울이라 옥상에서 고기를 구울 수 없는 게 가장 아쉽다. 겨울이 지나고 어서 빨리 봄이 와주길... 아이들과 함께 삼겹살을 굽는 그 날을 위해!


 우리 모두에게도 코로나의 긴 겨울이 지나고 올 해는 따스하고 당연했던 봄이 찾아와 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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