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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박마차 Apr 29. 2021

바다에서 즐기는 서핑과 모래놀이

<강원도-포이푸서프/아이와 서핑하기 좋은날>

   강원도 바다는 물 온도가 낮고 파도가 거칠어 한동안 아이들의 물놀이 장소로 잘 찾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강원도의 바닷가는 이색적인 카페와 먹거리, 서핑 등으로 이국적인 색깔을 갖추었고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개통하면서 서울에서 2시간 반 전후면 강원도 어디든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요즘 우리 가족은 강원도를 자주 간다.

그림  마리에이

 뜨거운 해가 비추는 여름날, 아이들의 서핑 강습이 있어서 강원도 강릉 사천해변에 있는 포이푸서프를 찾았다. 포이푸서프는 이국적인 카페도 함께 운영하고 있고 강사분들이 친절해서 아이들도 쉽게 마음을 열었다. 모래 위의 강습부터 바다에서 하는 서핑 실습까지 아이는 편안하게 서핑을 즐겼다.


 이번 강습은 초등학생 아들과 조카의 두 번째 서핑 강습이었다. 그런데 서핑 강습을 예약한 날 아침엔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어린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이라 비가 온다는 것은 아이들의 컨디션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뜨거운 8월에 부슬부슬한 비와 잔잔한 파도는 아이들이 바다 서핑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었다.


 바다 서핑은 파도를 타는 것이기 때문에 숙련된 사람들은 파도가 치는 날이 좋겠지만 아이들이 서핑을 처음 배울 때는 파도가 잔잔한 날이 더 좋다. 아이가 처음 서핑 강습을 받았을 때는 파도가 치는 날이라 중심을 잘 잡지 못해서 제대로 설 수 조차 없었고 물에 계속 빠지고 올라오고를 반복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어해서 결국 강습 시간도 다 채우지 못하고 물 밖으로 나왔었다. 하지만 이번 강습 때는 잔잔한 파도 위에서 강사분이 뒤에서 미는 힘만으로 보드 위에서 서서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바다 앞까지 도착했다.


 모래 위 강습을 끝내고 바다에서 서핑 실습을 시작한 지 한 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20번 정도 보드에서 일어나서 균형감 있게 서핑을 즐겼다. 잔잔한 파도와 아이들 무게보다 훨씬 큰 보드 덕분인지 아이들은 균형을 잘 잡고 서서 보드를 탔다. 보드를 타고 바다 앞까지 오면 아이는 서핑보드에 엎드린 후 팔로 저어서 강사님이 계신 곳까지 가야 하지만 이 역시 파도가 잔잔하니 지난번 파도가 쳤던 날보다 훨씬 수월하게 강사님이 계신 바다로 돌아갔다.


 아이가 만약 서핑을 배울 기회가 생긴다면 파도가 잔잔한 날을 추천한다. 보드가 아이들의 무게보다 크고 무거워서 파도가 없는 날이 아이들이 균형을 잡고 서기가 훨씬 수월한다. 균형 잡기만 잘 되면 잔잔한 파도 위에서 강사님께서 밀어주시는 힘만으로도 아이들은 서핑을 즐길 수 있고 바닷속으로 빠질 일도 없어서 서핑을 하는 동안 아이들의 체온이 잘 유지된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서핑을 시작해보고 싶지만 강원도는 멀고 파도와 차가운 바닷물이 걱정된다면 근처 강이나 호수에서 하는 패들보드를 추천한다. 서울은 한강에서 즐길 수 있는 패들보드, 윈드서핑 등을 검색하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림  마리에이

 이제, 언니 오빠들은 서핑 강습을 받을 동안 꼬맹이들이 할 일이 필요했다. 비 오는 날이었다. 아침에는 잠깐 고민했지만 꼬맹이들에게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 더 좋은 상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여행 계획을 취소하지 않았다.


 여름에 비가 내리는 바닷가! 아이들에겐 이보다 더 좋은 날이 없다. 비가 내려 뜨거운 태양이 없고 수영복을 입었으니 옷이 비에 젖을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언제 아이들이 우산을 쓰지 않고 마음껏 비를 맞아보는 경험을 할 수 있을까?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우산으로 가리지 않아도 되는 자유한 경험은 아이들이 꼭 한번 해볼 만하다. 그리고 아이들이 모래 놀이를 하는데 물은 필수다. 그런데 비가 내려 물을 가지러 바다를 왔다 갔다 하지 않아도 되니 아이들은 온전히 모래놀이에 집중했다.

  비 오는 날 바닷가에서의 모래놀이는 하루 종일 계속되었다. 언니, 오빠가 서핑을 끝내고 온 후에도 아이들은 모래 놀이를 그칠 줄 몰랐다.  아이들이 서핑을 한 사천해변에는 '곳'이라는 유명한 카페가 있어서 아이들은 모래놀이 중간에 달콤한 핫초코도 한잔씩 마셨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여름날, 아이들은 차 한잔의 여유까지 즐긴 후 모래놀이는 계속되었다.




  유아에게 친숙한 자연의 재료인 물과 모래는 형태를 지니지 않은 무형의 재료이며 유아가 어떠한 모양과 형태를 만들어도 자기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 창의적인 놀이 활동이 만들어지는 재료이다. 첨단화된 과학을 이용한 다양한 많은 장난감들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현실에서 물과 모래와 같은 무형의 재료들은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 보이는 놀이 활동의 재료이지만 보여지는 규격화된 형태의 정답을 말하여 주지 않는 다양한 창의적인 사고로 활동을 변형시킬 수 있고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추구하게 하는 창의적인 놀이 활동의 연습 재료이다.  <이영일, 이정숙, 양승희(2010). 물과 모래를 이용한 유아 놀이 활동 프로그램의 적절성에 관한 연구. 한국 보육 학회지>


 형태가 없는 모래와 물이 만나면 아이들은 자신만의 형태가 있는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낸다. 그 작품은 자신만이 가진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작품이 된다. 더군다나 물과 모래는 가볍고 안전해서 아이들이 원하는 모양대로 만들 수 있다.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것들은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게 하고 부드러운 모래를 손과 발로 느끼며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갖는다. 여기에 잔잔한 파도소리까지 더해지니 아이들의 바닷가 모래놀이는 아이들의 모든 감각과 정서를 충족시킨다.   


강릉 포이푸서프

  매일 가던 강릉 바다에서 아이들은 난생처음 서핑을 배웠다. 카페로 된 서핑샵에서 처음 보는 강사님과 인사를 나누고 서핑을 배운다. 아이들에겐 이 모든 공간과 상황이 새롭다. 새롭다는 건 다양한 시도를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린아이들의 다양한 경험은 아이들의 시야를 넓힐 수 있고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아이로 자라 가도록 돕는다.


 긴 시간 동안 직접 보고 직접 만나는 상황 가운데 얻어지는 경험의 다양함은 영상으로 알게 되는 많고 빠른 지식과는 다르다. 아이들이 직접 보고 경험해야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습득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다양함을 인정한다는 것이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뜻하진 않는다. 그 다양함은 옳고 그름과는 구별되는 것임을 아이 스스로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아이는 오늘도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느리지만 분명하게 밟아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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