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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박마차 Feb 09. 2021

검은 모래 해변에서 모래 놀이를 즐기다.

제주도 우도 - 검멀레 해변

 제주도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곳이 바로 우도다. 우도에 가려면 제주 성산항에서 배를 타고 새우깡 하나를 사서 배에 오르면 된다. 새우깡은 아이들과 함께 배로 날아오는 갈매기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


 가끔은 나도 대합실로 들어가 배가 도착하길 조용히 기다리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라면 대합실에서 내가 원하는 편안한 시간을 갖기란 어려운 일이다. 언제나 그렇듯 그럴 바엔 서로를 위해 배를 즐기는 쪽으로 결정한다.


 우리는 3층으로 올라가서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던져준다. 갈매기가 날아와 입으로 쏙 하고 받아먹을 땐 바다 앞이 서커스장으로 변하고 아이들은 선 채로 박수를 치며 갈매기에게 환호성을 보낸다.


 그런데 언니 오빠는 신나서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던져주는데 4살 막내 꼬맹이는 자기 입에만 새우깡을 넣는다. 열심히 입으로 넣던 새우깡 봉지가 바닥을 드러내자 울음을 터뜨리고 오빠 손에 있는 마지막 새우깡이 자기 입이 아니라 갈매기에게 던져지는 것에 서러움이 폭발한다.




 우도에 도착하고 우리 가족은 바로 검멀레 해변으로 간다. 검멀레라는 명칭은 해안의 모래가 전부 검은색을 띠고 있는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검멀레 해변은 우리집 둘째 돌 여행 이후 3년 만에 다시 찾았다. 이 두 번의 여행 모두 겨울이었다. 겨울인데도 제주도의 검멀레 해변은 항상 따뜻했다. 이 곳에서 어른들은 해안가에 앉아 해산물 한 접시를 먹고 아이들은 검멀레 해안의 검은 모래 놀이를 즐긴다.



 아이들이 모래놀이를 시작하면 우리는 바다 바로 앞에 놓인 빨간색 테이블에 앉아 전복, 소라, 멍게, 해삼이 담기는 해산물 한 접시를 주문한다. 그리고 잔잔한 파도의 바다와 뭉게구름이 수 놓인 하늘이 맞닿은 수평선을 눈에 담으며 해산물을 기다린다.


 그리고 우리 테이블에 도착한 해산물을 따뜻한 햇살 아래서 바다를 바라보며 맛본다. 어른들은 우도땅콩아이스크림 보다 이 맛이 더 달콤하고 이 맛에 이 곳을 찾는다.


 어린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다 보면 아이들에게 거의 모든 상황을 맞추게 되는데 이 곳에서 만큼은 어른과 아이 각자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그림  마리에이

 

 아이들은 검멀레 해변으로 오는 긴 계단을 내려오자마자 검은 모래 해변에서 자리를 잡고 모래놀이를 시작한다. 한참을 놀던 아이들이 도구를 찾는다. 우리에겐 모래 놀이 도구는 없지만 우도 아이스크림을 먹고 남은 플라스틱 그릇과 작은 숟가락, 생수병이 있었다. 모래 놀이 도구가 주어지자 아이들은 모래를 담아 소꿉놀이를 시작했다. 바다의 모래는 적당이 촉촉하고 적당히 부드러웠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모래 해변은 언제나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준다.


 해산물을 먹고 바다를 보며 힐링된 어른들은 아이들의 놀이에 간섭하지도 않고 바닥에 앉지 말라는 잔소리도 하지 않는다. 어른들의 넉넉해진 마음이 아이들의 모래 놀이에 날개를 달아준다.

 

그림  마리에이

 

 아이들은 3년 전에 먹었던 우도 아이스크림을 기억하고 찾는다. 3년 전 막 돌이었던 막둥이는 아이스크림을 먹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자기도 모래 위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언니 오빠들 사이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우도 아이스크림 안에 있는 땅콩은 일반 땅콩보다 더 작고 고소하다. 아이들 간식으로 우도땅콩을 한 봉지를 더 샀는데 아이들은 순식간에 땅콩 한 봉지를 먹어치운다.


그림  마리에이


 아이들이 3년 전과 동일한 장소에서 모래놀이를 하고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느낀다.


 이번 여행에서는 아이들과 검멀레 해변 끝에 준비된 보트 투어도 했다. 보트를 타고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선장님의 설명이 시작되고 맑은 물 안의 물고기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동굴을 나오면 선장님은 아이들이 보트의 스릴을 느낄 수 있도록 운전해주신다.


 신나는 보트 투어를 마치고 모두 내리는데 우리가 탈 때부터도 혼자 씩씩하게 앉아있던 아이가 내리지 않고 또 탄다고 했다. 엄마 아빠는 내리고 혼자서 계속 타고 있는 모양이었다. 우리 아이들도 부럽기만 한 그 아이를 한번 보고 나를 한번 보며 눈을 반짝거렸다. 그런 아이들을 차마 내리게 할 수 없어서 한 번만 더 타는 것이라는 약속을 받고 우리도 보트를 한번 더 탔다.


 우리는 우도 검멀레 해안에서의 시간을 끝내고 우도 전체 드라이브를 하며 괜찮은 장소가 나타나면 내려서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고 가족들과 추억을 사진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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